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클리닉

요리와 설교

등불지기 2018. 3. 6. 18:42

 

 

요리와 설교

 

“충성되고 지혜 있는 종이 되어 주인에게 그 집 사람들을 맡아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눠줄 자가 누구냐”(마태24:45)

 

음식을 만드는 것과 설교하는 것은 비슷한 점이 매우 많습니다. 모두 사람의 필요를 채우기위해 섬기는serving 행위로서 사람들의 유익을 위한 일입니다. 좋은 설교는 좋은 음식과도 같이 우리를 내적으로 건강하게 하며 성장시켜 줍니다. 정성스레 만든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으면 포만감과 즐거움, 삶의 활력을 느끼게 됩니다. 음식을 만들 때 힘들어도 배불리 먹고나서 즐거워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면 힘들었던 것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게 되고 다음 먹일 음식을 준비할 수 있게 됩니다. 좋은 설교 역시 듣고나면 행복해집니다. 한편의 좋은 설교는 한 주 아니 어쩌면 평생에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다른점도 있습니다. 음식은 먹은 사람들이 “맛있어요”라고 하면 행복해지고 반대로 맛없다고 하면 침울해지지만, 참 설교자는 자신의 설교에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를 내리는지에 따라 기쁘기도 혹은 슬프기도 하는 조울증에 걸려있으면 결코 안됩니다. 설교는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정확하게’ 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설교를 delivery라고 부릅니다. 설교자는 메시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달하는 자입니다.

 

만일 내 설교를 들은 사람들의 평가에 일희일비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메시지를 신실하게 전달한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메시지를 전한것이고 설교자로서 아직 준비가 안된 것입니다. 그래서 설교하기 전에 “충성되고 지혜 있는 종이” 먼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청빙하고 자신의 설교를 듣는 청중에게 충성하고 지혜로운 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부르신 그분께 그리해야 합니다. 요리는 먹이려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중요하지만 설교는 청중을 사랑하는 마음—매우 중요하지만—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합니다. 설교자는 사람들을 섬김으로써 하나님을 섬기는 자가 아니라 하나님을 섬김으로써 맡겨진 사람들을 섬기는 자입니다.

 

요리행위는 반복할수록 자신감도 생기며 점점 편해집니다. 그러나 설교가 그렇다면 매우 위험한 것입니다. 요리는 대신 경험과 경력이 중요합니다. 요리학원에서 자격증을 따야만 식당을 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설교는 설교행위를 여러번 하면서 실력이 느는 그런 것이 결코 아닙니다. 설교자에게 물론 경험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강단에 여러번 서는 경험이 아니라 자신이 배달하는 진리 그 자체를 깊이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은 반복연습을 통해 가능하지만 설교는 반복한다고 좋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설교자는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욱 두려워하고 떨게 됩니다. 요리학원에 들어가 자격증을 따서 식당을 차리듯이 신학교에 들어가서 설교자격증을 따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아직 설교가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것입니다.

 

한국이나 아프리카나 세계 어디를 가도 설교에 대해 불만을 가진 교인들을 만나게 됩니다. 홍수에 마실 물이 없듯이 많은 설교를 듣고 있는데도 자신들은 지금 굶어죽어가고 있다며 힘들어합니다. 반면 많은 목사들은 자기 교인들이 그런줄은 꿈에도 모른채 자신들의 설교에 나름 스스로 만족하고 있거나 혹은 듣는 사람들이 굉장히 유익을 얻고 있다며 자부하거나 혹은 사람들이 왜 변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합니다.

 

일차적으로는 설교자에게 문제가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가 너무 바빠서 제대로 묵상하지 않고 책상에서 책이나 인터넷으로 설교문을 작성한다는 것이고(매주 토요일마다 TV설교자를 보면서 설교준비하는 것이 아프리카목사들의 문제입니다), 충분히 묵상하지 못했기에 설교원고 없이는 강단에 올라 아무 할 말이 없다는 것입니다. 원고에는 많이 적혀있으나 가슴과 삶에는 아무것도 기록된 것이 없습니다.정보는 전달하지만 듣고난뒤 아무 기억도, 아무 감동도 없습니다. 설교시간에 많은 말을 쏟아내지만 실은 듣는자들을 엄청 고문하고 학대하고 있는줄 설교자 본인만 모르고 있습니다.

 

에스라는 말씀을 연구하고, 연구한 것을 실천하고, 그 다음에 자신이 순종한 말씀을 가르치는 세가지 일에 헌신했습니다.(에7:10) 자신이 순종하고 경험한 말씀이 아니기에 원고에 의지할수밖에 없고 열심히 설교한 자신의 지난주 설교조차도 무슨 내용인지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면서 청중의 삶에 변화가 없다고 불평합니다. 청중의 변화를 보기전에 먼저 자신의 삶에 진리에 의한 변화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맛있는 요리는 좋은 레시피에서 나오지만 좋은 설교는 좋은 책이나 주석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순종하는 삶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스펄젼 목사님이 설교를 마치고 내려왔을때 그의 부인이 남편의 설교에 감동되어 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그 설교를 얼마동안 준비한건가요?” 스펄젼의 대답은 이것이었습니다. “여보, 그 설교는 내 평생에 걸쳐 준비한것이오.” 오늘날 현대 설교의 문제가 있다면 책이나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바쁘다는 것이고 교회를 경영하는 다른 일들에 너무 분주한 나머지 진리의 말씀을 설교자 자신이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채 단지 정보전달의 수준에 그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설교의 홍수에도 현대 교인들이 영적으로 굶주려 허덕이는 원인입니다.

 

맛있는 음식은 전문가 쉐프의 레시피대로 따라하면 되지만 좋은 설교는 좋은 책이나 인터넷이 연결된 책상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깊은 묵상과 순종을 통해 설교자 자신이 먼저 진리의 포로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진리로 변화된 모습을 먼저 보여주어야 교인들도 따라올 것입니다. 그것이 주장하는 자세를 버리고 양무리의 본이 되라는 사도 베드로의 가르침입니다.(벧전5:3)

 

South Africa

김광락선교사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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