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클리닉

영어설교의 유익

등불지기 2013. 1. 30. 17:20

 

 

영어설교 Preaching in English

 

한국교회는 세계교회사에서 유례없는 성장과 규모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세계선교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 한국인 선교사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그리스도인들은 여러모로 많은 장점과 자질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성실, 헌신, 열심, 열정, 희생, 수고, 건전한 성경관, 성경지식, 성령의 능력에 대한 열린 마음, 조직적인 마인드, 그리고 재정능력 등 탁월한 장점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가지를 지적하자면 [언어능력]입니다.

 

저는 한국교회를 방문하면서 여러 교회를 방문하였는데 제가 본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설교원고를 읽듯이 설교하고 있었습니다. 원고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설교하는 한국 목회자들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선교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선교사로 파송되어 1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설교를 못하는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어떤 선교사님이 영어설교하는 것을 보았는데 원고를 거의 읽고 있었습니다. 제가 한국인에 대해서 내린 결론은 이것입니다. 좋은 자질과 능력과 성품을 많이 가졌지만 [언어능력]이 약간 떨어진다!! 이 말에 충격을 받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충격을 주고 싶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가 정의하는 [언어능력]이란 [의사소통능력]입니다. 청자와 화자 사이의 교감consensus between speaker and hearer입니다. 교감rapport이란 함께 감정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때 한국인 목회자들의 설교는 [교감]보다는 [전달] 혹은 [고백]처럼 들립니다. 멋진 표현들은 많지만 감정을 나누는 데는 매우 약합니다. 미사여구는 많은데 청중이 참여할 공간은 매우 작습니다. 이것은 단지 부흥사의 그것처럼 청중의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 반응을 강요하는 그런 문제와는 다른 것입니다. 청중이 겪고 있는 삶의 문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청중은 그것이 나의 삶이라는 확신을 가지는 것입니다. 청중은 설교를 들으면서 끊임없이 그것이 지금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라고 묻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순간 청중은 비로소 경청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언어능력입니다.

 

한국어설교와 달리 영어설교의 장점이 있습니다. 영어설교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청중이 자기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확신을 갖도록 실제적인 설교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영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언어적 특징 때문입니다. 영어와 한국어는 그 언어적 구조가 매우 다릅니다. 대표적인 예가 어순입니다. 영어는 나는 간다 학교에라고 말하지만 한국어는 나는 학교에 간다라고 말합니다. 주어 동사가 먼저 나오고 목적어나 부사가 나중에 나온다는 것은 내 삶이 주체가 된다는 뜻입니다. 목적어와 부사가 뒤에 나오는 것은 내 삶을 수식하는 것입니다. 반면 한국어의 경우 주어도 희박하고 동사도 희박합니다. ‘학교에 간다라고 합니다. 이 말에는 주어도 희박하고 동사는 제일 나중에 나오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학교에라는 말로도 대화가 이루어집니다. 한국어는 자신의 삶보다는 목적어가 중요하기 때문이니다. 그래서 많은 한국인들이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살거나 다른 사람의 기대를 따라 살면서 정체성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영어는 그 언어적 특성이 자신의 삶에 집중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간다학교에혹은 언제, 무엇 때문에보다 더 중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영어로 설교를 준비하거나 영어설교를 자주 하게 되면 사고방식이 실제적인 사고방식으로 바뀌게 되고, 설교가 의사소통 중심의 설교, 교감 중심의 설교로 바뀌게 됩니다. 제가 한국어 설교를 들으면 속으로 저 설교를 영어로 통역하려면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영어설교로 통역하기 좋은 설교가 있고 영어로 통역하기 꽤나 어려운 한국어 설교로 나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설교를 듣고 나서 점수를 후하게 매기는 쪽은 후자입니다. 영어로 통역하기 좋은 한국어 설교가 좋은 설교입니다. 다시 말해서 청중과 교감이 잘 이루어지고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잘 된 설교일 가능성이 높은 설교입니다. 반면 영어로 통역하기 어려운 설교는 십중팔구 일방적인 전달에 그친 설교입니다. 그러므로 한국의 설교자들은 영어설교를 배울 필요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면 영어설교를 어떻게 준비할까요? 첫째, 본문이 우선입니다. 이것은 기본중의 기본입니다. 본문이 말하려고 하는 것What does the text want to say?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모든 성경본문은 하나님의 강력한 의사소통의지God’s strong will to communicate의 결정체입니다. 본문연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영어로 통역하기 가장 어려운 한국어설교가 본문과 아무 상관없는 주제설교이거나 혹은 어떤 일관성이나 흐름이 없는 설교인데 그런 설교가 대부분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설교자가 기본적으로 본문연구에 충실해야 하고 본문에 초점을 맞추어서 설교를 하게 되면 하나님의 의사소통의지를 따라 설교하게 됩니다. 그 어떤 설교도 본문이 말하게 하는 설교보다 더 강력한 설교는 없습니다.

 

둘째, 원고manuscript에 얽매이지 않아야 합니다. 이것은 원고를 준비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원고를 준비하되 원고를 보지 않으려고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저는 흑인목회자를 훈련할 때 두 가지 원고를 준비하라고 말합니다. 하나는 마치 말하듯이 쓴 원고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다시 손바닥 크기로 요약한 메모지입니다. 한국의 많은 목회자들이 원고를 가지고 강단에 올라가서 거의 읽다시피 합니다. 청중과 눈을 맞추어가면서 말씀 안에서 함께 호흡하는 것보다 원고를 쳐다보며 원고와 함께 호흡합니다. 이것이 의사소통능력이 떨어지는 원인입니다. 영어설교를 잘 하려면 자필원고를 쓰되 메모지원고만 가지고 강단에 올라가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원고지를 읽는다는 생각을 버리고 청중과 한 판대화를 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셋째, key card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key card는 아프리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스피치를 가르칠 때 요구하는 방법입니다. 가능하면 원고를 다 외우되 그 흐름을 몇 장의 key card에 담는 것입니다. 실제로 speech를 할 때는 원고full manuscript를 보지 말고 key card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key card를 보면서 스피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만 슬쩍 보는 식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영어로 스피치를 잘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런 key card를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 청중의 반응에 주목해야 합니다. 현지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스피치를 평가할 때 그 내용이 얼마나 창의성이 있느냐, 그 내용에 얼마나 유머러스한 발상과 관점이 있느냐, 그리고 청중이 얼마나 호응을 잘 했느냐로 점수를 매깁니다. 그 내용이 기발하고 유머러스하면 청중이 당연히 호응을 잘 할 것입니다. 만약에 청중이 나의 스피치에 호응하지 못한다고 생각이 든다면 즉시 스피치를 마무리해야 합니다. 괜히 길게 끌고 나가면 더욱 역효과를 볼 것입니다. 이처럼 영어설교는 청중과의 교감, 청중의 반응을 아주 중요하게 여깁니다. 청중이 speech는 우리 삶을 다루고 있구나라고 확신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좋은 speech입니다.

 

저는 아프리카에서 목회자를 훈련하는 사역을 하는 선교사입니다. 작년에 처음으로 설교대회를 개최했는데 아주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여러 지역에서 훈련하고 있는 목회자훈련클라스가 있는데 각 지역을 대표하는 설교자를 선발해서 똑 같은 본문으로 설교를 하게 했습니다. 작년에 모두 6명의 지역 대표자들이 똑 같은 본문으로 설교를 했는데 같은 본문으로 설교를 하게 해야 서로 비교를 할 수 있어서 점수를 매기기에 용이합니다. 탁월한 스피치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끌어낸 설교자들이 몇몇 있었지만 결국은 본문에 대한 성경신학적 해석을 가지고 설교한 분이 1등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심사위원이 3명이었는데 아프리카에서 본문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해석을 가지고 적용하는 설교에 크게 매료되어 후하게 점수를 주었던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 흑인들은 원래 스피치에 강합니다. 원고 없이 설교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청중의 호응도 잘 끌어냅니다. 마이크를 잡는 것을 누구나 좋아합니다. 목회자나 회중의 수줍어하는 사람이나 어린 아이에게라도 마이크를 주면 얼마나 말을 잘 하는지 모릅니다. 말하기를 원래 좋아하는 DNA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흑인들에게는 스피치를 따로 훈련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들에게는 성경을 보는 법과 묵상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오히려 더 시급한 일입니다. 반면 한국인들은 정반대로 스피치를 훈련할 필요가 많습니다. 너무 부끄러워합니다. 그래서 원고를 거의 읽다시피 합니다.

 

저의 결론은 이것입니다. 영어설교Preaching in English는 한국어 설교에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영어설교에 관심을 가지고 몇 번만이라도 실습을 해 보는 것만으로 설교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습니다. 제가 신대원을 다닐 때는 설교대회preaching contest가 없었는데 요즘은 설교대회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제가 만일 심사위원으로 점수를 매긴다면 영어로 통역하기에 얼마나 쉬운가를 가지고 점수를 매길 것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영어설교대회]를 개최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매우 좋은 훈련이 분명 될 것입니다. 그것이 어렵다면 설교를 배우는 신학생들이나 실제로 설교하고 있는 목회자들이 [통역설교]를 염두에 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나의 한국어 설교를 누군가 영어로 통역한다고 가정하고 설교하는 것입니다. 영어설교로 통역하기 쉬운 한국어설교를 하려고 노력한다면 분명 의사소통능력이 향상될 것입니다. 미사여구는 줄어들고, 화려한 표현을 절제되고, 긴 수식문장은 짧은 문장으로, 개념설교는 생활설교로, 추상적인 언어는 실제저인 언어로 변화할 것입니다. 영어설교를 배우는 것 자체가 나의 설교를 교정해줄 것이고 향상되고 발전하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South Africa,

김광락 선교사 올림..

 

 

'설교 클리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교자의 언어  (0) 2013.01.31
강해설교준비 7단계  (0) 2013.01.30
선교사와 설교  (0) 2013.01.23
갈보리 채플은 무엇이 다른가?  (0) 2012.10.22
갈보리 채플 운동의 특징  (0) 2012.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