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개혁

영적인 삶

등불지기 2023. 7. 7. 12:07

한국교회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교회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어지는 공통된 현상이 다름 아니라 영적인 삶에 대한 오해와 무지입니다. 영성 spirituality 혹은 영적인 삶 spiritual life 에 대한 무지와 오해는 기독교회들로 하여금 퇴보와 타락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영성 혹은 영적인 삶이 현 세상에서 초월한 어떤 상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영적인 삶이란 다름 아니라 지극히 일상생활에 기반을 둔 전인격적이고 실제적이고 균형잡힌 삶의 체계를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선 사도바울이 영과 육에 관하여 어떻게 말씀하고 있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은사와 구변이 뛰어난 고린도 교회를 가리켜 여전히 육에 속했다고 책망한 것을 성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고전3:3 참조) 사도 바울에게 영적인 삶은 죄성에 물든 사람의 본성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적 가치기준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지 않는, 오직 하나님만이 온전히 다스리시는 삶의 상태를 의미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초월적인 은사나 체험이 있다고 해서 영적인 삶이 아니라 내면의 질서가 하나님의 온전한 다스리심 아래 있다는 뜻으로 "영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많은 교회들이 영성운동, 혹은 은사운동에 열심을 내고 있으나 사실 전혀 영적이지 않은 것을 알아야 합니다. 세상의 불의와 불의한 구조에 대해 분노하지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교회가 영적인 교회가 될 수 없고, 영적인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습니다. 신음하는 이웃을 보면서도 아무 것도 느끼지 않으면서 방언과 환상 같은 은사와 체험에 자신을 영적인 그리스도인이라고 착각하는 데서 벗어나야 합니다. 영적인 삶은 초월적인 어떤 세계에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구현해해는 어떤 것입니다.

미가 선지자는 인생에게 요구하시는 하나님의 뜻에 관하여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동행하는 것이 아니냐"(미6:8)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구현해내는 삶을 영적인 삶이라고 한다면 영적인 삶에는 세 가지 요소가 바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정의, 긍휼, 그리고 겸손히 하나님과 동행함. 이 세 가지는 함께 있어야 빛을 발합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는 순서가 있습니다. 첫째, 정의가 먼저 가야 합니다. 둘째, 정의의 부족한 부분을 긍휼이 채워야 합니다. 긍휼 없는 정의의 모습을 근대사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셋째, 정의와 긍휼은 서로 보완해야 하나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으로 비로소 완성됩니다. 만일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산다고 하면서 정의와 긍휼이 없다면 이 또한 자기를 속이는 것이며 영적인 삶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오늘날 교회 안에서 영성을 추구하고 영적인 삶을 산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교회가 영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성령의 은사는 소중하지만 영적인 삶의 척도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교회가 사회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 연구를 해야 합니다. 현실과 일상에서 초월하는 것이 아닌 현실 속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구현해내는 것이 영성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 안에 사회 위원회를 두는 것을 제안합니다. 일상생활을 연구하고 나누는 공식 모임을 둘 것을 제안합니다. 

예전에 수원에서 교회를 담임할 때 길 건너 어느 교회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한국헨리죠지 협회의 자문위원이었는데 그 협회 회원 몇 분이 그 교회를 출석하고 있었는데 그 교회에서는 사회위원회가 있어서 초청강사를 모시고 헌신예배를 드리게 되었는데 제가 그 예배에 함께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많은 교회를 다녔지만 교회 안에 사회문제를 연구하는 사회위원회를 두고 있는 교회가 있다는 것에 참 신선한 도전을 받았습니다. 부동산 문제, 고용문제 등을 토론하고 연구하며 전문가를 초청하여 헌신예배 시간에 말씀을 듣도록 허락한 담임목사님의 리더십에도 큰 감명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영적인 삶, 영성에 관한 균형잡힌 관점을 갖도록 하는 것, 현실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을 구현하는 것에 대해 연구하는 교회, 그런 교회가 진정한 영적인 교회가 아니겠습니까? 또 그런 그리스도인이야 말로 진정한 영성을 소유한 그리스도인이 아니겠습니까? 

현실을 부정하고 현실을 초월한 어떤 체험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영성이라고 이해한다면 그 영성은 교회로 하여금 스스로 눈을 가리는 장애인이 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개혁은 영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부터 정립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2023.7.7

 

김광락 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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