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개혁

건물 vs. 사람

등불지기 2023. 7. 7. 11:04

아프리카를 다니면서 많은 교회들을 방문하였습니다. 

대체로 백인들이 세운 예배당은 크고 화려했고, 흑인들의 교회는 단순하고 소박했습니다.

백인 교회에서 예배드릴 때마다 자주 느낀 것이 있었는데 젊은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나이든 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아이고 20년 후에 이 예배당은 텅텅 비겠구나'라고 생각하였습니다. 

15년만에 한국에서 안식년을 보내면서 한국의 여러 교회를 다니면서 똑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생각은 요즘 심각해져서 거의 염려가 되었습니다.

제가 한국교회를 방문하고 바라보면서 특히 느낀 것은 한국교회가 건물에 지나치게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교회가 유독 심하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게 되었을까? 

교회에 대한 잘못된 생각들이 교회 안에 자리잡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선적으로 교회성장주의가 한국교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성장척도를 외형적인 건물의 모습에서 찾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회는 건물이 아닙니다. 교회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교회성장은 건물의 크기가 아니라 사람의 내면의 성장과 성숙입니다. 교회성장은 인격의 성숙과 삶의 질적인 변화로써 알려지는 것이지 건물의 크기나 출석수나 헌금액수의 크기가 나타낼 수 없습니다. 

제 딸들이 출석하는 서울의 어느 교회를 가보니 비전센터를 건축하는 일에 헌금을 독려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교육에 필요한 공간이라 말하지만 청소년들의 수는 줄어들고 있는데다 예배당은 이미 충분히 큰데 또 다른 건물을 짓겠다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건축하는데 은행빚을 내어야 하니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물어봅시다. 만일 30년 후에 이 건물이 어떻게 될까요? 만일 건물만 덩그러니 남는다면 더욱 낭패이지 않겠습니까? 제가 보니 건물과 옛 명성만 남게 될 교회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교회성장은 보이는 건물이나 어떤 것으로 측정할 수 없습니다.

만일 교회건축에 목회의 생명을 걸고 목회하는 분이 있다면 그것은 목회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뜻입니다. 

목회자는 사람을 살려야지요. 사람을 키워야지요. 사람을 변화시켜야지요. 사람의 성숙과 성장을 도모해야지요.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건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교회가 자멸하는 길을 걷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참된 교회개혁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에게 모든 초점을 맞추는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교회가 건물에 집중하는 것은 이미 교회가 타락하기 시작했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중세 교회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건물을 짓기 위해 교황이 면죄부를 발행하지 않았습니까?

오늘날도 건물을 짓기 위해 교인들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헌금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 중세시대와 다른 것이 무엇입니까?

왜 건물에 그토록 집착하는걸까요?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사람을 세우는 법을 잊어버린지 오래여서가 아닐까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건물을 버려야 합니다. 건물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건물에 가려 사람을 놓치면 안 됩니다.

다음 세대를 이끌 지도자를 키우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가정에서, 교회에서, 직장에서, 정치 경제 모든 사회 영역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칠 리더를 키워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건물 없는 교회, 건물을 없애는 교회, 오로지 하나님의 사람을 키워내는 일에만 모든 힘을 집중하는 그런 교회가 생겨나야 합니다.

 

2023년 7월 7일

 

김광락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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