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을 온전히 전하기
Don't be picky..
정성스럽게 식탁을 차렸는데 편식하는 아이들을 향해 엄마가 하는 말입니다. "편식하면 안 돼!" "까다롭긴!" 음식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는 것(혹, 먹이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요즘 아이들을 위해 도시락도 준비하고 끼니도 준비하면서 아이들에게 균형잡힌 식단을 준비해주고 싶은 마음 가득하나 훈련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란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목회도 마찬가지인데요..훈련되지 않으면 설교를 한다고 하면서 설교자가 하고 싶은 말, 강조하고 싶은 본문만 골라서 전달하기 쉽습니다. 교인들은 편식하기 쉬운 어린아이와 같은데 목회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균형잡힌 식단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런데 훈련이 되지 않으니까 목회자 자신이 균형잡힌 식단을 어떻게 준비하는지조차 전혀 알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현지교회 지도자들 중에 제대로 강해설교를 하는 사람을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자기 아이들보고는 편식하지 말라고 하면서 교인들에게 설교할 때는 항상 하고 싶은 말만 강조하거나 듣고 싶은 말만 하기 쉽습니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포장된 것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교인들의 삶에 치명적인 독소toxin가 나타나서 나중에는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입니다.
미가 선지자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요구하시는 세 가지 선으로서, 정의를 행하는 것, 인자를 사랑하는 것, 그리고 겸손히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을 나중에 예수님께서 인용하시면서 바리새인들의 위선을 책망하셨는데 그때 예수님은 율법의 본질로서 '의' '인' '신'이라고 제시하셨습니다(마23:23). 의, 인, 신 중에 어느 하나라도 소흘히 여기거나 가볍게 여길 것이 없습니다.
특히 순서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가 먼저요, 그 다음이 인이며, 마지막이 신입니다. 정의가 없는 사랑은 위선이고, 사랑이 없는 영성은 빈껍데기와 같습니다. 오늘날 교회가 권위를 잃어가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 균형을 상실한 탓일 것입니다. 그것은 결국 목회자들이 강조하고 싶은 본문, 말씀만 강조한, 즉 편식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사회정의에 무관심하고, 가난한 자들을 돌보는 일을 소홀히 하고 영성만 강조해온 결과를 눈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율법과 은혜의 균형도 필요할 것입니다. 은혜만을 강조하다보니 너무 쉽게 죄를 덮어버리고 간과해버리기 쉬운 경향이 생기기도 합니다. 물론 율법주의는 경계해야 하겠지만 몽학선생인 율법의 가르침을 받지 않고 곧바로 은혜의 단계로 뛰어넘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용서를 강조하다보면 교회의 순결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권징을 소홀히 여길 수 있습니다.
저는 모든 목회자들이 강해설교를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싫은 본문, 어려운 본문도 연구하고 묵상해서 설교해야 합니다. 그래서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말씀을 온전히 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비단 설교자의 문제만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묵상하면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온전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해내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 될 것입니다.
편식하는 설교자, 편식하는 성도의 최후는 어떻게 될까요? 처음에는 무지 행복해합니다. 즐거워합니다. 그러나 점점 세월이 흐르면서 자신들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의심할 정도가 되어버립니다. 그때는 이미 때가 늦었습니다. 돌이킬 수도 없습니다. 몸이 편식의 경향에 이미 맞춰져버렸기 때문에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이 계속 편식하게 됩니다. 그때는 '정말 좋은 말씀인데...' 속으로 생각하면서 정작 소화시키지 못하고 다 토해버립니다. 다이어트를 해도, 운동을 해도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미국교회의 모습이고, 미국 복음주의를 흠모하며 따라간 한국교회의 모습입니다.
모든 목회자들에게 가장 거룩한 임무를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말씀을 온전히 전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온전한 말씀이란 균형잡힌 식단과도 같이 관찰과 해석과 적용에 있어, 그리고 모든 교리에 있어서 균형이 잡혀 있습니다. 그리고 온전한 말씀이란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가감하지 않고 전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온전한 말씀은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모든 말씀을 다 포함하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만나지 못했지만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목사님이 바로 미국의 척 스미스 목사님이십니다. 이분은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연속적으로 설교하는 것으로 유명한 분입니다. 오늘 창세기 1장을 설교했으면 다음주에는 2장을 설교하고, 이런식으로 성경 본문 전부 다 설교합니다. 성경본문만 설교하는 것이 아니라 교리도 설교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목회를 하면서 모든 성경본문을 온전히 설교해보았는가 생각해보면 저는 아직도 한참 멀었습니다.
아이들 엄마가 한국에 한 달 동안 가 있는 동안 제가 아이들 도시락과 아침 점심 저녁을 준비하면서 깨닫는 것이 많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제가 훈련이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예전에 자취생활하면서 밥을 짓고 라면을 끓이고 찌게를 끓이던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한 제가 깨닫는 것은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무엇을 먹을까 마실까 다음끼니는 어떻게 해결하지? 라고 고민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와같이 많은 목회자들도 설교할 시간이 임박해야 비로소 고민하고 씨름합니다. 대부분 목회자들이 주일설교를 토요일에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주부가 식단을 미리 계획하고 장을 보는 것처럼 목회자들도 미리 설교계획을 짜놓고 본문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해를 시작하기 전에 일년 치 설교본문과 제목과 기본적인 개요(핵심사상main idea와 요점들)를 미리 준비해두면 어떨까요?
스펄전 목사님께 그 아내가 물었습니다. "당신이 오늘 한 설교는 얼마동안 준비한 거에요?" 대답하기를 "그 설교는 내 평생에 걸쳐 준비한 것이오." 설교준비가 오래될수록 더 좋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10년후 설교할 본문을 올해 미리 계획하고 연구해두는 것입니다. 이런 준비가 매우 유익한 것은 정작 설교할 시간이 닥쳤을 때는 본문연구에 시간을 들이기보다는 자신의 삶속에 적용하고 또한 어떻게 배열하고 진행할 것인가 하는 설교연구에 더 시간을 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설교할 시간이 임박했을 때 훨씬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설교할 청중과 만나고 상담하는 등의 목회업무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미리 준비한 것 때문에 갖는 여유입니다.
균형잡힌 설교, 온전한 설교를 위해 척 스미스 목사님처럼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단순하게 할 수도 있지만 구약과 신약을 번갈아가면서 강해설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목사가 평소 성경을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꾸준히 읽고 연구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필수적일 것입니다.
흑인 목회자들은 대부분 훈련의 필요성을 사역하면서 절실하게 느낍니다. 그래서 저 같이 학위도 없는 선교사에게 찾아와서 배우는 것입니다. 때로는 총회장도, 혹은 노회장도, 저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분들도 배우려고 합니다. 제가 수없이 많은 목회자들을 가르치고 훈련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강해설교를 하는 사람을 한 분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특히 구약의 율법서나, 특히 아가서와 잠언 전도서 같은 시가서를 제대로 해석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신약에 오면 계시록과 같은 책은 다들 어려워합니다. 특히 계시록에 대해 가르쳐달라는 요구가 많습니다.
지난 주에는 제가 30여명이 모인 클라스에서 3시간 동안 룻기를 함께 공부했습니다. 시대적인 배경을 살피고 장별로chapter by chapter 그리고 절별verse by verse 룻기를 훓어내려가면서 룻기의 핵심사상인 '기업무를 자 되신 예수 그리스도' '룻기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사상'을 강조하면서 적절히 적용하기도 했는데 다들 눈이 동그래지면서 말씀을 스폰지처럼 빨아들이며 전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강의가 다 끝나고 여러 분들이 하는 말이 'So powerful!'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아니라 본문 자체가 힘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이것이 말씀을 온전히 먹이는 즐거움입니다.
설교자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편한 본문만 전한다면 그 교회의 현재는 행복으로 가득할 지 몰라고 미래는 괴기스럽고 흉측한 모습이 될 것입니다. 모든 질병의 원인은 균형상실입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할지라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그 결과는 결코 좋을 리 없다는 것을 모든 설교자들과 목회자들이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정크푸드를 먹이는 목사들이 많고, 또한 정크푸드를 좋아하는 교인들도 많습니다. 정크푸드를 가지고 장사해야 점포가 커진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바쁘다고 해서 정크푸드만 먹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먹을 때야 기분이 좋겠지만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몸을 해하는 것입니다. 설교자가에게 가장 치명적인 유혹이 있다면 정크푸드로 사람들을 모으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전하는 목사들이 더 많아지기를 간절히 소원하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김광락 선교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