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묵상

한국교회가 민주의식이 결여된 이유

등불지기 2024. 12. 8. 19:49

 

 

한국교회가 민주의식이 결여된 이유

 

지난주 대통령이 밤늦은 시간에 비상계엄을 발표하였습니다. 계엄군인들이 국회와 선관위에 들이닥치는 모습에 모든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국회를 보호해야 할 경비대와 경찰조차 국회의원들이 국회로 들어가는 것을 가로막았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경험했던 그 비상계엄을 45년만에 다시 경험하는 그 순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퇴보하는 것은 순간임을 직감했습니다. 이 일로 대부분의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고 지식인들은 시국선언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왜 잠잠할까요? 얼마전 차별금지법 통과 저지를 위해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던 그 한국교회는 지금 왜 잠잠할까요?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나라가 망한다고 하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던 교회 지도자들이 왜 지금은 잠잠한 걸까요? 지금은 차별금지법 통과보다 더 무서운 내란의 문제가 터졌는데도 말입니다. 이러한 문제에 침묵하는 한국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제 마음은 너무나 무겁고 또 슬픕니다. 이런 일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어느 장로님으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그분은 매일 QT할 때 직접 기도문을 작성하는 분입니다. 그분이 보내주신 기도문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세우신 지도자를 끌어내리려고 시도하는 이 시국에서 나라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이 기도문을 읽고 많이 놀랐습니다. 왜냐면 저는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헌법을 어기고 무력으로 국회를 장악하려고 한 것은 명백한 내란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당연히 사퇴 아니면 탄핵 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장로님은 하나님이 세우신 지도자를 끌어내리려고 하는 시도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기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교회를 다니는데 이토록 생각의 차이가 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첫째, 교회들은 물질을 사랑하고 외형적 성장을 추구하고 신학교들은 교회성장학을 가르치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둘째, 교회들 자체가 민주의식을 가르치지 않고 있고 오히려 민주의식에 반하는 방식으로 교회를 운영하기 때문입니다. K-pop이라는 문화가 꽃피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교회가 분명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교회는 영아부, 유치부 때부터 대학 청년부에 이르기까지 노래, 장기자랑을 발표합니다. 어릴 때부터 끼를 부릴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주는 곳이 교회였습니다. 그러나 민주의식은 어떻습니까? 사회정의에 대한 의식에 관하여 교회가 학생들과 청년들에게 무엇을 가르쳤습니까? 오로지 기도와 말씀 그리고 전도와 부흥만 강조하지 않았습니까? 우선 교회가 운영되는 방식이 민주적이지 않습니다. 저는 어릴적 중등부에서 처음 임원을 맡아서 교회 봉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임원들이 하는 일이 회칙을 세우고 회칙에 따라서 임원을 선출하고 또 행사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고등부, 대학부, 그리고 청년부를 다닐 때는 줄곧 회장을 했었는데 회장의 중요한 역할이 회칙을 항상 염두에 두고 회의를 진행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회칙과 회의를 통해서 조직을 이끌 때 민주적인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교회어른들을 보니 회의가 없습니다. 반대의견을 제기하는 것을 원천 차단합니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 한 두 사람의 의견으로 결정합니다. 대부분의 교회들을 보면 담임목사 한 사람이 인사권, 행사결정권, 치리권을 모두 쥐고 행사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교인들이 그런 모습이 은혜로운 교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치열한 토론, 논쟁, 반론 같은 것은 은혜로운 교회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장로이면서도 교회의 문제들에 관하여 그저 침묵하는 것이 좋은 장로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교회 문화 속에서는 바람직하고 건전한 민주의식이 싹틀 수 없습니다. 민주의식이 무엇입니까? 권위주의와 독재를 방지하기 위해 권력을 분산하여 서로 견재하여 권위주의 정신보다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서로 일치를 이루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다양한 생각과 반대되는 생각 자체를 으로 여기고 대화가 안 되면 힘으로 눌러버리는 것을 교회에서 용납하는데 어떻게 교회에서 건강한 민주의식이 싹틀 수 있겠습니까? 지금의 한국교회는 민주의식이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결여되어 있는 곳이 되고 말았습니다. 교회 자체가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