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개혁

상식적인 목사, 상식적인 목회

등불지기 2024. 10. 3. 10:17

 

21세기 영적 상황은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여 무엇이 참인지 거짓인지 분별하기 어려운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요구되는 목사, 또는 목회의 이미지가 무엇일까요? 뛰어난 은사의 소유자, 혹은 탁월한 연설의 귀재, 놀라운 경영 마인드를 소유한 CEO 같은 목회자의 모습일까요? 저는 역설적으로 매우 '상식적인 목회자'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너무나 복잡하고 혼란스럽기 때문에 지극히 당연하고 매우 단순하며 상식적인 목회자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것입니다. 옛날 나라를 잃어버리고 민족이 강대국에 짓밟히던 고난과 역경의 시절에는 탁월한 영성이나 성품을 가진 '성자같은' 혹은 '선지자같은' 사람을 하나님께서 불러 세우셔서 어둠 가운데 빛을 밝히며 방황하는 교회를 인도하셨지만 21세기 물질문명이 사람들의 정신을 짓누르며 육체의 질병보다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대 사회에서는 오히려 지극히 평범해보이며 매우 상식적으로 보이는 것이 더욱 귀한 것입니다. 

 

상식적인 목사, 상식적인 목회자, 상식적인 교회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1. 균형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건전한 복음주의적 개혁주의 신학 전반에 대한 이해와 지식에 기반을 둔 가운데 의와 인과 신의 균형, 정의와 영성의 균형, 원칙과 긍휼의 균형, 종말과 사회책임의 균형,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의 균형, 신학과 인문학의 균형, 등 치우치지 않는 균형의식이야말로 21세기 목회자가 갖추어야 할 상식의 기본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민주의식을 가져야 한다.

어려운 시절에는 한 사람이 앞에서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는 것이 필요한 일이었으나 요즘 같은 시절에는 개개인이 분별력을 키워주고 발휘하게 하고 서로 대화하고 설득하고 화합하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민주주의적 의결을 거쳐서 전진하도록 해야 합니다.  아무리 바람직하고 좋은 결정이라 할지라도 독단적이고 독재적인 결정은 금물입니다. 

 

3.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입니다. 따라서 세상은 교회를 보면서 양심을 가책을 느낄 수 있도록 교회의 도덕적 수준이 높아야 합니다. 목사는 공인의 자세를 가져야 하고 건강한 시민의식을 먼저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4. 성경을 사랑해야 한다.

이것은 목회자에게 매우 상식적인 수준입니다. 목사는 그 어느 누구보다 성경을 사랑하고 읽고 연구하며 묵상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성경에 관하여 전문가여야 합니다. 성경의 권위 아래 철저히 복종해야 합니다.

 

5. 목회철학이 확고히 정립되어야 한다.

목사의 인격이나 개인적인 영성이 교회를 이끌고 나가지 않고 교회가 동의한 목회철학이 교회를 이끌고 나가는 동력원이 되어야 합니다. 목사가 교회성장 세미나를 기웃거리는 것은 자신의 목회철학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6. 염치가 있어야 한다.

부끄러워할 것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이 상식의 본질입니다. 염치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선한 양심을 말합니다. 선한 양심을 버리면 믿음에 있어서도 파선하게 됩니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자신의 양심을 저버리는 것이 종교인들이 빠지게 되는 가장 위험한 함정입니다.

 

7. 물욕이 없어야 한다.

당연한 것이지만 목회자는 물질적인 욕심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온전하게 돈을 사랑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세상에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만 물욕과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돈을 사랑하는 마음이 모든 악의 근원입니다. 

 

8. 영혼사랑이 있어야 한다.

목사에게 영혼사랑은 상식중의 상식입니다.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방황하는 목자의 모습과 같이 영혼을 긍휼히 여기며 천하보다 귀한 영혼의 가치를 알고 사람을 외모로 보지 않고 편견없이 영혼을 구원하고자 하는 구령의 열정을 가진 목사가 되어야 합니다. 

 

9. 상담가여야 한다.

21세기에는 정신질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따라서 목회자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가지고 대화하는데 능숙해야 합니다. 경청할 줄 알아야 하고 대화하는 가운데 상담자의 영적 상태를 분별하기 위해 기도하면서 적절한 말씀을 응답받아 치유하는데 전문가여야 합니다.

 

10. 신자여야 한다.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보다 목사가 되는 것이 훨씬 쉬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잘 믿는 것이 예수님을 전하는 것보다 힘든 그런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일에 본을 보이는 신자가 먼저 되어야 합니다.

 

11. 학자여야 한다.

목회자는 책을 가까이 하며 독서를 즐기는 살마이어야 합니다. 묵상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어야 하며, 평소에 글을 쓰는 것을 즐겨야 합니다.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여 책을 집필하는 일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12. 성자여야 한다.

성자란 다름 아니라 자신이 믿는 대로 행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입니다. 약속을 남발하지 않고 약속한 것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사람이 곧 이 시대의 성자입니다. 이성과 돈과 명예와 권력의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성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새인의 의'로는 결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상식적인 목사의 의미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이 생각하는 '상식적인 목사'의 모습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상식적인 목회자를 찾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더욱 어려운 시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당연한 것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게 되어버렸고, 당연한 것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세상이 교회를 판단하는 그런 시대가 되었습니다. 교회가 세상을 판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상이 교회를 보면서 고개를 숙이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 먼저 상식부터 회복해야 하겠습니다. 교회개혁은 바로  상식을 회복하는 운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