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설교 준비 7단계
아프리카에서 흑인목회자들을 훈련하는 사역을 하면서 관찰한 것은 강해설교를 하는 흑인 목회자를 전혀 만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흑인 목회자들은 주로 주제설교를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 주제설교도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벗어난 설교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간혹 연속설교를 하는 흑인 목회자들을 보긴 했으나 강해설교로 보기엔 거리가 멀었습니다. 강해설교를 위해 필요한 두 가지 연구가 있습니다. 하나는 본문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섷교연구입니다. 일단 흑인 목회자들 중에 본문을 진지하게 연구하고 혹은 묵상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본문연구 뿐만 아니라 어떻게 나열하고 어떻게 설교할 것인지 설교연구를 하는 일은 더욱 없습니다. 비록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고백하긴 하지만 본문을 연구하고 해석하고 연구한 결과를 가지고 다시 설교화 하는 작업에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대로 본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교회 목회자들 중에는 나름대로 강해설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에서 분명히 큰 축복입니다. 설교하기 전에 본문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강해설교하는 한국 목회자를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있습니다. 첫째, 강해설교를 한다고 하지만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해설교란 성경본문을 연속적으로 설교하는 것인데 연속적으로 설교하면서 어떤 일관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면서 그 본문이 전체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핵심사상을 전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가장 주된 원인은 설교자가 설교하기 직전에 본문을 연구하기 때문입니다. 설교하기 직전에 본문을 연구하기 시작하면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현상이 생기게 됩니다. 둘재, 강해설교를 한다고 하지만 설교형식이 매번 똑같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3대지 설교가 그렇습니다. 본문에서 세 가지 정도의 대지를 뽑아내어서 설교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강해설교를 한다고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강해설교가 아니라 본문설교의 연속인 것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방식은 강해설교와 시리즈설교를 병행하는 것입니다. 강해설교는 본문에서 삶의 자리로 나아가는 것이고, 시리즈설교는 특정 주제를 가지고 삶의 자리에서부터 본문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3달에 걸쳐 빌립보서를 강해했으면 그 다음에는 10주에 걸쳐서 ‘영적성장’이나 ‘사고방식’에 대해서 설교하는 것입니다. 혹은 주일설교는 연속적으로 본문을 설교하는 강해설교로 하고 주일오후는 시리즈설교를 하는 것입니다. 혹은 주일오전을 시리즈설교로 하고 주일오후를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연속적으로 강해설교를 하는 방식도 좋습니다. 만약 시리즈설교를 한다면 ‘하나님의 거룩’ 혹은 ‘구원의 서정’과 같이 교리적인 주제를 선택해도 좋을 것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강해설교자는 미국 코스타메사의 갈보리 채플의 척 스미스 목사님입니다. 그분의 강해설교는 매우 평범하고 단순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연속으로 설교하는 설교가 그분의 특징입니다.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모든 본문을 골고루 다 설교해본 설교자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하나님의 말씀을 가감하지 말라고 설교하면서 실제로 성경의 모든 본문을 빠짐없이 설교하려고 애쓰는 그런 설교자는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강해설교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첫째, 본문연구는 미리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올해 창세기를 강해설교 한다고 한다면 창세기 본문에 대한 연구는 작년에 이미 마쳐놓았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창세기 전체의 핵심 사상main idea를 붙잡는 것입니다. 본문연구를 위해 개론서를 보아야 하고, 최소한 주석 1권은 읽어야 하고, 설교집도 1권 이상 읽어야 하며, 본문에 대한 원어적인 고찰도 끝마쳐야 합니다. 나중에 강조하겠지만 이 작업은 설교준비주간preparing week에는 하지 않아야 합니다.
둘째, 설교개요 또한 미리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창세기를 강해설교 한다면 몇 번에 걸쳐서 설교할 것인지, 각각의 설교본문에 대해 핵심사상main idea과 본문개요, 설교요점 등은 미리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가능하면 설교제목까지 미리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상은 강해설교하기 전에 미리 준비되어야 할 과정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설교횟수와 제목은 청중에게 미리 공개할 수도 있습니다.
셋째, 설교하기 전 주간은 설교연구주간입니다. 다시 말해서 본문을 연구하기 위해 주석을 읽는 것도 아니고 본문을 해석하기 위해 원문을 읽는 것도 아닙니다. 본문연구와 설교연구는 전혀 다른 연구입니다. 본문연구는 본문이 무엇을 말하고 있느냐에 대한 연구이고, 설교연구는 연구한 것을 어떻게 구성하고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입니다. 설교연구에 필요한 연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설교자 자신의 삶에 깊이 적용함으로써 말씀을 온전히 소화하는 것, 2) 설교자 자신이 묵상하고 적용하면서 경험한 것 가운데서 예화를 찾아내는 것, 3) 어떤 방식으로 흐름을 정할 것인지 설교구성론에 근거해서 연구하는 것 4) 청중과의 깊은 대화와 상담을 통해 청중의 삶속에서 접촉점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어떤 설교자는 설교하기 직전에 설교준비를 위해 서재로 들어가 숨습니다. 그러나 설교하기 직전에는 서재가 아니라 심방을 해야 합니다. 청중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할 때입니다. 설교연구주간이 본문연구주간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을 다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설교하기 전 주간이 본문연구로 시간을 투자하게 되면 설교는 온갖 학적인 이론과 개념이 많아지게 되어서 청중의 삶의 자리와 거리가 점점 멀어지게 되고, 헬라어 히브리어 등 원어가 난무하게 되고, 많은 요점을 다루느라 청중의 삶을 변화시킬 힘은 약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본문연구는 이미 오래 전에 마쳐야 하고 설교주간에는 본문연구한 것을 최대한 ‘성육신’함으로써 단순화시키고 삶의 자리에 심화시키는 작업에 집중해야 하는 것입니다.
넷째, 원고작성은 가능한 늦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분은 설교원고를 미리 작성해두는데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설교원고를 작성하는 이유는 설교하듯이 글을 써내려감으로써 생각의 흐름을 정리하는 것인데 이것을 미리 하는 것은 설교원고에 얽매이게 만들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일설교를 준비한다면 원고작성은 토요일 밤 늦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고작성을 한 다음에는 반드시 key card 혹은 메모지 원고를 따로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섯째, 설교의 흐름을 구성할 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흔히들 3대지 설교를 좋아합니다. 3대지 설교 자체가 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모든 본문을 설교할 때 항상 3대지 설교를 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하나님께서 본문을 통해 말씀하시려는 것은 항상 세 가지뿐일 리가 없습니다. 대지를 구성할 때는 책 전체의 main idea와 설교할 본문의 main idea를 고려한 뒤에 main idea를 지지하는 작은 요점들을 시간별로, 혹은 중요성별로, 혹은 인과관계별로, 아니면 질의응답별로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와같이 함으로써 한 설교에 세 가지 요점이 아닌 한 가지 요점만 남도록 하는 것이 청중이 더 효과적으로 기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섯째, 설교구성뿐만 아니라 예화와 key word 발굴은 설교연구주간에 해야 할 일입니다. 예화는 설교자의 삶과 청중의 삶속에서 나와야 합니다. 예수님의 설교를 보면 누구나 다 경험해본 것을 접촉점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설교준비주간은 청중과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까워지는 주간이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key word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청중은 결국 key word를 기억하게 될 것이고 key word를 통해 본문의 main idea를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설교연구란 설교구성, 예화, 그리고 key word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key word에 대해서 앞에서 쓴 바 있지만 실제로 설교할 때 가장 많이 반복되는 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설교는 key word를 잘 사용하는 설교입니다.
일곱째, 서론은 가능하면 짧게 할 수록 좋습니다. 그리고 결론은 항상 책 전체의 핵심사상main idea를 강조하도록 하며, 다음 본문을 미리 읽고 묵상할 수 있도록 여운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질문을 던지고 답은 다음 본문에서 대답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즉 다음 주에 설교할 본문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으로서 결론을 맺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청중으로 하여금 계속 본문에 주목하도록 설교자는 도울 수 있는 것입니다.
South Africa,
김광락 선교사 올림
p.s.
강해설교에 관해 해돈 로빈슨 박사의 책은 필독서요 교과서입니다.
main idea에 관한 개념은 이 책에서 배웠지요..
제가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친구요 존경하는 교수로 신대원을 섬기는 류응렬 목사님이
이분에게서 학위공부를 하셨지요..설교학강의보다는 선교와 목회에 대한 열정이 더 크신 분이셔서
한국에서 가끔 만날 때마다 신학교보다는 목회와 선교에 대한 사역을 향한 열정을 뿜어내셨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