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배우는 것들
선교사로서 주의해야 할 것 중에 하나는 가르치려는 태도입니다. 가르치는 사역은 귀하고 거룩하지만 가르치려는 태도는 현지인들에게 상처를 주고 선교에 역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신학을 강의하는 사역을 저의 주된 소명으로 여기고 사역하는 저로서 늘 마음에 새기고 부담을 갖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가르치려는 태도로 현지인들에게 다가가지는 않는지 늘 제 자신을 돌아보려고 합니다. 비록 교사, 혹은 강사의 입장으로 있지만 학생의 태도를 견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좋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도 반면 교사로 삼고 무엇인가 배울 점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사역하면서 현지인들에게 배운 것들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아프리카를 사랑하며, 아프리카에서 오래 사역하려면 아프리카에서 배우는 것들이 많아야 하겠기에..
1. 여유를 가질 것
한국에서는 매우 바쁘고 분주하게 지내다가 아프리카에 오니 정반대로 행동해야 했습니다. 조급하게 서두르면 오히려 힘들어집니다. 빨리 빨리는 없애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교육적인 측면에서 약속한 시간을 엄수하고, 정해진 수업시간에 항상 10분 전에 도착해서 기도로 준비하고, 정시에 수업을 시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을 현지인들로부터 배웁니다.
2. 내일일을 염려하지 말 것
아프리카인들은 미래에 대해 아무 염려가 없는 듯이 보입니다. 예수님께서 "내일일을 염려하지 말라 오늘 염려는 오늘 족하다"는 말씀에 가장 잘 이해하고 순종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너무하다는 듯이 느껴질 때가 있지만 그래도 내일 염려는 내일 하자는 낙관주의는 정말 배울 점입니다. 한국의 경우 출산율이 점점 떨어진다고 합니다. 자녀교육에 대한 부담이 커서이겠지요.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내일일을 염려하지 않기 때문에 자녀를 제한하는 것이 업습니다.
3.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말 것
아프리카 현지인들에게 배우는 것 중에 하나는 가난한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가난한 것은 불편한 것일뿐 부끄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이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오히려 가난 속에서도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늘 도전이 됩니다.
4. 대중 앞에서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 않는 것
아프리카인들을 보면서 크게 도전 받는 것 중에 하나가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 기회를 갑자기 얻었음에도 결코 당황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유교문화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앞에서 이야기하거나 연설하는 것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는데 반해 아프리카인들은 연설하는 것을 오히려 좋아합니다. 수업 시간에도 손을 들고 질문하고 코멘트를 하는 것을 즐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5. 원고 없이 설교하는 것
목사로서 아프리카 목사들을 보면서 도전 받는 것 중에 하나가 원고없이 설교하는 모습입니다. 물론 연구하지 않고, 설교원고를 준비하지 않고, 문맥을 벗어나는 문제도 있지만 그래도 의사소통의 역동성이란 측면에서는 배울 점이 분명 있습니다. 눈과 눈을 맞추어서, 청중과 같이 호흡을 하며 설교하는 모습은 굉장히 도전이 됩니다.
6. 춤과 노래를 즐기는 것
춤과 노래는 아프리카인들의 낙관적인 인생관을 잘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예배드릴 때 악기가 하나도 없어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들의 성대와 몸이 곧 악기가 됩니다. 온 몸으로 찬양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 도전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자감각과 리듬감은 탁월한 것 같습니다. 거기가 북이라도 있으면 더 환상적이 됩니다. 악보가 없어도 7부 화음을 만들어내는 현지인 찬양은 큰 감동이 됩니다.
7. 우분투 정신
아프리카의 독특한 공동체 정신이 있는데 그것을 현지어로 '우분투'Ubuntu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한국의 두레정신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아프리카는 오래 전부터 여러 부족과 종족이 함께 어우러져서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는 전통이 있어왔습니다. 우분투는 아프리카의 독특한 공동체 정신으로서 자신과 다른 상대방을 적극적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뜻하기도 하고, 때로는 '당신 때문에 내가 존재한다'는 독특한 사고방식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나와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을 나의 적을 간주하는 단일문화의 성격과 달리 나와 다른 것을 적극 인정함으로써 자신이 존재하고 서로 적극적으로 공존을 모색하는 모습은 분명 배울만한 점입니다.
8. 토론문화
그래서 아프리카는 토론문화가 강합니다. 별 것 아닌 것을 가지고도 몇 시간씩 대화를 하고 토론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상대방이 이야기를 할 때 진지하게 경청해주는 것도 본받을 점입니다. 중간에 말을 끊고 자기 생각을 주장하는 그런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집단적인 행동에 나서면 해결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는 그런 모습보다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물론 흑인들도 데모하고 시위도 합니다만 원래 아프리카문화와는 거리가 멀고, 대화와 토론으로 모든 갈등을 풀려고 하는 것이 아프리카적인 정서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9. 낯선 사람에 대한 관심과 환영
백인교회에 간혹 가면 어느 누구도 관심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각자 예배드리고 예배가 끝나면 각자 자기 집으로 돌아가버립니다. 개인주의의 모습이 강한 반면, 흑인교회는 그렇지 않습니다. 낯선 동양인이 왔다고 관심을 보여주고, 환영해주고, 안아주기도 합니다. 낯선 사람에 대한 관심과 환영은 아프리카 흑인들에게서 아직도 남아 있는 부분입니다.
10. 목회열정
아프리카 흑인목사들의 대부분 (95% 이상)이 정규신학훈련을 받지 못하고 목회를 합니다. 정규신학교에서 공부를 하기에 너무 가난한 문제도 있고, 일반 신학교가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인본주의 사상을 가지고 온갖 비평을 가르치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있고 흑인들을 차별하고 억압하고 착취한 백인들에게 대한 거부감 등 여러가지 이유로 신학훈련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음을 전하려는 열정만으로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교회사역하는 순수한 열정을 가진 분들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형편이 어렵다고 목회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어렵고 힘들지만, 신학훈련도 받지 못했지만 열정 하나만으로 목회 현장에 헌신하는 모습은 큰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11. 제자훈련
한국에서 제자훈련이라고 하면 강의실이나 가정집에서 이루어지는 성경공부모임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제자훈련은 멘토와 제자가 함께 현장에서 실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룹으로 제자훈련하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나이 많은, 은퇴할 시기가 다가온 목사님이 젊은 목사님을 데리고 시골 지역에 가서 텐트를 치고 전도집회를 열고, 설교와 치유사역 등을 직접 실습하게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의 제자훈련이 좀더 복음서에 가깝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신학적인 문제, 교리적인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현장에서 선임자와 후임자가 함께 사역하면서 실습을 함께 함으로서 제자를 키워내는 모습을 분명 배울만한 점입니다.
아프리카 현지인들이 부른, 아프리카 흑인들의 상황에 딱 맞는 복음성가를 첨부해봅니다.
내가 가난할 때 부요함이 되시는 주님,
내가 약할 때 강함이 되시는 주님을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South Africa,
김광락 선교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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