설교 클리닉

인공지능 시대에 설교하기

등불지기 2024. 9. 9. 18:27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월정액을 지불하면 최첨단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최첨단 정보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논문도 쓸 수 있습니다. 저는 어떤 목사님이 설교할 때 인공지능을 통해 만든 이미지를 화면에 띄워놓고 설교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에게 설교원고를 만들어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자동차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소설도 쓰고 설교원고도 작성하는 그런 시대입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류는 점점 편리함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이 앞으로 교회 설교자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또 인공지능 시대에 어떻게 설교를 준비해야 할까요? 

 

인공지능의 발달로 사람들은 점점 정신노동을 멀리하게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의 편리함은 모든 정신노동자들에게 달콤한 선악과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인공지능이란 탁월한 비서에게 자료를 요구할 것입니다. 설교자에게 가장 큰 고통은 설교를 해야 하는데 어떤 본문을 가지고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설교를 구성할 것인가 결정해야 하는 부담과 압박감이 크다는 것입니다. 언제까지 본문과 제목을 결정해야 하는데 본문이 떠오르지 않는다거나 혹은 본문을 정했어도 바빠서 본문을 연구하고 묵상하고 또 설교원고를 작성할 여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럴 때 목사는 다른 사람의 설교를 베끼거나, 아니면 작년에 했던 설교원고를 들추어 보거나, 혹은 컴퓨터를 켜고서 다른 사람의 설교원고나 설교영상을 검색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설교원고에 영감이나 능력이 실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설교자 자신이 알고 있고, 설교를 듣는 청중이 눈치를 챌 것입니다. 그 증거는 설교자 자신이 설교한 이후 자신이 무엇을 설교했는지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마음에 새겨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 말씀을 위해 얍복강 나루터에서 천사와 씨름하던 야곱처럼 몸부림쳐보지 않았기 때문에 설교자 자신의 설교자 정작 설교자 자신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입니다. 본문과 씨름하는 시간, 그리고 설교의 구성을 놓고 묵상하면서 씨름하는 시간은 얍복강 나루터의 야곱처럼 외롭고도 괴로운 시간입니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이러한 괴로움을 즉시 덜어주겠다는 달콤한 약속을 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목회자들은 어떻게 설교를 준비해야 할까요?

 

첫째, 본문과 씨름하는 고독과 고통을 온전히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설교자는 유혹을 물리쳐야 합니다. 쉽게 컴퓨터를 켜지 않기로 결심해야 합니다. 오직 성경책과 노트 그리고 주님 앞에 머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본문을 이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마음을 백지상태로 깨끗이 지운 다음 어린아이처럼 성경 본문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합니다. 그리고 씨름해야 합니다. 끊임없이 본문에 관하여 주님께 묻고 또 물어야 합니다. 설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설교자 자신에게 주시는 말씀으로 먼저 받아야 합니다. 설교자 자신에게 철저하게 본문을 적용해야 하고, 설교는 설교자 자신에게 먼저 해야 합니다. 본문을 진지하게 연구하고 해석한 다음 자신에게 적용한 것을 노트에 기록해야 합니다. 컴퓨터를 켜고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노트에 기록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설교를 위해서 어떤 흐름으로 설교를 구성할 것인지 또 다시 고군분투하고 그것을 다시 노트에 직접 손으로 기록해야 합니다. 저는 컴퓨터에 기록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A5 크기의 노트에 손으로 직접 기록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둘째, 강단에 올라갈 때에는 프린터된 설교원고나 설교노트를 가지고 가지 않습니다.

저는 단지 성경책만 가지고 강단에 섭니다. 처음 이것을 시도할 때 정말 엄청난 모험이었습니다. 설교 도중에 생각이 나지 않고 머리가 하얗게 될 것 같은 걱정과 두려움이 엄습해 옵니다. 그래도 주님께 맡기고 성경책만 가지고 강단에 섭니다. 설교를 망칠 각오를 하고 말입니다. 이것을 몇번 해보면 조금씩 강단에서의 '자유'를 경험하게 되면서 강단에서의 축복을 경험하게 됩니다. 로이드 존스 목사님은 철저하게 말하는 듯이  설교원고를 작성하되 강단에 설 때는 손바닥 만한 크기의 작은 메모지 한 장을 가지고 선다고 했습니다. 저는 메모지도 없이 성경책만 가지고 강단에 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설교준비에 있어 가장 좋은 것은 심방(상담)과 기도입니다.

많은 설교자들이 설교하기 전날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설교준비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설교준비는 설교를 듣는 청중들의 삶의 자리 한 가운데서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심방을 하거나 혹은 상담을 하면서 청중들의 마음 속에 있는 여러 가지 고민, 감정, 삶의 자리와 상황들을 직접 느끼는 것이 자신의 설교에 현장감을 더해 줄 것입니다. 청중의 삶의 자리와 떨어져서 책상에서만 작성된 설교원고는 힘이 없습니다. 또한 역설적이게도 최고의 설교준비는 골방에서 이루어집니다. 하나님과 단 둘이서 있는 지성소의 자리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곳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맛보며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기도는 최고의 설교준비인데, 설교자는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기 자신을 그려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을 수는 없습니다. 설교자가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설교준비를 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을 그것을 도와줄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을 의지하면 할수록 인간은 상상력을 잃을 것입니다. 상상력을 잃는다는 것은 설교자에게 있어 치명적인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인공지능의 시대에 맞는 설교와 설교자는 오히려 더욱 아날로그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얍복강 나루터에서 밤새도록 천사와 씨름하던 그 믿음을 내게도 주옵소서.

 

김광락 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