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장애를 앓고 있는 그리스도인들
건강한 교회, 건강한 그리스도인의 기준이 무엇일까요? 예전에는 균형잡힌 성장과 훈련 등 외적인 요소를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내면적인 기준으로서 이른바 ‘정서’emotion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교회, 건강한 그리스도인은 기도를 많이 하고 성경 많이 읽고 전도를 많이 하고 훈련을 많이 받고 봉사를 많이 하는 외적인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고, 내면의 질서가 잡힌 상태, 즉, 정서적으로 안정된 혹은 정서적으로 건강한 상태라고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입니다.
한 때 주목할 만한 교회로 손꼽히던 교회가 어느 날 갑자기 분열되고 분쟁에 휩싸이고 서로 법정에 고소하는 장면을 보면서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뜨겁게 기도하고 봉사하며 성장하던 교회가 하루아침에 서로 비방하며 고소하는 교회로 전락해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의아해 했던 적이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차세대 목회자로 칭송받으며 주목받던 어느 목사님이 어느 날 갑자기 성추문에 휩싸이고 목회일선에서 물러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그럴수가?’라고 의아해하며 입을 다물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사건에는 ‘정서적 장애’emotional disorder가 그 배후에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그리스도인들 중에, 특히 목회자와 선교사들 중에 정서적 장애를 앓고 있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제가 YWAM에서 3년간 훈련받고 또 훈련하는 일을 하면서 수 많은 그리스도인들과 상담을 해 본 결과 겉으로는 매우 경건해보이지만 속으로는 내면의 질서가 무너지고 정서적인 장애를 앓고 있는 수많은 그리스도인들, 특히 목회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자신의 열심, 경건, 봉사, 헌신과 희생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늘 정당하게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서적 건강emotional health이 영적 성숙과 성장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이 문제에 관해 고민하기 시작한지 10여년이 되었습니다.
정서장애emotional disorder, emotional disturbance 란 무엇일까요? 감정emotion은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주신 선물입니다. 정서장애인emotional cripple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someone who is unable to feel or show true emotion and so cannot form relationships with other people" 즉 "진실한 감정을 느끼거나 보여주는데 어려움을 가짐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즉, 정서장애란 감정의 기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여 결국 삶을 일그러지게 만들고 관계에 손상을 지속적으로 가져다주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장애가 생활과 관계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심지어 본인조차도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사실입니다.
그러면 정서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의 특징이 무엇일까요?
첫째, 항상 감정을 억누르기 때문에 파안대소하는 것이나 혹은 눈물을 펑펑 흘리며 대성통곡하는 모습도 거의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그렇게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잘 하는 것이라고까지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 그렇게 감정을 억누르다보면 정서장애까지 연결되는 줄은 생각도 못합니다.
둘째,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는 것을 항상 두려워하고 늘 자제하기 때문에 항상 얼굴이 굳어있고 얼굴빛이 어둡습니다. 늘 심각한 모습을 하고 있게 됩니다.
셋째, 정서장애를 앓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관계에 어려움을 잘 겪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나 점점 세월이 흐를수록 부부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자녀와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하게 됩니다. 겉으로는 참 경건하고 희생적인 부부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자주 다투고 갈등을 자주 겪는 경우가 잦게 되고 부부관계에서도 만족함을 느끼지 못하고 항상 상대편 배우자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됩니다. 부부관계에서의 불만은 자녀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는데 흔히 애착관계가 형성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넷째,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그리스도인 중에서도 정서장애를 앓고 있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데 대부분 원인은 자신의 감정을 죽이는 것을 경건한 줄로 여기는 근본주의적인 신앙형태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정서적 장애를 앓고 있는 그리스도인들 대부분이 자기생각과 자기주장이 매우 강하며 자기의self-righteousness가 강하므로 쉽게 다른 어떤 사람에 대해 화를 내거나 비판의 날을 세우기를 잘 합니다. 이로 인해 자신이 따돌림을 당하는데도 그러한 자신을 의로우며 경건하다고 정당화하기를 잘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말을 많이 쏟아내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특정한 마니아층이 형성될 수 있고 그러한 마니아층으로 인해 자신이 더욱 옳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여섯째, 정서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의 특징이 편견이 강하다는 것인데 한 쪽만을 깊이 생각하고 한 쪽만을 계속 바라보려는 경향성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과 팀을 이루는 것에 어려움을 잘 느끼며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을 만나면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대화를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곱째, 대게 정서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은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기 쉽고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로 인해 적들을 일부러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한 적들과 대립하기 잘 하며 논쟁을 벌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적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특징들로 인해 정서장애를 앓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그리스도인들과 협력하여 일을 잘 하지 못하고 관계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쉽게 상처를 잘 주기도 합니다. 특히 선교사들에게 이러한 장애를 앓고 있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데 그러한 장애로 인해 선교지에 혼자서 일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혼자서 대부분 일하기를 좋아하는 경우 대부분 정서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그러면 정서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건강한 정서를 가진 그리스도인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첫째, 부부관계가 원만합니다. 상대방에 대해 항상 만족하며 항상 서로에게 감사할 줄 압니다. 부부관계에 트러블과 갈등이 잦다면 상대방을 탓하기 전에 자신에게 정서적인 장애가 있는지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둘째, 속 시원하고 웃을 줄 알고, 또 속 시원하게 울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에 대해 정직하게 반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주간에 아니면 오늘 하루 동안에 얼마나 파안대소를 했는지, 혹은 눈물을 쏟아낸 적이 최근 몇 번 있었는지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정서적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셋째, 항상 정죄하고 비난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항상 감사하고 축복하려는 태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반면 정서적인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은 항상 불만에 가득 차 있으며 정죄하기를 잘 하며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합니다.
넷째, 팀사역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고, 팀이 하나되는 것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드릴 수 있습니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전체를 생각할 줄 알고 팀의 하나됨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할 줄 압니다. 그러나 정서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은 점점 팀에서 적응하고 협력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결국 혼자서 떨어져 나오게 됩니다.
다섯째, 삶에 대해 항상 긍정적인 태도와 안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유머를 구사할 줄 압니다. 반면 정서적인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은 유머를 구사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여섯째, 율법적인 태도를 버리고 하나님의 은혜를 제대로 묵상해야 합니다. 정서적인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대게 율법주의적인 시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만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도식에 강합니다. 본인은 그것이 의롭고 타당하고 합당하다고 믿지만 하나님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일 뿐입니다.
일곱째, 정서적으로 건강한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하나님께서 주신 성경말씀뿐만 아니라 자연 속에서도 하나님의 마음을 느낄 줄 알며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줄 아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정서적으로 경직되고 장애를 앓고 있는 그리스도인은 그러한 자연묵상이나 생활묵상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건강한 교회의 모습이 무엇일까요? 건강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많이 모이고 뜨겁게 기도하고 열심히 봉사하는 모습일까요? 우리는 그런 외적인 모습으로 ‘건강하다’ 혹은 ‘건강하지 못하다’고 단정하는 그런 착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아주 오래 전 제가 목사안수를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분당의 어느 큰 교회에 부목사로 이력서를 제출한 적이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하러 오라고 해서 그 교회를 방문했습니다. 수 천 명이 출석하는 대형교회였습니다. 그런데 담임목사님과 인터뷰할 때 보니까 주변에 있던 다른 부교역자들 얼굴이 다들 굳어있고 어두워 보였습니다. 제가 부목사님들 중에 어느 분에게 물었습니다. “목사님, 행복하십니까?” 저는 “우리 교회는 정말 행복한 교회입니다. 꼭 오셔서 함께 동역합시다”라는 대답을 기대했는데 아무 말도 못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집과 자동차도 주고 생활비도 많이 주고 제 이력서에 도움이 될 것 같았지만 저는 가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담임목사님이 제게 오라고 권유하였지만 제가 정중하게 사양을 했습니다.
힘들고 어려워도 적당히 유머를 날리면서 감사할 줄 아는 모습, 즐거운 일에는 다 함께 파안대소를 하는 모습, 슬픈 일에는 누가 눈총을 주든 주지 않든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이 정상적이고 자연스럽고 건강한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의외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특히 목회자들 중에, 특히 선교사들 중에 정서적으로 장애를 겪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감정에 대한 잘못된 가르침을 받은 환경 탓일 수 있고 율법주의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신앙환경에서 자란 탓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환경 탓을 하며 머뭇거릴 여유가 없습니다. 관계싸움을 피하여 도망다니거나 숨을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관계는 내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과 같습니다. 자신의 참 모습을 직시하면서 괴롭고 힘들지라도 우리는 앞으로 전진해야 합니다. 우리는 오직 하나님의 은혜와 진리만을 붙들어야 합니다. 오직 그것만이 우리를 자유하게 해 줄 것입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하게 하리라”라고 주님이 말씀하십니다.
정서emotion는 삶의 에너지energy이자 바로메터barometer와 같습니다. 건강한 정서는 건강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됩니다. 정서가 건강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이 기도하고 성경 읽으며 봉사하는 행위를 보일지라도 사실 건강하지 못한 것입니다. 겉으로 영성이 뛰어난 듯 보이지만 정서장애를 가지고 있다면 사실 성숙하지 못한 것이며 영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것입니다. 성경은 건강한 정서를 위해 다음과 같이 말씀합니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서로 마음을 같이 하며 높은 데 마음을 두지 말고 도리어 낮은 데 처하며 스스로 지혜 있는 체 하지 말라.”(롬12:15,16)
건강한 그리스도인은 건강한 정서를 가진 그리스도인입니다.
건강한 교회는 건강한 정서를 가진 교회입니다.
어느 누구도 정서적 장애에서 완벽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은혜와 진리의 도움을 받아
정서적으로 건강한 그리스도인,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김광락 선교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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