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설교

랍오니여 (부활절 설교)

등불지기 2012. 4. 7. 15:55

 

 

부활절설교

랍오니여!

본문:요20:11-18      김광락 선교사

 

 

오늘 본문에서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의 첫 번째 음성을 듣게 됩니다. 그 음성은 우리를 부르시는 부드러운 사랑의 음성입니다. 여러분 각자가 이 음성을 듣기를 바랍니다. 첫 번째 주일에 예수님은 영광스러운 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사랑하는 아들을 영원히 죽지 않는 몸으로 다시 살리시어 부활의 첫 열매가 되게 하셨습니다. 안식일이 끝나갈 무렵 두 천사가 무덤을 막고 있던 큰 돌을 옮겼습니다. 그러나 이 놀라운 사실을 모른 채로 막달라 마리아, 글로바의 아내 마리아, 그리고 세베대의 아내 살로매를 비롯한 여자들이 예수님의 시신에 바를 향유를 준비해가지고 무덤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여인들은 부활의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예수님의 몸에 향유를 부으려고 무덤으로 가고 있었다. 여인들이 무덤에 도착했을 때 그들이 발견한 것은 무덤을 가로막던 큰 바위돌이 옆으로 치워진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무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놀랍게도 예수님의 시신은 사라져버리고 대신 그들은 찬란하게 빛나는 천사들을 보게 됩니다. 여인들은 즉시 공포감에 사로잡혔습니다. 천사들은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면서 예수께서 부활하셨다고 말하지만 여인들은 놀라서 뒷걸음치다 달아나기 시작합니다. 가장 젊은 막달라 마리아가 가장 먼저 달려가서 무덤에 시신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베드로와 요한에게 알렸습니다. 여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천사들을 보았다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시신이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베드로와 요한은 이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들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빈 무덤을 향해 달음질하기 시작했습니다. 요한이 먼저 도착했으나 입구에서 머뭇거리고 있었고 곧 이어 베드로가 도착하자 그들은 함께 무덤 안으로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천사도 보지 못하고 시신이 없어졌다는 사실만 확인한 채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때 한 여인 막달라 마리아는 다시 한 번 더 무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시신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베드로와 요한이 이미 떠난 직후 무덤에 도착한 그녀는 무덤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저 빈 무덤을 바라보면서 흐느끼고 있습니다. 무덤 밖에 서서 울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분명 그녀의 마음은 예수님의 시신이 없어졌다는 사실과 예수님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울고 있었을 것입니다. 흉악한 일곱 귀신에 사로잡혀 밤낮으로 짓누르는 고통의 사슬에서 풀어주신 예수님! 뿐만 아니라 오묘한 진리의 말씀으로 자신의 영혼을 가득 채우신 예수님! 하나님 아버지의 영광을 보여주신 예수님! 아무 쓸모 없는 인생을 향하여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을 쏟아부어주셨던 예수님! 마지막으로 그분의 시신을 한번이라도 보고 싶었는데..그분의 시신에라도 향유를 부어 존경과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는데..사랑하는 예수님의 시신은 없었습니다. 막달라 마리아는 흐느끼면서 허리를 굽혀 무덤 속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녀는 처음 보았던 그 두 천사가 예수님의 시신이 뉘였던 곳의 양쪽에 각자 걸터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아마도 그 순간 막달라 마리아는 그 의미를 깨닫지 못했을 것이지만 그들의 모습은 마치 지성소에 있는 언약궤 위의 두 그룹을 연상케 합니다. 실제로 그 무덤은 지성소였습니다. 예수님의 혈흔이 묻어있던 반석은 새언약을 나타내는 언약궤와 같았습니다. 지금 마리아는 그 자신은 깨닫지 못했지만 사실은 지극히 거룩한 지성소의 자리에 들어온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극히 거룩한 자리에 자신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지성소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되리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마리아는 여전히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두 천사는 "여자여, 왜 우느냐?"고 묻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이 날, 온 우주가 진동하고, 지옥마저도 지진이 일어나던 날, 하늘의 모든 천사들이 기뻐하고 축하하는 이 날에 울고 있는 여인의 모습은 천사들에게는 의아한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천사들의 모습과 질문에 마리아는 놀라지 않습니다. 매우 담담하게 반응합니다. 새벽 동이 트기 직전에 무덤에서 갑자기 천사를 보았을 때는 너무 놀라서 도망갔지만 이제는 해가 이미 떠오른 이른 아침이었고 두 번째 천사를 보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놀라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담담하게 "누군가 내 주 예수님의 시신을 가져갔는데 어디 두었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막달라 마리아의 관심은 온통 예수님의 시신에 가 있었습니다. 실망한 채 뒤돌아서는 순간 그녀는 한 젊은 청년을 보게 됩니다. 사실은 부활하신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그가 예수님인 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하신 몸은 가장 가까이서 말씀을 듣고 섬겨온 마리아조차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화되셨습니다. 예수님은 마리아에게 물으십니다. "여자여, 어찌하여 울며 누구를 찾느냐?" 마리아는 이 말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예수님인 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리아는 그가 그저 동산지기인 줄로만 알고 있습니다. 혹시 이 동산지기가 예수님의 시신을 다른 곳에 옮긴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으로 마리아는 "주여, 당신이 옮겨갔거든 어디 두었는지 내게 이르소서. 그리하면 내가 가져 가리이다."라고 대답합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베드로와 요한은 빈 무덤만 보고 돌아갔습니다. 그들은 여인들이 본 천사들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처음 무덤을 방문하였을 때 여인들은 천사들은 보았으나 부활하신 예수님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왜 그런지 역시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마리아는 예수님을 지금 만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리아는 부활하신 예수님과 가장 먼저 만나고 있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천사들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만 그 의미는 약간 다른 것 같아 보입니다. 천사들의 관점에서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는데 왜 우는가에 초점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왜 우는가? 누구를 찾는가?"라고 물으셨을 때는 마리아의 마음속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것 같아보입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을 간절히 원했습니다. 예수님의 시신이라도 간절히 원했습니다. 예수님의 시신이라도 찾아서 꼭 자신의 경의와 사랑과 존경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마리아의 마음에는 오직 예수님을 향한 그리움과 사무치는 사랑으로 가득했습니다. 예수님을 향한 간절함과 사랑 때문에 찬란한 옷을 입은 천사를 다시 만났어도 별로 감동을 받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을 향한 더 큰 사랑 때문에 천사를 만났다는 놀라운 경험은 더 이상 놀라운 경험이 될 수 없었습니다. 지금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우리가 정말 예수님을 사랑한다면 그 어떤 놀라운 기적이나 체험에 대해서도 별로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 작은 체험에도 쉽게 흥분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우리의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닐까요? 마리아는 오직 예수님을 간절히 원했습니다. 예수님을 간절히 찾고 있었습니다. 시신이라도 꼭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여인들은 천사를 만난 것으로 놀라 흥분하고 있지만 마리아는 주님을 향한 간절한 사랑으로 다시 무덤으로 되돌아 온 것입니다. 우리의 믿음을 잠시 점검해봅시다. 우리는 천사를 만났다는 것으로 만족합니까? 아니면 예수님을 만나기 전까지 결코 만족하지 않을 것입니까? 은혜의 대용품에 만족하는 사람입니까? 아니면 주님의 얼굴을 보기 전까지 결코 만족하지 않는 사람입니까? 왜 울며, 누구를 찾는지 물으신 예수님은 마리아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을 확인하고자 하신 것이었습니다. 바로 이 순간 예수님께서 “마리아야”라고 부드럽게 부르십니다. 마리아의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십니다. 이 말에 마리아는 무의식적으로 반응합니다. “랍오니여!” 이 음성을 듣기 전까지는 그가 예수님인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야!"라고 친밀하고도 부드럽게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실 때 마리아는 비로소 이분이 자신이 그토록 찾던 예수님인 줄 알아보게 됩니다. 예수님의 부드러운 음성에 마리아의 마음은 갑자기 밝아져 옵니다. 캄캄한 동굴에 한 줄기 빛이 들어오면 어둠이 갑자기 물러가는 것처럼 절망과 침통함과 슬픔으로 가득 찬 마리아의 마음은 일순간 기쁨과 환희로 바뀌게 됩니다. 예수님인 줄 알아보지 못하다가 갑자기 예수님을 알아보게 될 때의 그 놀라움이란 새벽 미명에 갑자기 천사를 대면했을 때의 놀라움과 분명 다른 것이었습니다. "마리아야!"라는 음성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듣고 예수님과 친밀한 대화를 나누었을 때의 바로 그 음성이었습니다. 자신을 괴롭히던 귀신들을 몰아낸 그 음성이었습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용서한 하나님의 음성이었습니다. 평소 자신을 부드럽게 불러주시던 그 친밀한 음성이었습니다. 그 음성을 듣는 순간 그녀의 입에서 순간적으로 "선생님!"이라는 말이 튀어나온 것입니다. "선생님!"이란 말은 평소에 마리아가 예수님께 드렸던 말이고, 자신이 예수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친밀한 음성이었습니다. 이 말을 하면서 마리아는 기쁨과 감격에 겨워 예수님 발 앞에 엎드려 예수님의 옷자락을 잡으려고 했지만 예수님은 뒤로 물러서시면서 자신을 만지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아직 아버지께로 올라가지 않았다"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의 부활하신 육신은 하나님 아버지께서 행하신 '부활의 첫 열매'이기 때문에 너무나 거룩한 것입니다. 하나님 아버지의 것이기에 하나님 아버지를 먼저 뵙기 전에는 아무에게도 접촉이 허락되지 않는 지극히 거룩한 육체인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왜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후 그 즉시로 하늘로 올라가지 않으셨을까요? 지극히 거룩한 육체로 부활하신 예수님이 부활의 첫 열매로서 하나님 아버지를 먼저 알현해야 했음에도 지체하신 까닭이 무엇일까요? 사실 세 여인이 무덤에 도착할 때도, 베드로와 요한이 무덤에 도착할 때에 예수님은 거기 계셨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무덤에 계셨던 것은, 예수님이 하늘의 아버지께 올라가지 못하시고 계신 것은, 슬퍼하던 한 여인의 눈물 때문이었습니다. 오직 예수님만 찾겠다는 일념으로 끈질기게 예수님의 시신을 찾는 한 여인의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천사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오직 예수님만으로 만족하리라는 한 여인 때문이었습니다. 천사의 말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예수님의 시신을 찾기 전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오직 예수님만 필요로 하고, 예수님을 향한 그리움으로 슬피 울던 한 여인 때문에 부활하신 주님은 지상에 잠시 머무셔야 했습니다. 오늘 사망과 음부의 권세를 이기고 영광스러운 부활의 첫 열매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념하고 기뻐하는 이날에 우리의 이름을 부드럽고 친근하게 불러주시는 그분의 사랑의 음성을 듣기 원합니다. 오래전 그 사랑의 음성은 무덤에서 들려주셨지만 지금 그 음성은 하늘의 지성소에서 들려주고 계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자신을 찾는 자에게 반드시 만나주십니다. 그리고 친근하게 그 이름을 불러주십니다. 그 음성이 우리에게 있는 모든 어둠을 몰아낼 것입니다. "마리아야!"라고 마리아를 평소 부드럽게 불러주신 그 음성이 슬픔에 가득 찬 마리아를 환희에 찬 마리아로 바꾸어 놓았듯이, 부활하신 주님의 그 부드러운 사랑의 음성이 오늘 우리를 새롭게 하실 것입니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불안, 염려, 근심, 걱정, 절망, 패배의식, 슬픔, 상실감, 그 어떤 어두운 그림자라도 그분의 사랑의 음성은 기쁨, 확신, 환희, 벅찬 감격, 감사, 소망과 찬송으로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 부활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드러운 음성을 듣게 되길 바랍니다. 그분은 지금도 살아계십니다. 지금도 살아계셔서 마리아처럼 자신을 찾는 모든 이들을 만나주시며, 그들의 이름을 마리아에게 했듯이 불러주십니다. 부활하신 주 예수님을 소리 높여 찬양합니다. 할렐루야 아멘.

 

하나님 아버지!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한 음성 듣게 해주십시오. 오늘 우리도 마리아처럼 주님을 찾습니다. 주님을 간절히 원합니다. 주님의 옷자락이라도 만지기 원합니다. 주님의 음성 듣기를 원합니다. 부활하신 주 예수님과 함께 영원히 살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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