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클리닉

설교준비할 시간이 없다?

등불지기 2012. 7. 22. 22:02

 

클리닉13-설교준비할 시간이 없다?

 

어제는 제가 섬기는 흑인 목회자들과 함께 프레토리아에서 열린 칸퍼런스에 참석하고 돌아왔습니다. 칸퍼런스의 주제는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제시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흑인들의 문화에는 어린이들이 종종 경시되고 무시되는 경향이 크다는 점에서 어린아이들에 대한 강조는 분명 큰 도전이 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끝나기 직전에 9월 22일에 제1회 설교대회가 개최될 것을 광고하였습니다. 흑인 목회자들이 신학훈련을 받는 클라스가 프레토리아, 요하네스버그, 노스웨스트 지역을 중심으로 7개가 진행되고 있는데 각각의 클라스에서 대표자를 선발하여 설교대회에 출전시키는 행사인데 올해 처음으로 개최되는 것이어서 뜻깊다고 하겠습니다. 설교본문은 통일시켰습니다. 요한복음 2장 1절에서 11절까지인데 관찰과 해석과 적용이 쉽지 않는 본문입니다. 그리고 설교시간은 20분으로 제한하였고, 설교대회 전에 3장짜리 설교문을 받기로 했습니다. 심사를 위하여 설교학을 전공하고 가르치는 백인교수를 초빙하고 학장, 설교학을 가르치는 선교사들 포함하여 3-4명 정도 심사진을 구성하기로 하였습니다. 6-7명의 출전자들 중에 3명에게 메달을 수여하고, 지역 클라스에게는 풍성한 다과를 시상하기로 했습니다. 오전에 3시간 정도 내내 설교하고 점심 후에 심사평과 시상을 통해서 참가자 전체에게 설교에 대해 새롭게 교육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컨퍼런스를 마치고 2시간 정도 돌아오는 자동차 안에서 제가 섬기는 지역 클라스에서 대표설교자로 선정된 스탠리 자와라라는 흑인 목사님이 제게 이렇게 묻더군요. "다른 것은 다 이해가 되는데 왜 설교대회 전에 설교문을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우리(흑인목사들)는 설교원고를 작성하지 않고 설교합니다. 그리고 설교원고를 작성하는 것은 성령을 의지하는 것과 배치되지 않습니까? 만일 성령께서 설교를 바꾸도록 감동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그 질문에서 저는 흑인 목회자들의 설교관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흑인 목회자들은 언제나 설교를 즉흥적으로 하기 때문에 설교문을 미리 작성하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작성하더라도 요점만 간단히 기록하는 정도이고, 그나마 요점을 적는 일도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그 질문에 저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받는 스트레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여러분이 설교를 위해 설교원고를 작성하지 않더라도 여러분을 비난할 사람은 이곳 아프리카에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경우 다릅니다. 목회자들을 위해 교회는 생활비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후원하는 대신 교회는 목회자들에게 거는 기대가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들의 목회자들이 오직 기도와 말씀에 전념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신들이 전적으로 후원하는 목회자들이 설교준비를 게을리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크게 실망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성령의 감동으로 설교문을 쓰지 않고 즉흥적으로 설교를 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특수한 상황입니다. 일반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교인들은 아마 목회자들이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아마도 교회에서 쫓아내려고 할 것입니다. 게다가 교인들은 대부분 학식이 높은 분들입니다. 교수나 선생도 많고 대학교외 대학원 출신도 많습니다. 그들은 목회자들이 기도와 말씀에 전무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생활비를 전적으로 후원합니다. 한 두 번 즉흥적인 설교를 할 수 있겠지요. 그런 경우는 교인들도 인정하고 이해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면 그 목회자는 자신을 위험하게 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한국교회 목회자들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러면 흑인 목회자들은 아주 심각하게 듣습니다. 흑인 목회자들은 주중에도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분들이 상당수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설교준비에 시간이 없다고 말합니다. 일면 그들의 변명에 수긍이 갑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심방도 하고 장례도 집례하고 설교를 준비해야 할 토요일에는 행사도 많고 결혼식도 많아서 설교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그러나 바빠서 설교준비할 시간이 없다고 하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보입니다. 설교준비할 시간이 없다고 하는 분들에게 권면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설교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대로 입 밖에 내지 마십시오. 그런 말은 자신이 얼마나 게으른 사람인지 스스로 자랑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론은 미리 준비하는 것입니다. 설교할 날이 닥쳐서 그 전날에 설교준비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설교하기 전날에 급히 설교준비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첫째, 하나님께서 자신을 설교자로 부르셨다면 평생 설교할 계획을 지금 짜두십시오. 20년 혹은 30년 동안 무엇을 어떻게 설교할 것인지 미리 평생 계획을 짜두는 것입니다. 둘째, 자신의 은퇴설교를 준비하십시오. 30년 후에 목회에서 은퇴할 날에 할 설교를 지금 준비하십시오. 이런 마음으로 설교준비를 미리 하는 것입니다. 셋째, 10년 혹은 5년..이런 식으로 중단기 설교계획을 짜두십시오. 본문과 제목 정도는 기도하면서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 1년 설교계획은 연말에 짜두십시오. 이 경우 본문, 제목, 그리고 개요(outline)까지 작성해두는 것입니다. 다섯째, 1주일 새벽설교의 경우 그 전 주간에 본문과 제목과 개요를 준비해두십시오. 여섯째, 설교와 상관없이 꾸준히 묵상노트를 기록해가는 습관을 들이십시오. 일곱째, 요즘은 스마트폰이 발달했는데요 수시로 영감이 떠오르거나 깨달은 말씀이 있을 때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십시오. 여덟째, 설교 전날에는 본문연구를 하지 말고 설교연구를 해야 합니다. 본문연구는 개요작성을 위해 필요합니다. 본문, 제목, 개요작성은 최소한 1년 전에, 새벽설교의 경우 1주일 전에 끝마쳐놓아야 합니다. 설교 전날에는 예화를 찾는 일, 설교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설교할 때 자유로움을 확보하기 위해 기도하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열 번 째, 할 수 있으면 설교하기 직전에 설교하듯이 정성껏 설교문을 작성해보십시오. 그러나 설교단에 올라가기 전에는 설교문을 갖고 올라가지 않도록 해보십시오. 설교단에 올라갈 때는 손바닥 크기의 메모지 정도만 갖고 올라가도록 하십시오. 요컨대 너무 바빠서 설교준비에 시간이 없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 말은 자신이 게으르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진정 설교자로 부르심을 받았다면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평생을 한 편의 설교를 위해 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예를 들어 마태복음을 강해설교하고 싶다면 내년에 하도록 스케쥴을 작성하는 것입니다. 올 해는 마태복음을 연구하고 몇 편에 걸쳐 강해할 것인지 결정하고 개요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처음에는 몇 권의 주석서를 읽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면 나름대로 전체적인 그림과 메시지가 잡힐 것입니다. 그리고 몇 편에 걸쳐 설교하면 좋을지 가닥이 잡힐 것입니다. 예를 들어 70편이라고 한다면 70개의 본문으로 나누고, 70개의 제목 및 설교 개요를 본문개요와 함께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해가 바뀌게 되어 설교하려고 할 때는 본문연구가 아니라 설교연구를 하는 것입니다. 구성, 예화, 적용, 묵상, 기도 등에 매진하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나름 강해설교를 한다고 하는데 강해설교를 하면서 스스로 큰 그림을 놓쳐버리고 책의 주제보다는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주제에 본문을 끌어당기는 그런 모습을 종종 보게 되는데 그런 경우는 이렇게 미리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강해설교를 한다고 하면서 그때 그때 본문연구와 설교연구를 시간이 닥쳐서 하게 되면 비록 강해설교를 한다고 할지라도 책의 중심주제를 놓치게 되고 일관성이 없는 강해설교, 강해설교답지 않는 강해설교, 이름만 강해설교이지 사실 주제설교와 다를 바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미리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리 준비하면 토요일날 결혼식 주례를 하고, 장례가 생기고, 행사가 많아지고 바빠질지라도 마음의 여유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바쁜 일이 생길수록 성도들의 삶속에 들어가서 많은 것을 관찰하며 설교의 접촉점을 찾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예수님은 공생애 3년 설교를 위해 30년을 준비하셨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아니 3000년을 준비하신 것입니다. 실제로 설교해야 할 때는 예수님은 기도하시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시는 일에 집중하심으로 설교의 접촉점을 찾으셨습니다.

 

2012년 7월 21일

South Africa,

김광락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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