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 광화문집회에 대한 생각

오는 주일은 종교개혁주일입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서울 광화문에서 전국 교회에서 200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제가 글을 쓰려고 했는데 제 생각을 잘 대변하는 글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는 포괄적차별금지법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동성애자들 또한 복음을 들어야 하고 구원받아야 하며 사회적으로 돌봄을 받아야 하는 사회적 소수자들이지만 동성애 행위자체는 회개해야 할 죄악이라고 믿는 평범하고 보수적인 목사입니다.

종교, 사상, 성에 관련한 차별금지법이 남용, 오용, 악용되고 역차별의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이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분노하는 분들이 서울에 집결하여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십분 그 마음과 동기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악법철폐를 위한 연합예배"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규모집회를 열어 세력을 과시하는 방식으로, 즉 힘으로 의견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방식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됩니다. 우려를 표현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그리스도인의 사회참여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교회이름으로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누군가는 저를 향하여 너무 순진하고 유약하지 않은가 비난할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균형을 이루고, 치우치지 않기 위해 누군가는 용기를 내어 말을 하고,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천년 간의 교회역사를 생각하면, 오늘날의 교회는 매우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국과 조국교회를 사랑하기 때문에 쓴소리를 다들 나름대로 내는 것입니다. 나라가 망하고 교육계가 망하고, 교계가 쇠락하는 것을 기뻐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런 첨예한 갈등으로 사회가 서로 분열하고 대립하는 상황일수록 더욱 냉철해지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10월 27일 광화문 집회 논란을 통해 생각해 볼 여러 주제

 

글쓴이: 손재익 목사(한길교회 담임)

 

서론

 

10월 27일 광화문 집회와 논란2024년 10월 27일(주일) 오후 2시 ‘악법 저지를 위한 2백만 연합예배, 찬양 & 큰 기도회’라는 이름의 집회가 준비 중이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반응으로 악법 저지와 동성애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를 구호로 내세우고 있다. 장로교 주요 교단이 총회 차원에서 참여를 결정했다. 집회의 문제점을 개혁정론(성희찬, 손재익)이 가장 처음 지적했다.1) 이후 반대 주장이 계속 나오는 중이다. 그러자 집회를 찬성하는 이들이 반대하는 이들을 비난하고 있다. 곳곳에서 갈등의 소리가 들린다. 심지어 반대하는 이들을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 좋은 일을 반대하는 나쁜 집단’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중간에서 판단을 보류하며 고민 중인 이들도 있다. 집회를 둘러싼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생각할 주제가 많다. ‘동성애’라는 주제로 축소할 수 없다. 본인은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있는 일, 앞으로는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과 관련해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여러 주제를 다루려고 한다. 함께 고민해 보길 바란다.2)

 

본론

 

I. 집회에 대해 생각할 주제

 

1. 사실 확인 (팩트 체크)집회에 앞서 꼭 확인해야 할 몇 가지 사실이 있다. 정확하지 않거나 가짜뉴스가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1) 대법원 판결에 대한 이해 부족집회의 발단은 대법원 판결이다.

 

판결문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반대집회를 하려면 말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법원 판결은 동성 동반자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건강보험제도의 피부양자로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얼핏 보면 동성 동반자를 부부로 인정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하지만, 집회를 계획할 정도라면 이 판결의 구체적 내용, 취지 등을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판결문 “대법원 2023두36800”3)에서 대법원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판결문을 읽어보면 단순하지 않다. 판결문은 건강보험제도와 피부양자 제도의 의의, 취지와 연혁으로 시작한다. 판결문에 의하면 건강보험제도는 국민 건강을 위하며,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 전체에게 제공하는 사회안전망이다. 그래서 부양가족이라는 표현 대신 피부양자라는 표현을 사용한다(1977년 이후). 피부양자 조건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 계속 확대되었으며, 상당히 넓다. 시부모, 처부모도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1984년 이후). 계부모도 포함되며, 법률상 부모ㆍ자녀가 아닌 친생부모ㆍ자녀, 배우자의 계부모에게도 부양요건을 인정하고 있다. 피부양자 제도는 사회 변화에 따라 크게 확대되었는데, 법률이 정한 ‘가족’과 ‘부양을 받을 사람’에 한정하지 않고 시대 상황의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되어 왔다. 그래서 배우자와 사별한 형제 자매(2008년), 이혼 후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피부양자로 인정하기도 한다(2013년). 이러한 변천은 제도권 밖에 있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포함해온 건강보험제도의 특성을 보여주며, 판결은 이러한 피부양자 조건의 확대를 근거로 하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제도가 가진 독특성을 강조한다. 판결문에 의하면, “국가가 운영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인 건강보험제도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피부양자 제도를 둔 목적과 취지는 직장 가입자에게 생계를 의존하여 본인의 근로나 재산에 의해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없고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 보험료를 부담할 수 없는 사람이라도 건강보험을 적용하여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에 판결문은 “이 사건은 건강보험이라는 특수한 사회보장제도와 관련한 피부양자 인정에서의 형평성 유지에 관한 것으로 건강보험제도와 피부양자 제도의 취지, 목적 등을 떠나 생각할 수 없고, 다른 사회보장제도의 경우 각 제도의 취지, 목적 등에 비추어 별도로 판단할 문제다.”라고 언급한다. 판결문에 의하면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이유는 부양, 경제공동체 등을 주 이유로 하고 있다. 동성 동반자를 배우자로 인정한 것이 아니다. 피부양자 개념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별개 의견을 낸 이동원, 노태악, 오석준, 권영준 대법관은 “대법원의 결론이 ‘동성 동반자’도 ‘배우자’로 인정하거나 그와 동일시하는 방향으로 우리 법질서가 나아갈 것인가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되기 때문에 이 사건이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고도 분명히 밝힌다.이러한 판결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지 않은 채, 이번 판결이 동성혼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불신자들이 볼 때만 아니라 신자가 볼 때도 논리의 비약이 있다. 물론 집회 주최 측이 우려할 내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단적으로 그렇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히 있다.

이렇게 영향력이 큰 일을 추진하려면, 최소한 그 내용을 정확히 알고 분석해야 한다. 두루뭉술하게 진행할 때 돌아올 엄청난 반향을 예상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교회는 동성애자에 대한 최소한의 복지도 반대하느냐’는 세상의 역반응도 염려해야 한다.

 

2) 동성혼은 반대하나 사실혼은 인정하는가?

 

집회 측은 대법원 판결의 구체적인 내용이 아닌 표면적인 내용을 내세워서 “동성 동반자를 사실혼 관계로 보았다”며 집회를 독려한다. 그런데 이렇게 주장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다른 주장도 고려해야 한다. 건강보험제도는 지금까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도 피부양자로 보았다. 그렇다면 개신교는 사실혼을 동의하는가? 사실혼이란 기독교의 관점에서 표현하면 ‘혼전 동거’다. 그런데 개신교는 지금껏 건강보험제도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한 것에 대해 입장을 낸 적이 전혀 없다. 집회가 설득력이 있으려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사실혼도 인정하지 못하도록 반대를 할 것인지, 아니면 그건 또 다른 문제라고 말할 것인지, 그렇게 말했을 때 ‘왜 그때그때 다르냐’고 물으면 어떻게 답할 것인지 등을 말이다. 그렇지 않을 때, 개신교는 동성애와 동성혼은 반대하지만, 혼전 동거는 인정하는 종교로 오해받을 수 있다. 참고로, 2024년 10월 현 시점에 동성애보다 훨씬 더 만연한 죄가 혼전 성관계와 혼전 동거다.-

 

3) 좀 더 구체적이어야 할 반대

 

어떤 주장을 할 때, 최대한 오해가 없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차별금지를 반대합니다.”라고 말하면, “저 사람들은 차별을 찬성하나?”라고 오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런 오해가 없도록 명확하게 해야 한다. 기독교는 분명 차별을 금지한다(약 2:1). 외치는 구호는 우리의 입장을 드러낼 뿐 아니라, 그 입장을 바르게 이해케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해되는 구호는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이번 집회의 구호도 마찬가지다. 대법원 판결은 궁극적으로 동성애자의 건강과 복지에 관한 결정이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잘못됐다.”는 식으로 말하면, 개신교인이 동성애자의 건강과 복지도 반대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동성애는 죄요, 동성애자는 죄인이라고 말하는 것과 그들에게 의료와 복지 서비스를 허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일 수 있다. 범죄자라 할지라도 그들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건강과 복지는 지금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체적이고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시켜서 “이번 판결은 잘못됐다.”라는 식의 구호를 들고 집회를 할 경우 많은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다. 어떤 점은 반대하고, 어떤 점은 찬성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4) 폐기되었고 상정되지 않은 차별금지법

 

이 집회는 대법원 판결로 시작되었지만, 또한 동시에 ‘차별금지법 반대’라는 구호를 내세운다. 이 법을 악법으로 규정하면서 저지하겠다고 한다. 차별금지법의 내용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겠다. 그 이유가 여럿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여기에서 말하려는 것이다. 2024년 10월 18일 현재, ‘차별금지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22대 국회의원 중 그 누구도 올린 적이 없고 올리려는 시도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 집회는 실체가 없는 것, 허상을 반대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21대(2020년 5월~2024년 5월) 국회 당시 두 차례 발의되었으나 지금은 폐기되었다. ① 2020년 6월 29일 장혜영 의원 외 10명이 발의했다. 그러나 법사위원회에 계류만 되었고 논의되지는 못했다. ② 2021년 8월 박주민 의원 외 13명이 평등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그 이후 별다른 일이 없었다. 두 발의안은 21대 국회의 종료로 자동폐기되었다. 그러므로 차별금지법은 지금 현재 ‘안’(案)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2024년 5월 30일 시작된 22대 국회에는 차별금지법이 상정된 적도 없고, 상정하려는 시도도 전혀 없다. 그리고 상정되더라도 어떤 내용이냐가 중요한데, 아직 시도조차 없기에 2020년과 2021년에 발의된 안(案)과 같을지 다를지, 반대해야 할 내용인지 찬성해야 할 내용인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런데 한국교회 전체가 ‘악법 저지’라는 이름으로 집회를 할 때,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2024년 10월 현재 ‘차별금지법’이라는 말 자체가 일반 언론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차별금지법은 폐기되었기에 존재하지 않고, 상정되려는 분위기도 아니기 때문이다. 언론에 언급되지 않는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도 이 문제에 관심이 없다. 그런데 이번 일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긁어 부스럼이다. 대한민국에서 동성혼 논의를 공적으로 벌이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도리어 교회가 공론의 판을 깔아줄 것이다.4) 무관심한 세상에게 관심을 갖게 해줄 것이다. 이제 세상이 관심을 갖고 개신교의 입장과 함께 할지, 아니면 개신교의 입장에 반대할지 알 수 없다. 그런데 만약 개신교의 입장에 반대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오히려 이번 집회가 동성결혼 합법화 논의에 불을 지피는 불쏘시개가 되지는 않을까?

 

5) 간통죄와 낙태죄 등의 다른 죄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는 비기독교적인 내용이 많다. 세상의 법이기에 당연한 일이다. 세상은 세상의 가치를 따라 산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부분부터 이미 비기독교적이다(롬 13:1). 위 조항은 그렇다쳐도 2015년 2월 26일(목)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형법 제241조에 있는 간통죄 처벌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2016년 1월 6일 이후 대한민국에서 간통은 불법이 아니다. 제7계명 “간음하지 말라”는 말씀에 위배된다. 2019년 4월 11일(목) 헌법재판소는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에는 국가가 낙태를 허용할 수 있다.”라며 형법 269조와 270조가 위헌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제6계명 “살인하지 말라”는 말씀에 위배된다. 대한민국 민법 834조는 “부부는 협의에 의해 이혼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는 “누구든지 음행한 이유 외에 아내를 버리고 다른 데 장가드는 자는 간음함이니라”(마 19:9)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위배된다. 하지만, 교회는 이러한 결정이 기독교의 가치에 위배 됨을 전도할 수 있으나, 관여할 수 없다. 그런데, 이번 집회 주최 측의 생각처럼 관여할 수 있다면, 간통, 낙태, 이혼은 물론 혼전 동거, 혼전 성관계 등도 법으로 금지하라고 강력히 주장해야 한다. 술 취하는 사람을 처벌하라고 해야 한다. “건강한 가정 거룩한 나라”를 모토로 했기에 더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모순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2. 성경과 신앙고백에 위배되는 방식

 

1) 세상의 법에 교회가 관여할 수 없다는 신앙고백

 

위반간통, 낙태, 이혼 등에 대한 법률, 이번 대법원 판결은 모두 세상의 법이다. 대법관들은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 대법원 판례에 따라 판결했다. 판결문 “대법원 2023두36800”에는 성경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대법원은 성경을 따르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만 아니라 이 세상의 어느 나라도 성경적으로 결정하는 나라는 없다. 교회가 세상법에 일일이 관여할 수 없다. 세상과 교회는 다르다. 둘은 분명 구분된다. 그래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31장 5절은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제31장 공의회와 협의회에 관하여5. 공의회와 협의회는 교회 문제 이외의 일을 다루거나 결정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특별한 경우 겸손한 청원의 방식이나 국가 공직자의 요청에 의한 양심의 만족을 위한 충고의 방식 외에는 국가의 사무civil affairs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눅 12:13-14; 요 18:36).그럼에도 장로교 고신, 합동, 통합, 합신, 백석, 대신 총회는 이 집회의 참여를 총회적으로 결정했다. 교회가 스스로 자신의 신앙고백을 위반했다. 법(신앙고백)을 어겨가면서까지 이런 집회를 하는 것이 세상 앞에 어떻게 비춰질까? 선으로 악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악으로 악을 이긴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참조. 롬 12:17, 21; 벧전 3:9)교회가 세상의 결정에 관여할 수 없음은 정교분리에 근거한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31장 5절은 정교분리를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교회는 지금까지 정교분리를 중요하게 여겼을까? 여러 이유 중 하나는 교회가 세상 결정에 관여할 때 생겨날 부작용 때문이다. 교회가 세상의 결정과 법에 관여하기 시작하면, 세상도 교회의 법과 결정에 관여하기 시작할 것이- 5 다. 그렇게 될 때 교회와 세상 중, 어디가 더 불리할까? 세상은 사사건건 교회법에 관여할 것이다. 세상은 교회 치리회에 관여할 것이다. 결국 교회는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교회가 세상의 법과 결정에 관여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그럴 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만약 교회가 간음죄를 권징하는 것에 대해 세상이 관여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교회가 낙태죄를 권징하는 것에 대해 세상이 관여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교회가 동성애를 권징하는 것에 대해 세상이 관여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2) 예배와 찬양과 기도를 시위의 도구로

 

집회의 공식명칭은 “1027 악법저지를 위한 2백만 연합예배 찬양 & 큰 기도회”다. 예배와 찬양, 기도의 목적이 악법 저지다. 예배, 찬양, 기도를 하나님이 아닌 세상을 향해 하려고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제3계명을 어기는 일이다(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112-113문답).예배와 찬양은 ‘악법 저지’와 맞지 않다. 예배와 찬양은 삼위일체 하나님께 올려 드리는 일이다. 악법 저지의 수단이 될 수 없다. 예배와 찬양과 기도가 시위의 수단과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수단이 잘못되면 안 된다. 하나님을 위한다면서 도리어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사용한다면 하나님을 위하는 게 아니다.악법을 막기 위해 기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기도라도 광장에서 할 일이 아니다. 기도는 하나님께서 들으시라고 하는 것이지, 세상을 향한 시위 목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예수님은 “너희는 기도할 때에 외식하는 자와 같이 하지 말라 그들은 사람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큰 거리 어귀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하느니라...”(마 6:5)고 하셨다. 악법 저지를 위한다면 광장이 아니라 예배당에서, 공적 모임에서 그리고 신자의 삶에서 기도해야 한다.신자가 예배, 찬양, 기도를 시위의 도구로 사용하면, 세상은 기독교를 오해하게 된다. 세상은 기독교를 매주일 예배당에서 시위하는 종교로 오해할 것이다. 예배, 찬양, 기도를 정치의 도구화로 삼는 종교로 오해할 것이다. 개신교의 모든 종교 행위를 정치 행위로 오해할 것이다. 그야말로 제3계명을 어기는 일이다.

 

3) 200만이라는 숫자를 드러내는 집회

 

주최 측의 목표는 오프라인 100만, 온라인 100만이다. 사실상 100만이다. 그런데, 외부적으로는 200만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결국 집회의 성격이 종교집회가 아닌 정치집회라고 스스로 규정한다. 예배라면, 얼마가 모이든지가 중요하지 않다. 예배와 찬송과 기도로 막겠다는 의지라면 숫자의 많고 적음이 중요하지 않다. 하나님의 눈과 귀는 의인과 그 간구를 향하신다(벧전 3:12). 그러니 200만이라는 숫자를 말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러나 숫자를 내세웠으니 정치집회다. 기독교가 힘을 과시하려는 것이다.기독교는 과연 숫자의 많음으로 힘을 과시하는 종교인가? 교회는 숫자가 아니라 오히려 온유와 두려움으로 세상을 향해 말해야 한다(벧전 3:15). 복음은 강한 것으로 강한 것을 이기지 않고, 약하고 미련한 것으로 강한 것을 이긴다. 복음은 약할 때 강하다.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하심이 사람보다 강”하다(고전 1:25). 하나님은 약한 우리를 사용하셔서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신다(고전 1:27). 그러므로 교회는 세상을 힘으로 전복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십자가의 도의 미련한 것으로(고전 1:18, 21), 이 세상의 어리석고 미련함을 부끄럽게 해야 한다(고전 1:27).5) 만약 200만이라는 숫자로 이 일에 승리하더라도 하나님께서 기드온에게 말씀하신 것처럼 “너를 따르는 백성이 너무 많은즉 내가 그들의 손에 미디안 사람을 넘겨주지 아니하리니 이는 이스라엘이 나를 거슬러 스스로 자랑하기를 내 손이 나를 구원하였다 할까 함이니라”라고 하시지 않을까?(삿 7:2)

 

4) 교회의 태도와 복음의 가치

 

교회가 광장에 모여 예배, 찬양, 기도로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성경이 가르치는 교회의 태도와 맞지 않다. 베드로전서 3:15는 말한다. “너희 마음에 그리스도를 주로 삼아 거룩하게 하고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되 온유와 두려움으로 하고” 이 외에도 성경은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롬 12:17),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롬 12:19), “악을 악으로, 욕을 욕으로 갚지 말고 도리어 복을 빌라 이를 위하여 너희가 부르심을 받았으니”(벧전 3:9)라고 말씀한다. 세상은 내용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태도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용이 좋아도 태도가 나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번 집회는 세상으로 하여금 교회의 태도를 오해하게 만들기 쉽다. 기독교의 가치를 세상에 보여주려다 기독교를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서울에 사는 그리스도인에게 주일 오후 도심 집회는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교통체증의 주범으로 평소에도 불청객이다. 그런데 그 불청객이 같은 그리스도인이라면? 이들의 구호가 교회에 속한 이들에게도 거부감이 든다면, 세상은 어떠할까?

 

5) 잘못된 성경구절과 구호

 

집회 측은 포스터에 “오라 우리가 길갈로 가서 나라를 새롭게 하자”는 사무엘상 11장 14절 말씀을 내세웠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새롭게 하자는 의미로 인용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구절이 말하는 ‘나라’는 세상 나라가 아니다. 구약 이스라엘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오늘날에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교회다(요 18:36). 집회 측은 성경 구절을 잘못 인용하고 있다.6)집회 측은 “제2의 종교개혁”을 구호로 내세운다. 날짜도 10월 27일, 종교개혁 기념주일이다. 하지만, 종교개혁은 교회개혁이었다. 교회를 개혁하여 그 영향을 세상에 끼친 것이다. 실제로 교회가 바로 설 때 세상이 바로 선다. 그런데 집회 측은 세상 죄를 이야기한다. 모순이다. 성경구절과 구호조차 제대로 인용하지 않은 집회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런 집회를 열 것이 아니라 각 교회에서 교회의 죄를 회개하는 예배와 기도회로 모여야 한다(벧전 4:17). 그럴 때 교회가 바로 서고 진정한 제2의 종교개혁이 가능하다.

 

6) 양심의 자유 문제

 

집회 참여를 결정한 대다수 교파는 장로교회다. 장로교회 헌법 정치 원리는 제1조에서 양심의 자유를 다룬다. “하나님은 신앙과 예배에 대하여 말씀에 위반되거나 탈선되는 사람의 명령이나 교리를 받지 않게 양심의 자유를 주셨다. 누구든지 이 부분에 있어서 양심대로 판단할 권리가 있고 누구든지 이 권리를 침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집회 구호 중 하나는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모든 성도는 모이자”다. “성경 믿는 성도 다 모이자”다. 이 모임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은 바알에게 무릎 꿇은 성도로 오해하게 만들었다. 참여하지 않는 성도는 성경을 믿지 않는 성도인 듯한 압박감을 주고 있다. 성도의 양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다. 이번 행사를 앞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생각보다 반대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자 찬성하는 측이 반대하는 측을 비난한다. 심지어 마귀, 사탄, 바퀴벌레라고까지 했다. 양심의 자유를 짓밟는 행위다. 하나님의 백성을 마귀와 사탄이라고 하는 것은 제6, 9계명 위반이다. 성령님께서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인 것을 증언하시는데(롬 8:16) 함부로 마귀와 사탄이라고 말하는 엄청난 죄다.

 

3. 집회 방식

 

1) 동성혼을 허용하면 교회가 망한다고?

 

집회 측은 “동성혼을 허용하면 교회가 망한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이런 악법을 막지 못하면 1천만 성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교회도 침몰할 것”이라고 호소한다. 과연 교회가 동성혼 때문에 망할 정도에 불과한가? 그런 말을 쉽게 할 때 세상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동성혼 합법화로 망할 정도의 교회를 왜 다니나?’라고 되묻지 않을까?

 

2) 한 번으로 끝?

 

집회 측은 “이번에 반드시 막는다”고 했다. 이 행사를 통해 막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이런 일은 한번 막는다고 해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이번에 막았다고 치자.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 번 막으면 다음에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인가? 죄를 이 세상에 없어지게 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때마다 이런 집회를 계속할 것인가? 악법 철폐나 반대 운동을 벌이는 것은, 혹 그 악법이 통과되어도 그대로 따르겠다는 약속이다. 그게 이번 반대 ‘운동’에 담긴 뜻이다.7) 그렇다면 이번에는 막았는데,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동성애 외의 다른 주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일일이 이런 집회를 열 것인가?

 

3) 100만명이라는 숫자

 

제목은 200만이지만 실제 목표는 오프라인 100만 명이다. 하지만, 200만이라는 구호 때문에 많은 사람은 200만 명인 줄 안다. 이 일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상세한 내용까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일단 100만 명으로 알고 있다고 치자.만약 100만 명이 안 모이면 어떻게 할 것인가? 200만 명이 모이겠다고 소리쳐 놓고, 그에 한참 못 미치는 인원이 모이면, 결국 이 집회가 내세우는 구호가 힘을 잃지는 않을까? 실제로 모일 숫자를 세상이 받아들이고 그 숫자의 힘이 결국 영향을 끼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처음에는 숫자를 말하지 않고 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방법이 아닌가?

200만이라는 숫자의 싸움을 집회 측이 먼저 시작했다. 결국 숫자의 싸움이 될 것이다. 이제는 다른 상대도 얼마든지 숫자를 내세울 수 있다. 현재까지는 그럴 가능성이 적지만, 만약 200만보다 더 많은 사람이 동성혼 찬성 집회를 벌이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깨끗이 승복이라도 할 것인가? ‘전쟁’(?)을 선포했다면, 그 정도의 전략과 전술은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진리 문제’에 해당하는 것을 ‘수의 문제’로 치환해 버렸으니, 이제 그 수에 대항하는 이들에 대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 한국개신교회 교인의 숫자가 800만 정도다. 그마저도 출석 인원이 아니다. 심지어 계속해서 줄고 있다.8) 그럼에도 일단, 최대한으로 잡아서 1천만이라고 치자. 나머지 4천만이 반대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정치는 수 싸움이다. 더 많은 사람의 동의를 얻는 고도의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냉철한 지혜가 필요하다. 흥분하다가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다.”9)

 

4) 변질되고 오해될 우려

 

집회 측이 목표하는 100만 명은 엄청난 숫자다. 광역시 기준 인구다. 100만 명이 한 장소에 모이는 건 더더욱 쉽지 않다. 45인승 버스가 주차할 공간까지 고려하면 엄청나다. 이 많은 인원이 모였을 때 과연 통제가 가능할까? 아무리 통제하더라도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구호를 들고 나올 것이다. 종교집회라고 말했지만, 분명 정치적 구호를 들고 나오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 “주최 측이 제공하지 않는 집회 도구나 용품은 허용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광고 문안에 넣었으나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으며, 사전 통보가 있었다 하더라도 일부 일탈자들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심지어 전광훈 씨 같은 세력은 물론 이단도 참여할 수 있다. 그 많은 사람을 통제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들은 우리 집회와 무관한 사람이다’라는 설명과 증명도 쉽지 않다. 결국 이 집회의 성격은 오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모든 책임을 한국교회가 뒤집어쓸 수도 있다.

 

5) 종교집회인가 정치집회인가?

 

집회 측은 이 연합예배가 철저히 정치구호를 배제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치집회가 아니라 종교집회라고 항변한다.하지만, 그렇게 주장한다고 해서 종교집회가 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정치집회가 이뤄지는 장소인 광화문이라는 장소 선택에서부터 설득력을 잃었다. 수십만 명이 광장에 나가는 순간 정치집회다. 정치집회가 아니라고 말한다고 해서 아닌 게 되는 것이 아니다. “악법 저지”라는 구호도 이미 정치적이다. 법을 만들고 없애는 것은 정치 행위다. 동성혼을 반대하고 합법화를 막는 운동은 정치 행위다. 대법원 판결에 저항한다는 집회의 성격이 이미 정치집회라고 스스로 규정하고 있다. 형식이 예배와 찬송과 기도일 뿐, 내용은 정치집회다.10) 모든 사람이 정치집회로 여길 집회를 “우리는 분명 종교집회다.”라고 말하면 아무도 들어주지도 믿어주지도 않는다. 세상은 이 집회를 정치 행위로 받아들일 것이다. 사실(Fact)도 중요하지만 인식(Cognition)도 중요하다. 종교집회라고 호소하는 정치집회를 바라보는 세상은 결국 교회도 오해할 것이다. 교회가 정치를 좌지우지하려고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세상은 교회를 종교집단이 아닌 정치집단으로 오해할 것이다. 우리의 의도와 상관 없이 말이다.

 

6) 세상이 들어줄 방식인가?

 

교회가 세상을 대할 때 명심해야 할 방식은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게다(마 10:16).집회나 시위의 목적은 우리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이다. 세상의 설득을 얻어야 한다. 불신자들이 이 집회를 보면서 동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 그런데 과연 이 집회가 그런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섣부른 정치 행동으로 도리어 상대편에게 도움을 주지는 않을까? 집회 측은 100만 명이 모이면 대세는 역전될 것이라고 한다. 너무나 허황된 생각이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자기들의 주장을 부르짖는다. 그렇다고 해서 다 관철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번 집회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수많은 문제 때문에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한때 한국사회에서 교회는 세상에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세상으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우리의 어떠함을 떠나 세상이 그렇게 보고 있다. 이러한 때 세상이 개신교를 더 나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앞으로 다른 주제로 개신교가 부르짖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집회는 지혜롭지 못하고 순결하지 못하다. 뱀처럼 지혜롭게 해야 할 일을 무분별한 열심으로 진행할 때 결국 하나님의 일이라도 그르칠 수 있다(마 10:16; 요18:11; 롬 10:2). 이 집회가 교회의 승리가 아니라 오히려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II.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원주의 세상에 사는 그리스도인

 

그리스도인은 세상에 있되 세상에 속하지 않으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다(요 15:19). 세상에 동화되지 않으면서, 세상에 복음을 전하고,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때 우리는 다원주의 사회를 살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다양한 입장을 지닌 사람과 어울려 산다. 내가 신앙에 따라 살듯, 남들도 불교, 이슬람교, 미신, 무신론, 유물론, 범신론, 회의론 등 자신의 신앙에 따라 산다.11) 이런 사회 속에서 기독교의 입장을 세상에 일방적으로 강요할 때, 어떤 일이 발생할까?만약 불교가 개신교처럼 자신들의 입장에 근거하여 이런 집회를 열게 되면 어떻게 될까? 진화론자들이 개신교가 창조론을 가르치지 못하도록 법제화하자고 집회를 개최하면 어떻게 될까? 국민의 대다수인 무신론자들이 신을 믿지 못하도록 하자고 집회를 열고 2천만 명이 모여서 시위를 하면 어떻게 될까?

 

세상의 핍박을 받을 때

 

혹여나 세상의 핍박이나 박해를 받더라도 이상히 여기지 말아야 한다(요일 3:13). 세상은 당연히 우리를 미워한다(요 15:19; 시 69:4; 창 3:15). 우리는 세상의 적대 앞에 늘 설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가치관이, 우리의 세계관이, 우리의 문화가 세상의 그것과 다르기 때문에 이는 필연적이다. 그런 가운데 성도는 더더욱 경건하게 살기 위해 애써야 한다(딤후 3:12).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아야 한다(딤후 1:8; 2:3). 고난에 참여하는 것을 즐거워하며,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치욕 당하는 것을 복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벧전 4:13-14). 성도는 세상의 미움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신실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예수님의 이름 때문에 고난받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마 10:22; 24:9). 그러면서도 세상을 사랑해야 한다. 세상은 우리가 한없이 품어야 할 대상이다. 세상이 미워해도 끝까지 세상을 사랑해야 한다. 세상이 우리를 미워하는 것을 넘어 혐오해도 우리는 세상을 환대해야 한다. 교회가 세상의 방식을 따라 해서는 안 된다.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 5:44)는 주님의 명령에 따라 사랑의 대상을 끊임없이 넓혀 가야 한다.

기독교는 우리에게 무한히 호의적인 세상 속에서 안락함과 편안함을 누리는 종교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를 혐오하고 대적하는 세상 속에 침투하여, 우리를 혐오하는 그들을 사랑하고 희생하며, 세상을 껴안는 종교다.

 

교회를 먼저 개혁

 

그리스도인은 먼저 “우리가 여호와께 범죄하였나이다”라며 교회의 죄를 회개해야 한다(삼상 7:6).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진노를 두려워하며, 마음을 찢고 하나님께 돌이켜야 한다(왕하 22:19; 욜 2:13). 교회는 세상의 들보를 지적하기에 앞서 교회의 눈 속에 있는 티를 회개해야 한다(참조. 마 7:3). 선지자들은 바벨론의 죄보다 이스라엘의 죄를 지적하고 회개를 촉구했다. 하나님의 눈은 세상보다 교회를 먼저 향하고 계신다(벧전 4:17).교회 안에 이미 많은 죄가 있다. 교회는 이혼, 혼전순결, 간음, 낙태 등에 대해 권징하지 않은 지 오래다. 교회는 먼저 이러한 죄를 회개해야 한다.

 

교회의 사회참여

 

집회와 시위는 분명 민주시민에게 주어진 헌법상 권리지만, 교회가 행할 권리는 아니다. 교회는 주어진 권리도 행사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 교회는 세상법이 아니라 하나님의 법을 따른다. 교회는 피켓을 들고 항의할 것이 아니라, 성도들이 삶의 현장에서 말씀을 따라 살면서 말씀의 가치를 증거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교회는 교인들에게 동성애를 비롯하여 성경이 가르치는 무수히 많은 죄, 곧 모든 불의, 추악, 탐욕, 악의, 시기, 살인, 분쟁, 사기, 악독, 수근거림, 비방, 하나님을 미워함, 능욕, 교만, 자기 자랑, 부모 거역, 무자비함, 자살, 낙태, 안락사, 간음, 음행, 이혼, 도둑질, 거짓증거 등이 죄라는 사실을 지적해야 한다(롬 1:29-32).그렇지 않아야 하겠지만 혹여나 동성혼이 합법화되더라도, 교회는 오히려 그러한 때가 교회가 세상과 구별되는 그야말로 우리의 거룩함을 입증할 기회임을 알고 교인들로 하여금 고난에 참여하는 것을 즐거워하면서 이 일을 견뎌야 한다(벧전 4:12-19). 또한 신자는 절대로 동성결혼을 할 수 없음을 가르쳐 지키게 해야 한다. 동성혼에 동의하거나 동성혼을 하는 이가 있으면 권징해야 한다. 말씀의 법에 따라서는 결혼으로 인정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간통을 죄로 처벌받지 않는 시대지만, 교회는 간음한 이에 대해 영적 처벌인 권징을 행해야 한다. 혼전순결을 어긴 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참고로, 본인은 2015년 3월 1일 한길교회 소식을 통해 “2015년 2월 26일(목)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한 「형법 241조(간통죄)에 대한 위헌판결 (사건번호: 2009헌바17)」 은 그 법리적 해석과 상관없이, 하나님의 말씀의 원리에 위배되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모든 교인에게 광고했으며, 2019년 4월 14일 한길교회 소식을 통해 “2019년 4월 11일(목)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에 대한 위헌소원판결 (사건번호: 2017헌바127)」 낙태죄 사건은 그 법리적 해석 및 국가의 권위와 상관없이, 하나님의 말씀의 원리에 위배되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모든 교인에게 광고했다.

 

신자의 사회참여

 

교회에서 말씀을 배운 교인들은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부르신 삶의 영역에서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한다(요 17:15-17).교인은 신앙의 영역에 대해서는 피켓이나 확성기를 들 것이 아니라 복음의 말씀을 전해야 한다. 동성애와 동성혼이 만연한 시대에 교회는 세상의 가치와 달리 그러한 것을 죄로 여긴다는 사실을 복음을 통해 증거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믿지 않는 사람들 가운데 복음의 가치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날 수 있다.또한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잘 설득하고, 헌법상 보장된 권리와 의무에 따라 신자다운 자세를 토대로 활동해야 한다. 정치인들을 설득하는 일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삶의 현장에서 세상과 구별된 윤리를 보여줌으로서 기독교의 가치를 잘 드러내어, 십자가 복음을 증거하고, 세상에서 승리해야 한다. 세상이 더더욱 타락할 때,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그렇지 않음을 더더욱 드러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소수의 그리스도인이 거대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12) 무엇보다 세상을 향해 해야 할 일은 동성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고 죄 문제를 해결 받으라는 복음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일이다. 세상을 향해 동성애가 죄라는 사실을 말하는 것만 아니라 동성애자들에게도 복음이 필요함을 분명하게 가르쳐야 한다.

 

결론

 

이 집회를 둘러싼 여러 문제가 있다. 그만큼 이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그렇기에 오해를 무릅쓰고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다. 교회를 위한 반대다. 잘 모르는, 혹은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반대다. 복음은 간단하지만 단순하지 않다. 복음은 명확하면서 풍성하다. 그렇기에 모든 문제를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거나 극단주의의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하나님은 신자에게 성경은 물론 상식과 이성, 분별력을 허락하셨다(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1장 6절; 29장 6절). 우리는 이 사실을 명심하고 이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너희 중에 지혜와 총명이 있는 자가 누구냐 그는 선행으로 말미암아 지혜의 온유함으로 그 행함을 보일지니라” (약 3:13)

 

1) http://reformedjr.com/1842966 (성희찬 글), http://reformedjr.com/1843338 (손재익 글)

2)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분명히 밝힌다. 이 글을 쓴 본인은 동성애가 죄라고 믿는다(창 19:5; 레 18:22; 20:13; 롬 1:26-27;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24장 1절;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139문답 등등). 이러한 입장을 일일이 밝혀야만 오해를 받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

3) 대법원 판결문은 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https://www.scourt.go.kr/ )에서 누구든지 검색할 수 있으며, 해당 판결문은 다음 링크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http://vvd.bz/fTUH

4) 권수경, 10월 27일 광화문 집회를 앞두고, 기윤실 웹진 좋은나무, (https://cemk.org/38259/ )

5) http://reformedjr.com/1843338

6) 이런 식으로 성경구절을 잘못 인용하면서 국가 정책에 대해 시위하는 경우가 미국에서도 일어난다. 대표적인 구절이 역대하 7:14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들의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낮추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찾으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사하고 그들의 땅을 고칠지라”라는 말씀이다. 이 구절은 미국 상황을 언급하면서 자주 인용된다. 그러나 이 구절은 국가가 아닌 교회에 적용되어야 한다. Tremper Longman III(트렘퍼 롱맨 3세), The Bible and the Ballot: Using Scriputre in Political Decisions (Grand Rapids: Eerdmans, 2020), 안영미 옮김, 『성경과 현대의 공적 이슈』 (서울: 새물결플러스 2023), 47.

7) 권수경, 10월 27일 광화문 집회를 앞두고.

8) https://v.daum.net/v/20241001195708698 9) 권수경, 10월 27일 광화문 집회를 앞두고.

10) 권수경, 10월 27일 광화문 집회를 앞두고.

11) 권수경, 10월 27일 광화문 집회를 앞두고.

12) http://reformedjr.com/1843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