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대규모 집회

등불지기 2024. 10. 9. 08:43

 

10월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악법 철폐를 위한 대규모 기독교 집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어떤 분이 제게 참석할거냐고 묻더군요. 저는 이름 없는 선교사로 아프리카에서 지냈고 한국에서도 강원도 작은 도시에서 아내와 함께 둘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지금까지 기독교 주류가 아닌 변방에서 늘 살아온 개신교 목사이며 선교사입니다. 작년 12월에 한국에 재정착하여 한국생활에 다시 적응하면서 산 것도 1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한국에 살면서 저는 한국사회를 관찰하면서 살았습니다. 선교지에서 살 때에도 한국과 한국교회를 위해 늘 기도하였습니다만 한국에서 살면서 새롭게 제가 사랑하는 조국을 알아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평소 정치나 사회 그리고 교계에 관련한 뉴스들을 조금씩 챙겨보곤 했으나 저는 아이들 표현대로 말하면 '아싸'(outsider)입니다. 그런 제가 이번 광화문 집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글을 쓰고자 합니다.

 

10월 27일은 종교개혁주일입니다. 로마 카톨릭의 권위주의와 독단과 면죄부와 같은 비성경적 교리에 저항하여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캐치 프레이즈를 가지고 시작된 교회개혁운동을 기념하는 주일입니다. 이 날에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서 차별금지법을 비롯한 악법에 대해 성토하는 교계 행사를 갖는다고 하니 참으로 생각이 깊어집니다. 더구나 예배의 형식으로 모인다고 합니다. 종교개혁의 역사와 의미를 되돌아볼 때 이번 예고된 광화문 집회는 참으로 기괴하고 이상하게 여겨집니다. 종교개혁주일이라는 이름을 빌어서 자신들이 주장이 마치 거대한 카톨릭의 권세에 저항하려고 했던 종교개혁자들의 저항정신과 개혁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교회를 개혁하려고 개혁의 깃발을 들었던 종교개혁자들과 달리 이번 집회는 교회 개혁보다는 정치권, 특히 입법자들에 대한 저항처럼 보입니다. 교회의 자정, 각성, 회개, 개혁, 본질로 돌아가자는 개혁자들의 정신보다는 정치적인 구호와 선동에 교회가 이용당하는 것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주일이기 때문에 전국에서 버스를 대절하여 교인들을 동원하여 광화문에서 예배를 드린다고 합니다. 하나님께 집중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하는 예배가 정치권에 대하여 구호를 외치는 자리로 전락하는 것에 대하여 저는 개인적으로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어떤 분들은 저의 이러한 우려가 동성애나 차별금지법에 대한 우려보다 과연 큰지 물어볼 것입니다. 저는 성경을 사랑하고 성경을 최고의 권위로 인정하는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목사로서 동성애나 차별금지법에 대한 것들이 한국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만 그 이상으로 교회가 우경화되고 정치선동에 이용당하고 이단과 사이비의 농간에 놀아나는 모습에 더욱 안타까운 생각입니다. 저는 창조주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요즘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에 대해 관심이 있어 고등학교 과학교과서를 구입하여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진화론을 가르치는 현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우려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저는 오늘날 교회가 창조주 하나님의 영광을 담대히 선포하지 못하는 오늘날의 교회 강단과 주일학교의 무기력한 모습에 대해 더욱 우려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규모 집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대부분 대규모 집회는 정치적이고 교권주의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대중을 선동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자신들은 순수한 동기와 명분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매우 순진하고 나이브한 사고방식입니다. 물론 성경에서 찾아볼 수 있는 어떤 대규모 집회에 하나님께서 특별히 은총으로 반응하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간절히 하나님을 찾고 구하며 자신들의 죄를 깊이 뉘우치고 회개하는 목적으로 자발적으로 모인 것입니다. 자신들의 주장과 위세를 외부에 과시하거나 정치권이나 위정자들에게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목적으로 자신의 백성들이 모여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없습니다. 무조건 모이는 것이 다 하나님의 뜻이 아닙니다. 목적이 무엇인지 매의 눈으로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들리는 말로는 이번 대규모 집회를 통해 200억의 펀드를 모금하려는 계획을 실행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만일 대규모 집회가 거액의 펀드조성을 위한 수단이나 기회가 된다면 이것은 명백히 기독교계를 선동하고 이용하려는 주동 세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역사를 보면 언제나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서 자기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이 있었습니다. 그들로 인해 교회는 항상 타락하고 방황하였습니다. 그리고 순진하고 단순한 양같은 교인들은 그러한 명분을 내세우는 교권주의자들에게 이용당하여왔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운 분별력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하나님께서 조국과 조국교회에 긍휼을 베푸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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