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
일곱 째 날: 안식일
“하나님이 그가 하시던 일을 일곱 째 날에 마치시니 그가 하시던 모든 일을 그치고 일곱 째 날에 안식하시니라. 하나님이 그 일곱 째 날을 복되게 하사 거룩하게 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그 창조하시며 만드시던 모든 일을 마치시고 그 날에 안식하셨음이라.”(창2:2,3)
하나님께서 만물을 창조하시는 일을 마친 다음 하신 일이 두 가지였다. 하나는 시간을 거룩하게 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공간을 거룩하게 하는 일이었다. 하나님의 창조의 결과 생겨난 것이 시공간이었다. 시간과 공간은 동전의 앞뒤면과 같은 관계이다. 빛은 모든 양자세계의 근본이 되었고 양자세계가 만들어지면서 시공간이란 현상이 생겨나게 되었다. 시간과 공간은 영의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육신을 가진 사람에게는 늘 따라다니는 현상이다. 시간은 속도와 중력에 따라 다르게 흐르며, 공간 역시 시간과 함께 우주만물 안에서는 속도와 중력에 따라 다르게 느끼게 된다.
하나님께서 일곱 째 날을 복되게 하여 거룩하게 하심으로 시간을 거룩하게 하셨고, 지상에 에덴동산을 창설하시어 공간을 거룩하게 하셨다. ‘복되게 하심’과 ‘거룩하게 하심’은 항상 같이 동행한다. 복되게 하심은 하나님께서 그 얼굴빛을 비추어주시는 행위로서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빛이 특정 시간과 장소를 항상 비추도록 하신 것은 그 특정 시간과 장소를 하나님의 소유로 삼으신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시공간을 각각 하나님의 소유로 구별하신(=거룩하게 하심) 목적은 시공간 속에 사는 사람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찾아 만날 수 있게 배려하신 것이다. 하나님의 의도에 따라 훗날 안식일 제도가 만들어졌고, 죄인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도록 특별히 만들어진 성막(성전)이 또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제도로 만들어진 안식일은 시간이 하나님께 속한 것이고 하나님을 섬기기 위해 지음받은 것을 공포함과 아울러 사람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찾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카이로스)으로서 사람에게 주어진 선물이었다. 또한 에덴동산이란 원형의 성전이 훗날 성막으로 제도화되고 성전으로 건물화됨으로써 우주의 하나님과 피조물인 인간이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된 것이다. 우리는 복음서를 읽으면서 안식일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예수님은 “인자는 안식일의 주인”이라고 하셨다(마12:8). 이 말씀의 문자적인 뜻은 인자되신 예수님께서 안식일을 만들어주신 분이라는 뜻이다. 사람에게 안식을 주기를 원하시는 분이심을 안식일 자체가 증거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목적과 수단을 바꾸어서 안식일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게 만들어버렸던 것이다.
창조되어진 시공간의 일부를 하나님의 소유로 삼으신 목적은 전적으로 사람을 위한 배려였다. 예수님이 오셔서 시공간을 거룩하게 하신 하나님을 선포하셨다. 안식일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하나님을 만나는 특별한 시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간에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음을 선포하셨다. 또한 성전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장소에 있는 특별한 건물에서만 하나님께서 임재하시지 않는다. 이제 사람들은 어디서나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요4:24) 특별히 예수님은 자신의 육체를 새성전이라고 선포하셨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고 영접한 모든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지어져가는 성전이라고 성경은 말한다. “너희도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가느니라.”(엡2:22)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시공간을 각각 복되게 하심으로 거룩하게 하신 하나님의 의도가 성취되었다. 신약시대는 더 이상 특정한 시간대와 특정한 장소를 거룩하게 하여 하나님을 만나는 때가 아니다. 어느 때나 어느 곳이나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는 살아계신 하나님 아버지께로 나아가서 예배드릴 수 있다.
김광락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