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smash and grab

등불지기 2015. 2. 1. 04:57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세계에서 치안이 불안하기로 악명이 높은 나라입니다. 빈부격차율이 세계 제일의 나라이니 치안이 불안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더구나 인근 나라(말라위,모잠비크,짐바브웨,스와질랜드,레소토,보츠와나,등)에서 오는 불법체류자들이 증가하고 있고, 백인정부시절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에 폭력으로 저항하던 세력들과 무기들이 아직도 남아 있어 더욱 치안불안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듣기로는 흑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회수하지 못한 불법무기들이 5백만정이 넘는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 불안한 치안을 드러내는 범죄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한국인들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주된 범행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법적 보호를 받는데 취약하다는 점을 이용한 범죄입니다. 이러한 범죄에서 대표적인 것이 권총강도, smash and grab, 그리고 robbery입니다. 권총강도는 말 그대로 권총을 들고 집에 침입해들어와 가족들을 결박한 채 신체적 위해를 가하면서 금품을 뜯어가는 행위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직접 겪어보진 못했으나 주변에 이러한 범죄를 직접 겪은 한인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권총강도의 경우 우발적인 범죄는 거의 없으며 사전에 오랜 기간 동안 관찰하고 치빌하게 범행계획을 세운 뒤 범행을 저지르며 보통 4인조가 한 팀이 되어 자가용을 이용하여 다닙니다.

 

보통 권총강도의 경우 권총을 이용하여 위협하며 신체에 가해를 가하는 경우인데 아주 특별한 경우 경찰복을 입고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제가 작년(2014년 3월) 직접 당해본 적이 있는데 요하네스버그공항에서 어느 경찰을 만났는데 다짜고차 조사해야겠다고 하면서 수갑을 채운뒤 자동차에 태운 뒤 가방과 주머니를 다 뒤진 다음 현금을 갈취하는 경우입니다. 처음 당할 때는 긴장하고 너무 정신이 없어서 그대로 당했는데 다시 그런 경우를 당한다면 다르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국에서 나그네로 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권총강도보다 더 흔히 듣고 보는 범죄가 smash and grab이라는 범죄입니다. 말 그대로 '부순 뒤에 가방이나 금품을 집어가는' 행위입니다. 흔히 자동차를 주차한 쇼핑몰의 주차장parking lot이나 신호등이나 교차로에서 잠시 정차했을 때 일어나는 범죄행위입니다. 가방이나 지갑을 자동차 안에 두고 내리는 경우 차주가 없는 사이에 유리창을 깨뜨리고 가방이나 지갑을 훔쳐 달아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신호등에서 신호가 바뀔 때를 기다리는 중에 다가와서 차창을 깨뜨리고 훔쳐 달아나기도 합니다. 귀중품이나 가방을 차 안에 두지 않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겠지요.

 

그러나 최근들어 유행하는 것은 약간 변형된 smash and grab입니다. 자동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내릴 때 자동차문을 잠그려고 리모콘을 작동시킬 때 락업장치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교란장치를 활용하는 아주 지능적인 수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제 주변에는 실제로 이런 방법으로 가방을 분실한 분이 있습니다. 혹은 자동차의 시동을 걸어 출발하는 순간 갑자기 다가와서 운전석 문을 세차게 잡아당기면서 큰 소리로 정신을 교란시키는 사이 다른 공범이 조수석 문을 열고서 조수석 밑에 놓아둔 가방을 집어 달아나기도 합니다. 최근 한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smash and grab이 급증하고 있다며 대사관과 한인회에서도 모든 한인들에게 조심할 것을 당부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바로 어제 오후에 제가 이런 방식으로 당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에 앉아 시동을 걸었는데 한 흑인이 다가와서 운전석 문을 갑자기 열고서 큰 소리로 위협하면서 제 혼을 빼놓은 사이 순간적으로 다른 공범이 조수석 문을 열고 조수석 바닥에 놓은 가방을 집어 달아나버렸습니다. 불과 어제 오후 시내의 어느 주차장에서 제가 당한 일입니다. 당하고 보니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치안이 불안한 곳임을 의식하고 항상 조심해야 했었는데 일단 당하고 보니 범행대상이 되어 당할 때는 속수무책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갑이나 금품을 아예 가지고 다니지 않는 것이 최선인데 그렇게 다니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불행하게도 제 가방에는 여권과 신분증, 면허증, 그리고 온갖 은행카드들이 있었고 한 달 동안 식료품을 사기 위해 찾아둔 현금들이 있었습니다. 현금보다 신분증과 여권이 더 큰 일이었습니다. 일단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신고하는 일부터 해야 했습니다. 각 은행에 직접 전화를 해서 카드를 정지시키고, 이민국으로 달려가서 신분증ID 재발급을 신청하고(재발급할 때 작성한 신청서가 임시신분증temporary id 역할을 합니다.), 현지 경찰서로 달려가서 사건경위서를 작성하여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사진 2장을 챙겨서 대사관으로 가서 여권을 새로 신청해야 합니다. 주민등록증을 비롯한 몇 가지는 한국에 들어갈 때 재발급받아야 합니다.

 

제 주변에는 권총강도를 직접 당해본 한인이 한 분 있는데 그때 겪은 정신적 충격(트라우마)을 극복하지 못해서 결국 한국으로 철수한 분이 있었습니다. 제가 두 어 번 정도 직접 당하면서 느낀 것이 하나 있다면 이것입니다. 금품이나 지갑을 빼앗길지언정 마음의 문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처음 일을 당하고 나면 순간적으로 드는 생각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요즘 내가 기도를 제대로 안 하고 있나? 하나님이 나를 겸손하라고 하시는건가? 내가 무엇을 잘못했지? 그런데 하나님께서 왜 나를 지켜주지 않으셨지? 등등 여러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갑니다. 그래서 하루 동안 바쁘게 그리고 신속하게 일들을 처리해나가면서 내 영혼과 삶을 살펴보며 점검해야 할 부분을 찾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황망히 지낸 다음 이 글을 쓰면서 제가 깨닫고 감사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저와 저의 가족을 지켜주시고 보호하여 주셨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가진 현금과 카드와 온갖 신분증을 다 빼앗겼고 그것 때문에 속이 상하고 억울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 철수하고 싶은 정도로 트라우마(정서적 내상)을 입은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국 원수는 내 소유를 빼앗아갔을지언정 내 마음에 주님이 주신 평화는 빼앗아가지 못한 것입니다. 이것이 또한 감사한 일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만나는 한인들마다 제가 당한 일들을 들려주면서 조심할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훗날 이야기거리가 하나 더 추가된 것입니다.

 

최근 이 나라의 전력사정이 악화되어서 정전이 자주 일어납니다. 예고없이 정전이 되는 경우다 잦아졌습니다. 케이프타운과 같은 어느 도시의 경우는 이렇게 정전이 되면 도둑들이 활개를 친다고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제가 사는 동네에서는 그런 일은 자주 보고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7년째 살아오면서 많이 듣기만 했지 직접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마음이 느슨해진 것이 사실인데 이번 일로 정신이 바짝 들게 되었습니다. 원수들은 항상 우리를 주시하고 있고 틈을 엿볼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여 하겠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언제든지 불가항력적인 방법으로 빼앗길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살아야하겠습니다. 

 

어려운 일 당할 때 나의 믿음 약하나 의지하는 내 주님을 더욱 더 의지하기 원합니다.

그리고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하든 항상 주님께서 생각과 마음을 지켜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김광락 선교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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