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P 이야기

선교사의 정착문제

등불지기 2014. 1. 31. 05:25

 

 

선교사의 정착문제

 

한 선교사 (혹은 그 가정)이 어느 나라의 어느 지역에 정착하는 과정에 관해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선교사의 정착에 필요한 것, 주의해야 할 것,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선교사가 정착하는 것settle down은 생활과 사역에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 것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습니다. 안정감을 갖게 되면 현지인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사역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안정감을 갖지 못하게 되면 5년, 심지어 10년을 머물러도 사역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선교사의 정착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선교사 자신의 안정감이라기보다 함께 생활하는 가족 (아내, 자녀들)의 안정감이 우선입니다. 만약 가족의 안정감이 확보된다면 선교사는 더욱 쉽게 사역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초기에는 선교사 자신의 사역에 집중하기보다는 가족의 안정감을 위해 선교사가 먼저 노력해야 합니다. 가족들과 함께 여행하는 것도 정착하는 시기에 꼭 필요한 일이고, 자녀들이 학교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정착하는 과정에서는 사역보다 가정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착하는 시기에는 특히 큰 재정이 들어갑니다. 월셋집을 계약해야 하고, 선교사들에게 발과 같은 자동차를 구입해야 하고, 침대나 냉장고와 같은 생활가전도 구입해야 합니다. 아프리카에서 여행만 하신 분들이나 그저 상상만 하는 분들은 아프리카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해 별로 큰 재정이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수입해야만 하고 만들어내는 능력이 없는 곳에서는 비용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생산기술이 없고 모두 수입해야만 하는 아프리카의 경우 얼마나 비싼지 모릅니다. 여행할 때는 몰랐는데 정작 살려고 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파송하는 교회에서 충분히 감안하여 정착비를 지원해주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처음 낯선 땅에 정착하려고 할 때 그 나라와 그 지역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실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비자visa 문제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주변에서 '카더라' 식의 말에 영향을 받지 않고 본인이 직접 관련법규를 조사해보거나 이민국을 방문하여 구체적으로 문의해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지역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말에 쉽게 편견을 갖기 쉽다는 것을 기억하고 여러 사람과 대화를 하여 다양한 시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먼저 와서 생활하며 사역하는 선교사들의 '실패담'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선교사 자신의 사역이 분명한 비전과 정체성이 확립되어 있다면 정착은 훨씬 쉬워질 것입니다. 자신의 은사와 부르심의 목적에 관해 확신이 없으면 정착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은사와 소명에 관해 가족들과 함께 분명한 공감을 갖는 것은 아주 중요한 준비입니다. 가능하면 자신이 사역과 비전에 관하여 성경에서 약속의 말씀을 응답받고 더 나아가 자신의 사역에 이름을 부여할 수 있다면 정착은 더욱 형통해질 것입니다. 저의 경우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거의 일주일만에 강의현장에 투입되었는데 제가 사역할 때 저를 붙들어준 것은 제 사역에 붙인 '등불'이란 이름이었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등불'이란 이름은 제게 실제적으로 빛이 되어주었습니다.

 

정착하는 과정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면 의존성과 비의존성 사이에 균형을 이루는 것입니다. 선교사는 정착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있습니다. 기꺼이 도움을 요청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사람에게 의존적이지 않도록, 오직 하나님 한분에게만 의존하려는 믿음을 더욱 강하게 가져야 합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옛 속담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문제는 자신이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하나님께서 일부러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인도하실 때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엘리야 선지자가 사렙다 과부에게 나아가서 '떡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것은 떡을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서였듯이 때로는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지만 담대하게 도와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요청하면 자존심 상할 일이 없을 것입니다.

 

어떤 선교사는 스스로를 고립시켜서 외로운 섬처럼 살기도 합니다. 그렇게 자신을 고립시키는 것이 하나님과의 관계에 유익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어느 면에서는 그것이 사실입니다. 선교사는 자발적으로 자신을 왕따(고립)시킬 줄 알아야 합니다. 혼자서 잘 놀 줄 알아야 하고, 가족끼리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자신의 지경을 넘어서 상처받을 것을 각오하고 관계에 헌신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만약 그 지역에 한인교회가 있다면 정기적으로 출석하여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좋습니다. 만약 자신의 사역에 지장을 줄 정도로 교회가 많은 사역을 요구한다면 적절히 거절하거나 타협할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선교사는 특정 교회만 아니라 여러 교회와 두루 좋은 관계를 갖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입니다. 어떻게 이러한 균형을 이룰 수 있을까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선교사는 특정 집단이나 교회에 부름을 받은 자가 아니라 특정 지역에 부름받은 자입니다. 지역을 품는 마음을 갖는다면 이러한 균형을 잡는 것이 훨씬 용이해질 것입니다.

 

사역이 중요하겠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가족은 최우선적으로 돌보아야 할 대상이고, 가정은 최전방 선교지입니다. 자신의 자녀를 그리스도의 제자로 삼는 것보다 더 큰 도전과 열매는 또 없을 것입니다. 선교사는 현지인의 영혼에 대해 고민하고 눈물 흘릴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 자신의 자녀들을 위해 눈물을 흘릴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자녀들도 제자삼지 못하는데 어떻게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세상 사람들을 주님의 제자삼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선교사의 정착은 곧 선교사 자신의 안정감뿐만이 아니라 모든 가족의 안정감과 직결된 문제인 것입니다.

 

South Africa,

김광락 선교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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