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묵상

요리도구

등불지기 2018. 4. 12. 03:51

 

요리도구

 

“철 연장이 무디어졌는데도 날을 갈지 아니하면 힘이 더 드느니라. 오직 지혜는 성공하기에 유익하니라.”(전도서 10:10)

 

요리를 혼자 배우기 시작하면서 칼이나 도마, 팬, 그릇 같은 것들을 아내의 눈총을 견뎌가며 하나씩 사들이기 시작합니다. 마트에 가면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주방도구들이 진열된 곳에 한참동안 머물러서는 구경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남자는 저 뿐입니다. 계산대위에 주방도구를 쑥스럽게 내려놓고 계산을 마치면 얼른 챙겨나옵니다. 음악하는 사람에겐 악기가, 디자인하는 사람에겐 맥북과 소프트웨어, 가구를 만드는 사람에겐 드릴이나 라우터같은 장비에 항상 관심이 갑니다. 목사에겐 주석이나 책이 되겠지요. 실력이 없는데 장비만 모은다면 문제겠지만 적당히 같이가는 것은 필요합니다.

 

요리하는 사람에겐 칼은 중요합니다. 칼날이 무뎌지면 어깨나 손목에 무리가 갑니다. 그러면 다치기도 쉽고 요리하는 일을 오래할수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좋은 칼에 항상 관심이 갑니다. 좋은 칼은 우선 경도가 높은 칼입니다. 경도를 숫자로 표기한 제품들이 대체로 괜찮습니다. 제일 경도가 좋은 칼은 철로 만든 것이지만 녹이 슬고 관리가 어려워서 대부분 스테인리스합금으로 만든 칼을 씁니다. 그리고 손에 쥐었을 때 그립감, 무게중심, 이물질을 잘 세척할 수 있을지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경도가 높고 좋은 칼이라 할지라도 무뎌지지 않는 칼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용하다 힘들다 싶으면 날을 세워주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살아가면서 어떤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뜻대로 잘 안되거나 효율이 잘 오르지 않거나 뭔가 자꾸만 힘들다고 느껴지는 그런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잠시 하던 일을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때입니다. 다시 날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저 역시 최근 묵상의 날을 다시 세워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공부하는 학생이나 사업하는 사업가나 사역하는 목사나 똑같습니다. 열심히 하려고 애쓸수록 더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날을 날카롭게 세울 때입니다. 무조건 열심히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방향은 옳은지 방법은 적절한지 돌아보고 수정할것은 수정해야 합니다. 대부분 자신을 가만히 돌아보면 날을 세우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예전에 한 두 번 해보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어떻게 날을 세울지 잘 모르겠다면 주님께 겸손히 그 방법을 여쭈어야 합니다. “너희중에 누구든지 지혜가 부족하거든 모든 사람에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 구하라. 그리하면 주시리라.”(야고보서1:5)

 

PS. 중국인 마트에 가서 7천원으로 산 중식도..비싸고 좋은 칼은 아내에게 주고 나는 가성비가 좋은 중식도를 혼자 전용하기로 함..

 

PS. 꼭 필요한 요리도구 4가지: 칼. 도마, 후라이팬, 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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