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를 다니지 않은 채 목회를 하는 목사들이 대부분인 상황이라 저같은 선교사가 값없이 신학과 성경을 가르쳐주고 말씀훈련 하는 일은 이 나라에서 매우 시급한urgent 사역이라고 하겠습니다. 각자 목회하면서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목회 라이브러리를 갖추어 줄 뿐 아니라 성경적인 목회관과 가치관을 재정립하도록 돕는 일은 하나님께서 매우 기뻐하시는 일입니다. 이분들은 이미 부목사 혹은 담임목사로서 이미 목회사역을 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1년 반에서 2년 가까이 배우면서 이들의 설교와 목회사역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고 듣는 것은 사역하면서 얻는 큰 즐거움입니다. 매주 만나서 함께 기도하고 찬양하고 강의도 듣고 질의응답 등을 통해서 훈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one-day conference 혹은 intensive course 라고 해서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함께 공부를 하고 기도도 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얼마 전만 해도 2박 3일로 집중강의한 적도 많았고, 가끔은 일주일 함숙하면서 집중강의하기도 했습니다. 아침먹고 2시간 강의 두번, 점심 먹고 2시간 강의 두 번 이런식으로 일주일 강의를 하면 목이 쉬게 됩니다.) 집중강의를 통해 집중적인 말씀의 은혜를 경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함께 현지식으로 식사를 나누는 것입니다. 각자 조금씩 내어서 아침에 강의가 시작하기 전에 음식을 준비하게 하고 점심시간에 맞추어 배달을 하게끔 합니다. 이렇게 식사를 같이 나누게 되면 서로 더 가까워지는 그런 느낌도 들고 저에 대해서 더 마음을 열고 말씀에 경청하는 그런 면도 있습니다.
제가 흑인 마을에 들어가서 이런 사역을 한다고 하면 백인들은 다들 저러러 매우 용감하다고 합니다. 특히 흑인들도 잘 가기를 꺼리는 그런 지역이 있습니다. 주로 마약중독자들이 많은 지역인데 강도의 소굴이라고 할 수 있는 우범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늘 조심하지만 아직까지 흑인 마을에서 사역하면서 큰 위협을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백인들이 제게 용감하다는 말을 하더라고 이분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니까 백인들이 과거에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 시절에 백인들이 자신들에게 했던 것 때문에 쉽게 자기들에게 들어오기를 스스로 꺼리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분들과 제가 함께 식사를 나누는 것처럼 백인들도 흑인들과 함께 어울려 식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더군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한국인 선교사의 경우 역사적으로 아프리카에서 억압하고 착취한 그런 역사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흑인 마을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원래 용감해서가 아니라 잘못을 저지른 역사가 없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있는 것입니다. 순결과 성결은 담대하게 주의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가장 큰 원천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제법 푸짐하게 잘 나온decent 현지식입니다. "빱"(Pap)이라고 부르는 현지식은 메이즈를 백설기처럼 만들어서 그 위에 그래빗이라고 하는 양념을 얹고 야채와 고기 등을 얹어서 먹습니다. 저는 원래 아무 음식이나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체질인데 (최전방에서 군생활을 했는데 군대에 갔다 와서 확 바뀌었지요..군대에서 온갖 힘든 훈련을 다 받으며 고생할 때에는 하나님께서 나를 왜 이렇게 생고생시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요. 그런데 군대 갔다오고부터는 10년 동안 앓았던 위염증세도 사라지고, 소화불량에 자주 걸리던 것이 말끔히 사라지고 말았답니다.) 선교지에 오기 전에 인도 중국과 중동지방 등 선교여행을 다니면서도 아무거나 잘 먹게 되었고, 이곳에 와서도 현지인들이 먹는 음식을 한식보다 더 즐기게 되었는데 이 모든 것이 신기하게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보시다시피 한 접시 가득 담긴 음식이 전부이고, 수저 혹은 포크 하나로 먹습니다. 현지인들은 손으로 먹기도 합니다. 국이나 수프는 기대하지 말아야 하고 기껏 탄산음료 한 컵을 국물로 여겨야 합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맛있게 잘 먹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소화가 안 되는지 속이 계속 더부룩하네요..몇 년 만에 처음으로 집에 돌아와서 소화제 한 알을 먹었습니다. 너무 많이 먹었거나 혹은 너무 급하게 먹었던 것이 아닌가 싶네요.. 아무튼 현지인들과 현지식으로 식사를 나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선교사역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뜨뜻 미지근한 라오디게아 교회를 향하여 계속 문을 두드리고 계신다고 말씀하시면서 누구든지 문을 열면 들어가서 그와 더불어 먹고, 문을 여는 그도 예수님과 더불어 함께 먹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지요. 함께 식사를 나누는 것은 매우 즐거운 경험입니다. 단지 마음만 즐거운 것이 아니라 함께 식사를 하는 사람들끼리 깊이 이해하고 신뢰하고 하나가 되는 그런 느낌이 들게 됩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삶속에 모시고 살아가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셨듯이 하나님 나라는 잔치feast와 같습니다. 하나님 나라가 임하는 개인과 교회는 항상 잔치와 같습니다. 즐거움만이 전부가 아니라 서로 신뢰하고 서로 용납하고 이해하면서 한 몸으로 융합되는 그런 일체감이 있습니다. 이 나라에 백인과 흑인이 서로 용서하고 용납하면서 서로 함께 앉아서 식사를 나누는 그런 날이 속히 오기를 소망해봅니다. 흑인이 백인의 음식을 먹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억압하고 착취했던 백인들이 흑인들의 음식을 먹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과 같이 음식을 먹는다는 것, 특히 그가 즐겨 먹는 음식을 그와 함께 먹는다는 것은 내가 그를 존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그는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의 음식을 먹어주는 나에 대해서 마음문을 열게 되는 것이고, 그의 삶속에 나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요셉이 형들에게 음식을 베푼 것은 참된 화해를 위한 준비였듯이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은 참된 화해사역인 것입니다. 가정에서도, 교회에서도, 직장이나 국가에서도 서로 함께 밥을 먹는 것은 분열을 치유하고 소통을 터주게 될 것입니다.
South Africa,
김광락 선교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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