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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P 이야기

어느 선교사 미망인의 편지

by 등불지기 2021. 3. 8.

얼마전 제가 알던 어느 선교사님이 코로나바이러스에 확진되어 병원에서 오랫동안 치료받다가 결국 며칠전 소천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지난주 이곳 현지에서 장례일정을 마치게 되었고 부인선교사님께서 오늘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서로 살고있는 지역도 떨어져있고 같은 교단이 아니라 자주 왕래하여 교제하지 않았지만 두 분 모두 인자한 성품을 가지셨고 성실한 선교사들이었습니다. 편지를 읽어내려 가면서 가슴이 참 먹먹해지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주님께서 남은 유족들, 특히 그의 자녀들을 긍휼히 여기시고 인도하여주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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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부활이신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그동안 수많은 기도와 헌금으로 섬기고 사랑해 주셔서 사랑하는 남편 OOO선교사를 아름답게
천국으로 환송할 수 있었기에 지면으로 나마 머리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아직은 이름앞에 붙는 "고"와 "late"가
너무나 낯설고 기가 막히지만 죽기까지 충성한 남편을 생각하며 임종의 순간에도 저를 두른 절대의, 그 기막힌 평안이 저를 두르고 있기에 눈물이 흘러도 목이 메여도
먹을 수 있고 잠잘 수 있음을 고백합니다.
38일간의 처절한 사투를 함께 감내하며 한생명, 저를 위하여 그보다 더 기막힌 아픔을 감내하신 예수님과 그를 지켜보신 하나님... 이것이 제가 오늘 남편을 하늘나라 보내고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음식을 먹고 짧지만 깊은 잠을 자게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임을 고백합니다.
이 마음을 깨닫고 한마음으로 함께 더욱 열심히 사역하려 보니 이제 곁에 없네요...
하지만 후회없이 사랑하고 열심히 32년을 보냈기에
행복했습니다.
이제 제겐 하늘나라를 더욱 사모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그리운 남편 O 선교사가 기다린다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지요.
당장 짐바브웨에 가 있는 차문제 부터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어 맘껏 슬퍼할 겨를이 있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현지인 사역자들이 제가 떠나지 않겠다고 하니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의 이땅에서 세월이 헛되지 않음을 보여 주어 위로가 됩니다.

묘지가 9 feet 깊이인데 이유가 패밀리 묘지라 세구의 시신을 매장할 수 있다해서
얼마나 기뻤는지요.
저도 이 땅에서 죽기까지 충성하다가
함께 묻힐걸 생각하니 참 기쁩니다. 남편과 함께 묻힐 유택을 마련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큰 위안과 담대함이 샘 솟게 합니다.
사도바울의 마지막 고백처럼 달려갈 길을 다 달려가기 까지 선한싸움을 멈추지 말고 항상 함께 기도하며 은혜를 나누기 원합니다.
기도해 주시고 지켜보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임마누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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