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야기

커피 한 잔의 여유

등불지기 2020. 7. 18. 04:43



저는 커피 애호가는 아니지만 아침에 꼭 한 잔은 설탕이나 다른 것을 넣지 않은 원두커피를 마십니다. 바쁠때는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그냥 간편하게 내려 먹는데 록다운으로 집안에 갇혀 지내는 요즘은 드립커피를 마십니다. 구석에 있던 드립 도구들을 꺼내보았습니다.

일년에 한 번 커피 생두 green bean 을 7~8kg 정도 사게 되는데 일년 가까이 먹게 됩니다. 커피숍에서 10번 사먹을 비용으로서 약 5만원 정도면 일년 동안 매일같이 먹을 양의 커피 생두를 살 수 있습니다. 브라질 산토스 , 에디오피아 예가체프, 콜롬비아 수프리모, 우간다, 탄자니아 커피생두 등 골고루 사둔 뒤 한 달에 한 번 정도 약 500그램씩 제가 직접 만든 로스터기로 생두를 볶습니다.

로스팅 단계는 모두 8가지가 있는데 (라이트-시나몬-미디엄-하이-시티-풀시티-프렌치-이탈리안) 저는 시티와 풀시티 중간 정도의 배전을 좋아합니다. 보통 드립커피는 시티 단계를, 아메리카노는 풀 시티 단계의 로스팅 원두를 사용합니다.

드립커피는 원두의 깔끔한 맛을 잘 느낄 수 있고 에스프레소의 경우 원두의 크레마를 포함하므로 깊은 풍미를 잘 느낄 수 있습니다. 가끔 콜드브루 커피를 만드는데 이것은 또 다른 커피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더치커피라고 불리는 이 커피는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먹을 때는 매우 간편해서 여행용이나 선물용으로 좋습니다.

드립커피는 1인당 원두 20램 물 160그램 잡으면 되고 물 온도를 92도에 맞춰줍니다. 드리퍼에 필터지를 끼우고 뜨거운 물을 약간 흘려서 적져준 다음 갈아준 원두를 넣어줍니다. 물을 약간 부어 30초간 뜸을 들인 후 나머지 물을 부어주면 됩니다.

저의 딸들은 커피를 좋아하는 아빠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도 이렇게까지 커피를 즐길 줄은 몰랐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도 많아지고 고민도 깊어지고 고난도 커질수록 인생이란 커피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분명 쓴 맛인데 그 속에 고소한 맛도 있고 달콤한 맛도 있고 신기하게도 꽃향이나 초콜릿 향 혹은 과일향이 납니다.

그래서 커피 한 잔을 음미하면서 우리가 사는 인생을 또한 느껴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고난 속에서도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은 삶이 비록 힘들어도 마음과 영혼에 평화가 있고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또한 힘들수록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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