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와 설교
(존 파이퍼 목사님의 설교 모습)
선교사와 설교 Missionary and the preaching
제가 좋아하는 로이드 존스 목사님은 [목사와 설교]라는 교과서적인 책을 저술하였습니다. 모든 목회자들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저는 처음으로 [선교사와 설교]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모든 선교사와 목회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은 모두 주님의 은혜입니다.
선교사는 설교를 잘 못한다(?)
한국에서 교역자 생활을 할 때 여러 선교사의 설교를 들어보았지만 설교를 잘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분이 많지 않았습니다. 제가 선교지에서 살다보니 그것이 이해가 됩니다. 첫째는 선교사로서 설교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현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는 하여도 자주 설교를 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저도 일 년에 한 번 강단에서 한국어 설교를 할까 하는 정도인데 이번에 안식월을 맞이하여 한국을 방문할 때 한 달에 열 번을 넘게 강단에서 설교해야 했습니다. 둘째는 설교를 연구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목회할 때는 설교에 대해 늘 고민했었습니다. 설교학에 관련된 저서들을 자주 접했고, 어떻게 설교를 할 것인가에 대해 연구도 하고 고민도 했습니다. 그런데 선교지에서는 설교에 대한 고민을 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필요가 없습니다. 설교를 할 기회가 많아야 하고 설교에 대해 고민을 해야 될텐데 그렇지 못하니까 선교사는 설교를 잘 못하게 되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선교와 설교는 무관하지 않다!!
이런 점에서 선교사는 설교를 못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교사는 설교할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하고, 설교 자체에 대해 고민을 해야만 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선교사로서 자주 설교할 기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선교지에서는 주로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사역을 하는데 어떻게 모국어로 설교할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요? 첫째 현지인 교회에서 자주 초청을 받아 설교를 해야 합니다. 비록 현지어로 설교를 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자주 설교를 해야 합니다. 저는 현지인 교회에서 목회를 하지 않지만 언제든 초청할 때 기꺼이 설교를 합니다. 한국에서 머물 동안 모국어로 설교하면서 종종 ‘차라리 영어로 설교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설교하면서 답답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영어설교를 잘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제 영어설교는 아프리카식 영어설교를 의미합니다. 둘째, 가족은 모국어로 설교할 가장 좋은 대상입니다. 저는 주일은 가능하면 가족을 앉혀놓고 설교합니다. 정장을 하고 3-40분 정도 정식으로 설교를 합니다. 물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설교를 해야 합니다만 그래도 가족이 은혜 받는 것은 그 어떤 큰 교회에서 은혜를 끼치는 것보다 중요합니다.
선교의 본질은 설교를 가르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선교사는 비록 현지어로 현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지도자를 키우는 일에 헌신해야 하지만 틈틈이 시간을 내어 설교를 연구해야 합니다. 첫째 현지인들을 지도자로 키우기 위해서라고 설교를 연구해야 합니다. 선교란 결국 현지인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선교사는 현지인들에게 설교를 가르치고 훈련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성경을 읽고 연구하고 해석하고 묵상하고 적용하는 법을 가르칠 뿐 아니라 그들에게 설교하는 법도 가르쳐야 제대로 된 선교사역이라고 봅니다. 성경을 연구하고 묵상하는 법도 가르쳐야 하지만 설교를 연구하고 준비하는 법도 가르쳐야 하는 것입니다. 둘째 설교학에 관련된 저서를 꾸준히 읽어가야 합니다. 선교사 하면 앞에서 언급한 몇 가지 이유들로 인해 설교를 등한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럴지라도 선교사들을 비난하지는 않아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교사는 자기 훈련과 자기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그 중에 하나가 설교학에 관련된 책을 가까이 하는 것입니다. 최신 설교학의 동향도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선교란 현지인들을 영적 지도자로 키우는 사역이라면 그들에게 복음만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영적 기술도 전수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본문연구와 설교연구는 다르다
설교준비에는 크게 두 가지 영역이 있습니다. 본문연구와 설교연구가 그것입니다. 본문연구란 도 다시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집니다. 평소 경건의 훈련으로서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차원에서의 성경연구가 있고, 특정 회중을 대상으로 어떤 본문을 선택할 것이며 선택한 본문을 어떻게 해석하고 연구할 것인지에 대한 것입니다. 한국에서 목회하는 목회자들은 일주일에 최소한 10번 이상은 설교를 하게 됩니다. 이럴 경우 경건의 습관으로서의 성경읽기와 묵상은 점점 약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의 목회자들 경우 개인 경건의 차원에서의 성경읽기와 연구하기 혹은 묵상하기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겠지요. 많은 한국의 목회자들이 나름대로 강해설교를 한다고 자부합니다만 제가 볼 때 제대로 된 강해설교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경건훈련으로서 성경읽기와 연구하기가 먼저 체질화하기 전에는 제대로 강해설교하기가 어렵습니다. 대부분 강해설교자들은 설교할 주일이나 날짜를 앞두고 본문연구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강해설교가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주된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제안하는 것은 어떤 책을 강해설교를 하려고 한다면 최소한 개인경건의 차원에서 그 책에 관한 연구와 주해 그리고 묵상은 주중에 주일설교를 준비하는 것과 상관없이 별도로 끝내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제대로 된 강해설교를 해낼 수 있습니다.
설교연구는 언제 하는가?
설교준비로서의 설교연구는 또 다른 차원의 준비과정입니다. 앞서 제가 제안한 대로 본문연구는 이미 경건의 차원에서 주일설교를 준비하기 오래 전에 이미 완성되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창세기 강해설교의 경우 창세기 전체를 읽고 몇 번에 걸쳐 설교할 것인지, 각각의 설교제목, 본문의 핵심 사상, 기본적인 주제문장과 설교요지는 모두 준비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설교연구는 설교하기 전 주간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입니다. 설교연구라 함은 설교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예화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핵심 단어key word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 분위기와 언어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그러니까 설교의 흐름과 방향에 대해 연구하는 것입니다. 많은 설교자들이 설교하기 전에 서재에 들어가는데 제가 제안하는 것은 서재에 들어가는 것은 오래 전에 이미 마쳐야 하는 것이고 설교하기 전에는 회중의 삶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설교하기 전에는 회중과 만나서 그들의 삶의 자리에서 상담도 하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고 그들과 함께 눈물로 기도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설교할 때 회중의 삶의 자리에서 진리의 말씀을 외칠 준비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많은 설교가 회중의 고민과 감정을 건드리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고 뜬구름 잡는 식의 설교가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설교연구를 위해 서재에 들어가지 말고 회중의 삶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거꾸로 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설교자들이 뜬구름 잡는 설교를 하고 있는 것은 설교준비를 책속에서 하기 때문입니다. 추상적인 설교를 피하는 방법은 설교준비를 회중의 삶속에서 하는 것입니다.
책에서 나와서 삶속으로 들어가라
두 부류의 설교자가 있습니다. 책 속에서 설교하는 사람과 삶 속에서 설교하는 사람입니다. 전자는 많은 개념을 나열하지만 회중의 삶을 건드리지 못합니다. 책 속에서 설교하는 사람의 특징은 원고에 얽매인다는 것과 설교자 자신이 한 설교도 잊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그 설교는 자신의 삶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책 속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메시지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설교자는 책에서 나와서 회중의 삶속으로 들어가야 하고 회중의 언어와 감정을 가지고 설교해야 합니다. 또한 설교자는 성경의 말씀이 자신의 삶속으로 깊숙이 침투해 들어올 수 있도록 시간을 들여 묵상하고 적용해야 합니다. 자신의 삶의 자리까지 내려오지 못한 메시지는 허공을 가르는 말들의 잔치일 뿐입니다.
책 속에서 설교준비하지 말 것
제가 설교를 잘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설교에 대해 나름 고민하고 설교학에 대해 여러 책들을 읽고 설교학을 연구한지 30년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설교를 들어보면 책속에서 설교를 준비했는지 회중의 삶의 자리에서 설교를 준비했는지 대충은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설교는 잘 조직되었고 잘 준비되었지만 회중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개념만 전달할 뿐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 없습니다. 마치 산탄총과 같이 결국 남는 것이 없는 설교가 되고 맙니다. 책속에서 설교를 준비한 설교자의 특징이 원고에 얽매인다는 것입니다. 만약 자신이 준비한 원고가 바람에 갑자기 휙 날려 가버린다면 책속에서 설교를 준비한 설교자는 반드시 당황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면 자신이 준비한 설교는 삶의 자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책속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또한 책속에서 나온 설교의 특징은 설교자가 자신이 설교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설교자가 자신이 무엇을 설교했는지도 잊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삶의 자리에서 나온 설교는 결코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설교자의 삶을 먼저 뒤흔들어놓았기 때문에 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책속에서 설교를 준비하지 말고 삶의 자리에서 설교를 준비하여야 한다는 것이 제가 제안하는 요지입니다.
내가 아는 하나님은 어떤 분인가에 초점을 맞출 것
설교자의 최고 최대의 영광이자 사명이 있다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며, 어떤 일을 행하셨는가를 회중에게 각인시킴으로서 회중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대면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교자는 자신이 아는 하나님이 어떤 분인가를 잘 알아야 합니다. 책속에서 설교준비하지 말라고 한 것을 책을 보지 말라는 뜻으로 오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여러 책을 읽는 것은 설교자로서 필요한 일입니다. 특히 주석만 아니라 신문도 읽어야 하고 시집과 수필집도 가까이 해야 하고 때로는 연애소설도 읽어야 합니다. 그러나 책에서 읽은 내용을 가지고 설교의 내용을 채워서는 안 됩니다. 자신이 설교해야 하는 내용은 성경에서 나와야 하며 무엇보다 성경본문에서 계시되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설교의 클라이막스는 그래서 언제나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며, 어떤 일을 하셨고, 하시고 계시며, 하실 것인가에 관한 것이며 이것이 설교자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서 뿌리를 두고 있어야 비로소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설교가 될 것이고 회중에게 은혜를 끼치는 설교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본문을 묵상하거나 연구할 때마다 반드시 하나님의 성품과 원칙이라는 큰 진리의 두 기둥을 잡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예화선택은 신중히
어떤 예화를 선택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책속에서 설교하는 설교자는 책속에서 예화를 뽑아냅니다. 자신이 읽은 책에서 감명깊은 구절이나 이야기를 찾는 것입니다. 비록 그 이야기가 나름 감동이 있을지라도 그것이 설교자의 삶과 회중의 삶에서 나오지 않는 한 공허한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좋은 예화는 성경에서 나오는 것이 좋습니다. 그 다음으로 좋은 예화는 설교자 자신의 삶에서 나오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이 전하는 진리를 자신의 삶에 어떻게 적용했는지 적용했더니 어떻게 되었는지 회중과 함께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할 때 주의할 것은 겸손이란 성품입니다. 자신이 경험한 진리를 나눌 때는 오직 진리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하지 반대로 자신의 경험이 진리보다 더 높아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차라리 자신이 진리를 적용하면서 이런 실패를 겪었고, 저런 아픔을 겪었다고 나누는 것이 이렇게 적용했더니 이런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하는 것보다 나을지 모릅니다. 그 다음으로 좋은 예화는 회중의 삶에서 뽑아낸 예화입니다. 그러기 위해 설교자는 회중과 함께 동고동락하여야 합니다. 회중과 함께 몸부림치는 설교자여야 합니다. 물론 이런 예화를 사용할 때도 주의해야 합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합니다. 회중을 조종하려는 의도로 비쳐져서는 안 됩니다. 회중의 어느 누구도 상처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누군가 ‘아, 저 설교는 일부러 나를 겨냥한 설교구나’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회중의 삶의 자리에서 예화를 찾는 것은 회중의 감정을 읽고 회중의 언어를 가지고 진리를 영화롭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삶의 자리에서 설교준비하는 10가지 방법
그러면 어떻게 해야 삶의 자리에서 설교를 준비할 수 있을까요? 앞에서 말한 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본문연구는 이미 오래 전에 (최소한 몇 개월 전에 이미) 마쳐두어야 합니다. 둘째, 설교의 요지와 대지, 핵심사상에 대한 연구도 오래 전에 마쳐주어야 합니다. 셋째, 설교의 흐름에 대해서 고민해야 합니다. 넷째, 책속에서 예화를 찾지 말고 설교자가 경험한 삶의 자리에서 예화를 찾아야 합니다. 다섯째, 회중의 감정과 언어를 가지고 설교하기 위해서 회중과 깊은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여섯째, 설교 직전에 설교자가 할 일은 회중을 심방하는 것입니다. 일곱째, 설교원고를 작성하는 일은 가능하면 설교하기 직전에 할수록 좋습니다. 여덟째, 설교원고를 작성할 때는 대화체로서 기록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홉째, 설교원고를 작성한 다음에는 다시 손바닥 크기의 메모지에 요약하도록 합니다. (이것을 key card라고 부릅니다.) 열째, 강단에 올라갈 때는 원고를 가지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key card를 가지고 올라가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설교할 때는 원고에 얽매이지 말고 원고 없이 설교 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합니다. 인용구나 격언 혹은 성경구절들은 미리 외워두어야 합니다.
설교를 잘 하는 선교사가 되기 위해
선교사가 설교를 잘 못한다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수없이 설교하는 ‘목회자들’보다 설교준비에 약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선교사는 복음의 최전방에서 사역하면서 얻은 ‘거친 영성’이 있습니다. 크고 작은 위험과 생생한 복음의 현장에서 경험한 하나님의 은혜와 기적과 놀라운 응답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새벽기도, 철야기도, 금식기도, 작정기도, 중보기도 등 여러 모양과 많은 시간을 들여 기도한 것처럼 선교지에서 기도하지 못하지만 선교지에서 경험하는 특별한 경험과 은혜가 많습니다. 본문에 대한 깊은 이해와 더불어 선교지에서 얻은 깊은 영성과 체험을 잘 살려서 설교할 수 있다면 선교사도 설교를 잘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설교를 잘 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하나님께서 전하라는 메시지를 충성스럽게 잘 배달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하겠지요.
South Africa,
김광락 선교사 올림..
P.S.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흑인 설교에 대해 글을 써볼 생각입니다.
흑인목사들의 설교는 여러모로 연구할 가치가 있는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무엇보다 아프리카의 토양이 스피치와 커뮤니케이션에 탁월한 자질이 있습니다.
역동적인 의사소통으로서의 설교에 대해서 연구하려면 흑인설교를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