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교계 안에 이슈화되고 있는 목사의 이중직에 관하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교회론과 직분론을 살펴본 다음에 다루어야 할 주제이지만 교회 개혁의 가장 현실적인 문제일 수 있기에 먼저 화두를 던져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프리카에서 15년 가까이 사역하면서 많은 백인교회들과 흑인교회들을 방문해보았고 수 백 명의 현지 목회자들과 교제를 해보았습니다. 제법 규모가 있는 교회나 그렇지 않은 미자립 교회나 목회자들은 주중에 거의다 다른 일을 하면서 생활비를 채우는 것을 보다가 한국에 들어오니 목회자가 전적으로 교회로부터 생활비를 받고 은퇴할 때에는 거액의 전별금도 챙기고, 심지어 후임 목회자로부터 전별금을 교회에서 요구하는 한국교회의 모습이 너무나 기괴하고 비정상적으로까지 여겨집니다. 제가 만난 모든 아프리카 목회자들은 주중에, 교회에 누가 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교회에서 사역하는 목회자가 특히 담임목회자가 주중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에 관해여 여러 의견을 살펴보았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어떤 목사님은 목사의 이중직은 프로답지 못하다고 하고 똑같이 존경하는 다른 목사님은 오히려 권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선, 성속의 구분에 관하여 생각해봅시다.
우선 개신교회가 만인제사장주의를 개혁의 깃발로 내세운다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를 섬기는 믿음으로 하는 모든 직업이 '성직'이라고 가르친다면, 목회자가 교회일이 아닌 다른 일을 주중에 하는 것이 '세속적인 일'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누가 보더라도 자기모순이 될 것입니다. 오히려 그리스도인들을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도록 가르치고 훈련하는 목회자가 모범을 보여주기 위해서 주중에 교회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하는 것을 적극 권장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현실을 들여다 봅시다.
교회에서 목회자에게 생활비 혹은 사례비를 책정하여 주는 이유가 원래 좋은 취지에서 시작하였지만 현실적으로 목회자의 세습문제를 야기하는 기득권이 되었거나 혹은 목회자가 월급을 주는 장로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그래서 목회자의 개혁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점점 기울어진다는 점에서 목회자의 이중직은 더욱 권장해야 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목회자가 주중에 다른 일을 함으로서 교회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지 않느냐는 비판에 대해서 생각해봅시다.
주중에 다른 일을 하느라 설교준비도 못하고 설교의 깊이도 사라진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해볼까요? 설교자가 주중에 다른 일을 한다고 해서 설교의 질이 떨어지는 예보다는 반대로 전적으로 교회에서 생활비를 제공받음에도 불구하고 설교의 질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 예가 더 많다는 사실을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설교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주중에 다른 일을 하도록 권장해야 한다고 역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세상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믿음을 지키기 위해 고민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이해하려면 그들과 똑 같이 살아보면서 그들의 삶 속에서 말씀을 묵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논쟁은 정답이 없습니다. 그러나 성경에서 본을 보여준 사도들의 삶을 들여다 봅시다.
사도바울은 고린도전서 9장에서 목회자의 이중직에 관하여 자신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사역해왔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도행전에서 사도바울이 어떻게 복음을 전했는지를 보면 오히려 목회자의 이중직이 복음을 전하는 데에 더욱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이것이 자신의 상급이라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런즉 내 상이 무엇이냐 내가 복음을 전할 때에 값없이 전하고 복음으로 말미암아 내게 있는 권리를 다 쓰지 아니하는 이것이로다."(고전9:18) 사도 바울은 자신을 본받으라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고전11:1절) 바울은 자신이 전하는 복음에 조금이라도 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밤낮으로 일을 하면서 필요한 재정을 충당했습니다.(고전11:7-9) 오히려 거짓 선지자들과 거짓 사도들이 사라들에게 돈을 거두어서 자신의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다고 그래서 사도 바울은 오히려 그들과 반대되는 방식으로 말씀을 전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성경을 읽어보십시오. 하나님의 공급하심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충성되이 말씀을 전했던 선지자들과 사도들의 삶을 들여다보십시오. 우리는 그들의 삶을 깊이 살펴보면 볼수록 오늘날 이슈화가 되고 있는 목회자의 이중직에 관하여 더욱 분명한 입장을 갖게 됩니다. 다음과 같이 요점을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목회자의 이중직에 대해서 성속의 논리로 접근해서 비난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적극 권장해야 한다.
둘째, 목회자의 선택과 결정을 교회가 존중해주어야 하고 목회자는 최대한 교회에 재정적인 짐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재, 만일 목회자가 교회로부터 생활비를 받기로 했다면 교회의 재정적인 수준을 조사한 후에 평균에 약간 못미치는 수준에서 책정하도록 하여야 한다.(이 부분에 관해서 제가 쓴 [본질목회로 돌아가라]에서 갈보리채플의 교역자사례비를 책정하는 방법을 참조하면 되겠습니다.)
오늘날 성직매매, 목회자 전별금, 은퇴시 문제가 되는 여러 재정적인 문제와 관련하여 교회가 분열되기도 하고 어려움을 겪는 오늘날의 상황속에서 교회가 개혁적인 입장을 속히 정립하지 않는다면 교회는 계속 힘을 잃고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목회자의 이중직에 관련한 논쟁은 그 중에 한 부분으로 지금까지 성속의 이분법 논리에 갇혀서 오늘날 교회 안에 왜곡되고 변질된 모습들이 나타나게 되어온 것에 대해 깊은 각성을 하여야만 올바르게 해결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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