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양자역학을 길게 소개하기보다는 대표적인 특징만을 간략하게 말하고자 한다.
1. 원자의 크기에서 공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마하게 큼
원자의 크기를 설명하는 이야기가 많다. 원자핵이 농구공 크기라고 한다면 원자핵을 자전하면서 공전하는 전자는 32km 밖에서 돌고 있다. 원자핵을 주먹 크기로 키운다면 주먹은 지구 땅덩어리만큼 커질 것이다. 원자가 축구장 크기라면 원자의 핵은 축구장 한가운데 놓인 작은 구슬과 같다. 휴지 한 칸 안의 원자들을 일렬로 세운다면 지구에서 달에 가고도 남을 것이다. 이런 말들은 원자가 얼마나 작은지 상상하게 해 주기에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원자에 빈 공간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빈 공간을 제거해 버리고 나면 지구는 실제 사과 한 개의 크기만 될 것이다. 태양이 자신의 에너지를 다 소진해 버리고 중력만 남은 작은 별로 생애를 마감한다면 지름이 몇 킬로미터 되지 않을 것이다. 우주에 실제로 관측된 블랙홀은 태양과 같은 거대한 항성이 붕괴되어 중력만 남은 최후의 모습이다.
2. 입자의 파동/입자 이중성 원리(wave-particle duality)
1921년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광전자이론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광자라고 불리는 빛의 양자는 전자기력을 실어 나르는 입자인데 이것이 파동으로 여겨졌으나 실험을 통해 빛이 파동만이 아니라 질량이 없는 입자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빛이 파동이냐 입자이냐를 두고 오랫동안 벌여 온 논쟁의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과학자 드 브로이에 의해 빛 외에 다른 물질 또한 파동일 것이라는 설이 제안되었다. 물질도 광자와 같이 파동처럼 움직인다는 이론을 ‘물질파이론’이라고 한다. 즉, 전자 같은 입자가 파동처럼 움직이며 파동의 핵심적인 특징인 진동수와 파장을 가지며, 파동에서만 나타나는 회절과 간섭현상이 관측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원자의 움직임은 어떻게 관측하느냐에 따라 파동이 될 수도 있고 입자도 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것을 ‘상보성’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입자와 파동 어느 것도 실체가 아닌데 관측방식에 따라 둘 중에 하나의 형태만 탐지된다는 것이다.
3. 양자도약(quantum jump)
아인슈타인과 동시대에 살았던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는 원자핵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전자는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고정된 궤도들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원자모델을 제안했다. 전자궤도들이 양자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자들은 이 궤도에서 저 궤도로 순간 점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전자의 이동 시에 빛이라는 전자기파가 방출된다고 하였다. 빛을 받으면 낮은 궤도의 전자가 높은 궤도로 즉시 도약하고, 반대로 빛을 방출하면서 높은 궤도의 전자가 낮은 궤도로 즉시 도약한다. 원자에서 나오는 빛의 스펙트럼을 분광기로 분석해⋁보면 원자의 고유한 특성을 알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양자도약은 순간적인 공간이동의 가능성에 대해 암시한다.
4. 양자중첩(quantum superposition)
양자입자가 두 개의 가능한 값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것은 공중에 던져진 동전의 앞뒷면과 다르다. 양자입자는 특정 값을 취하지 않고, 단지 어떤 값을 취할 확률만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5. 양자스핀(quantum spin)
미시세계에서의 양자의 움직임은 거시세계에서 태양계나 은하의 움직임과 유사한 면을 보이고 있다. 전자는 원자핵을 중심으로 궤도운동을 하는 동시에 자체의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것을 양자스핀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자기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이며, 원자 내의 전자의 양자상태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변수가 된다. 그러나 지구가 자전하는 것처럼 상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전자는 매우 작은 점과 같으며 구름과 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할 수 있겠다.
6. 불확정성 원리(principle of uncertainty)
입자의 한 가지 속성(위치나 운동량)을 알면 다른 속성을 알 수 없게 된다는 것인데, 1927년 독일의 이론물리학자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양자세계의 근본적인 특징으로서 불확정성 원리를 제안하였다. 이것에 의하면 원자나 입자의 물리적 성질들은 물리량으로서의 위치와 운동량, 혹은 특정 시점에서의 시간과 에너지 둘 모두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 하나를 알면 다른 하나는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7. 결어긋남(decoherence)
일상생활세계에서는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법칙 같은 고전물리학이 적용되고 원자를 다루는 미시세계에서는 양자법칙에 의해 지배되는데 미시적인 양자세계가 거시세계의 일상생활로 바뀌는 시점이 언제인가에 대해 많은 물리학자들이 논의하였다. 물리학자들은 파동-입자의 이중성, 불확정성과 같은 양자효과는 양자입자와 주변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사라진다고 보고 있다. 이 상호작용을 결어긋남 현상이라고 한다. 결어긋남 현상은 입자와 주변 환경이 서로 얽힌 상태가 되어 입자의 성질이 더 이상 입자 자체의 고유한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양자적 성질들이 무너지면 다시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즉 결어긋남은 양자세계를 고전세계로 바꾸는 스위치와 같은 것이다.
8. 양자얽힘(quantum entanglement)
서로 얽힌 상태의 둘 이상의 양자입자들이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한 입자에 생긴 변화가 다른 입자의 상태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양자역학의 이론이다.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이 빛보다 빠른 속도로 서로 ‘교신’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실험을 통해 양자얽힘이 계속 증명되고 있다. 현재 이 원리를 이용한 양자통신, 큐비트, 양자컴퓨터, 양자전송 등이 연구 또는 개발되고 있다.
9. 비국소성(non-locality)
비국소성은 양자얽힘의 이론이 우주관으로 확대하면서 나온 말이다. 국소성(locality)이란 용어는 한 공간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은 이것과 분리된 다른 공간의 영역에서 일어난 작용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비국소성의 원리(principle of non-locality)는 이러한 국소성이 지켜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양자이론의 대표적인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관측행위는 전 우주에 걸쳐 있는 파동함수를 순간적으로 붕괴시킨다고 한다. 반면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은 빛보다 빠르게 정보가 전달될 수 없다고 하여 국소성의 위배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비국소성 원리는 현대 우주관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10. 양자터널링(quantum tunnelling)
언덕 위로 공을 굴려 올릴 때 공을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가 부족하다면 공을 언덕 너머로 옮겨 놓을 수 없다. 그러나 양자물리학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전자나 광자와 같은 광자입자는 에너지가 충분하지 많은 경우에도 장벽을 통과할 수 있다. 이것을 양자 터널링 효과라고 한다. 이것은 천체에서도 관측되며, 일상생활에서도 다이오드와 같은 방식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양자물리의 놀라운 결과 중 하나는 광자들이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초광속 실험’(superluminal experiments)에서는 광자들을 통과가 불가능한 장벽 방향으로 보낸다. 양자이론에 따르면 광자의 위치는 특정할 수 없으며 광자가 이미 장벽 너머의 반대쪽에 있을 확률이 낮더라도 존재한다. 그래서 소수의 광자들은 이러한 터널링 효과에 의해 순간적으로 장벽 반대편으로 옮겨진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반대편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양자 터널링 효과는 태양의 핵융합이나 광합성과 같은 생물학적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며 일부 전자 기기에도 응용된다. 이것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을 따르지 않는 빛보다 빠른 양자의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리처드 파인만의 다이어그램에 의해 양자 입자가 공간적 경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시간의 제약도 받지 않는다. 시간을 거스르는 듯한 입자의 움직임이 관찰되면서 시간여행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하는 추측도 낳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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