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과학, 그리고 우주

다양한 우주관에 관하여

등불지기 2024. 8. 29. 16:59

 

 

다양한 우주관에 대하여

 

천문학(astronomy) 중에서도 우주의 기원, 구조, 진화를 연구하는 학문을 우주론(cosmology)이라고 한다. 고대 우주론은 ‘천동설’로 대표된다. 땅은 평평하며 땅을 중심으로 하늘의 천체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보았다. 중세시대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이 같은 자연 철학자들이 등장하면서 땅이 움직이고 있다는 ‘지동설’이 대세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으로 근대 우주론이 만들어졌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본격적으로 우주를 관찰하고 연구하는 우주론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20세기 들어와 양자역학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해석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우주론이 생기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주류 우주론에는 천동설(Ptolemaic theory)에 기반한 고대 우주론, 지동설(Copernican theory)에 기반한 근대 우주론, 정상 우주론(steady-state theory), 빅뱅 우주론(Big Bang theory 또는 inflation theory) 등이 있으며, 비주류 우주론으로는 일반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해 제시되었으나 본격적으로 연구되지 않고 있는 홀로그램, 시뮬레이션, 프랙탈, 블랙홀 우주론 등이 있다.

 

1. 정상상태 우주론

 

정상우주론(steady-state cosmology)이란 우주는 정적이며, 영원히 존재했다는 이론으로 20세기 초부터 널리 받아들여졌다. 빅뱅이론을 비판한 영국 천체 물리학자 프레드 호일(Fred Hoyle, 1915-2001)이 적극 옹호하였다. 하지만 1915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이 등장함에 따라 흔들리기 시작했다. 1922년 러시아의 물리학자 프리드먼(Alexander Alexandrovich Friedmann)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연구하던 중 우주가 팽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밝혀내었다. 아인슈타인 본인은 처음에는 우주팽창이론을 반대했고 정상상태 우주론을 받아들이고 있었으나 그의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빛과 에너지에 관한 과학자들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기에 충분했고 결국 현대 우주론의 근간을 이루었다. 정상상태 우주론을 굳게 믿었던 아인슈타인은 1931년 2월 3일 허블(Edwin Powell Hubble, 1889-1953)이 일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윌슨산 천문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관측 자료를 살펴본 후 모인 기자들 앞에서 그동안 가졌던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기로 선언하였다. 20세기 초 양자역학의 발달과 더불어 우주론 또한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게 되었다.

 

2. 시뮬레이션 우주 / 메타버스

 

양자역학에서 유명한 이중 슬릿 실험에 의하면 관측하는 행위에 따라 입자가 파동 혹은 입자의 모습을 띠고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그래서 결국 관측행위가 무엇인가에 대한 해석의 문제를 만든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관찰자에 의해 조작되고 변형된 것일 수 있다는 가설을 만들어 내도록 만들었다. 우리의 인식과 관찰이 현실을 만들어 내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의 발달로 가상세계를 만들어 내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은 자신들이 고도로 발달된 지적 설계자에 의해 고안된 가상세계에 살고 있는 게임 속 캐릭터일지 모른다는 의심을 품게 만들었다. 특히 현대 물리학자들은 우주의 모든 것을 관찰할 때 중력, 전자기력, 핵력 그리고 약력이란 자연계의 힘이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 그 숨겨진 법칙을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거의 모든 과학자들은 마치 이 세상이 고도의 지적 설계자가 미세하고 정교하게 통제하고 있는 우주적 상수(cosmos constant)를 발견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어떤 물리학자들은 이 우주가 근본적으로 정보의 형태로 되어 있으며 물질과 시공간이나 중력이나 에너지조차 정보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우주의 근본은 디지털 코드이고 고도로 발달한 지적 설계자가 만든 세계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가 보여 주는 세계관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사람들이 프로그래밍 된 가상현실 속에 살고 있으며 인간의 의지와 의식조차도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은 뇌가 만들어 내는 환상이라고 주장한다. 분명 시뮬레이션 우주론은 인간의 인식과 의식에 대해 고찰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컴퓨터 시대에 어울리는 ‘우주론’이라고 하겠지만 그 무엇으로도 실험 또는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철학적 인식론의 하나로 보아야 할 것이다.

 

3. 홀로그램 우주 / 가상현실 / 증강현실

 

홀로그램이란 2차원 평면에서 3차원 공간을 표현하는 현대 기술을 말한다. 몇몇 과학자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나 현실이 홀로그램과 같다고 주장한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블랙홀을 연구하다가 이런 이론의 근거를 발견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라서 질량이 엄청 큰 천체가 (최소한 태양의 30배 이상) 연료를 다 소진하고 나면 쪼그라들게 되어 블랙홀이 된다. 블랙홀이 생기게 되면 엄청난 질량으로 인해 시공간의 왜곡이 생기게 되고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 지평선을 넘어간 모든 물질은 빛을 포함하여 결코 다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블랙홀 내부에는 특이점이라 불리는 작은 점이 있는데 여기에 모든 원자와 정보가 저장되어 있다고 한다. 이 특이점은 부피는 없고 오직 무한한 밀도와 시공간의 곡률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열역학 제2 법칙에 따르면 시간이 흘러갈수록 우주의 무질서(엔트로피)가 점점 증가하는 쪽으로 우주 만물이 달려가게 된다. 그런데 블랙홀에서는 모든 입자를 빨아들이기만 하므로 무질서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 1942-2018)의 호킹 복사 이론을 통해 블랙홀이 엔트로피를 보관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정보역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이론이 홀로그램 우주론이다. 블랙홀이 정보를 잃어버리지 않는다고 스티븐 호킹과 논쟁을 벌여 온 레너드 서스킨드(Leonard Susskind, 1940-)는 우주의 끝 어딘가에 정보가 저장되어 있으며 우주의 모든 사건들은 그 정보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우주관에 의하면 우리 자신의 실체에 관해 의심을 하게 된다. 이 이론은 논리와 수학으로 만들어진 이론이며 실험으로 증명될 수 없는 가설이다. 현대 물리학의 영역에서 정보의 중요성을 끄집어냈다는 공헌을 했다.

 

 

4. 다중우주 / 평행우주

 

양자역학에서 ‘해석’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이중 슬릿 실험에서 전자는 관측하는 순간 파동함수가 붕괴되고 입자로 나타나는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전통적인 양자역학의 해석은 코펜하겐 해석이 주도하였지만 이것과 다르게 해석하는 물리학자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데이비드 봄은 입자를 안내하는 파일럿 파(pilot wave)가 있다고 주장하여 ‘결정론적 해석’을 제시하였다. 한편 물리학자 휴 에버렛(Hugh Everett III, 1930-1982)은 파동함수가 붕괴되지 않는다고 가정하여 이론을 만들어 낸다. 그에 의하면 전자가 입자로 나타난 우주가 있고 여전히 파동으로 존재하는 우주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다세계 해석이라고 하고 이 해석에 따라 생겨난 우주론을 다세계 우주론(multiverse theory)라고 한다. (다른 차원에 있는 우주가 여럿 있다는 다중우주와 달리 평행우주론도 있다. 같은 차원에 있는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주론은 미국 헐리우드 영화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 가설에 의하면 우리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순간 또 다른 우주가 끊임없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 가설의 문제는 ‘또 다른 우주’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만들어 낸다. 근본적인 문제는 관측의 행위를 모호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사람이 사물을 관측하는 것이 사물의 존재에 영향을 끼친다면 원숭이나 다른 동물들이 관측하는 행위도 사물에 영향을 주는가의 문제이다. 관측자에 따라 사물이 여러 개로 나뉜다면 어떤 것이 진짜인가 하는 정체성의 문제가 생긴다. 무엇보다 여러 우주가 계속 생겨난다면 질량과 에너지가 계속 생겨난다는 것인데 이것은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어기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즉,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이론이 더 크고 많은 난제를 만드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우주론은 단지 개념을 다루는 또 다른 ‘철학’일 뿐 실재를 다루는 ‘물리’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5. 성경에서 묘사된 우주관

 

그렇다면 성경은 어떤 우주관을 가지고 있는가? 성경에서 묘사하는 우주론은 고대인들이 가졌던 천동설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성경은 나름대로 우주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한 그림을 보여 주고 있지만 천체 물리학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서술한 것이 아니다. 단지 다양한 그림 언어를 통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소개하는 배경으로서 역할을 할 뿐이다. 성경은 과학책도 아니고 철학서도 아니다. 우리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계시를 기록한 책이다. 성경의 우주관은 오늘날 최첨단 천체물리학 이론과 동일 선상에서 바라보아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우주를 묘사하면서까지 우리에게 구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그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경은 우주를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가? 첫째, 성경은 하늘을 ‘삼⋁층’으로 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첫째 하늘은 사람이 보고 있는 하늘로서 새들이 날아다니는 공간이며 해와 달과 별들이 있는 천체이기도 하다. 둘째 하늘은 악한 영들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셋째 하늘은 창조주 하나님께서 빛의 천사들과 함께 거주하는 공간이다. 타락한 천사들은 셋째 하늘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으나(욥기 1장)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때로부터 셋째 하늘에 있을 곳을 얻지 못하였다. 셋째 하늘은 죽은 성도들의 영혼이 미래 부활의 때를 기다리며 안식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반면 고대 히브리인들은 땅이 둥글다는 것은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땅은 평평하며 땅의 네 모퉁이에는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기둥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이해는 요한계시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계 7:1 참조). 그리고 땅은 바다와 인접하여 있고, 땅 아래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어두운 공간인 무저갱이 있다고 믿었다. 우리는 이러한 세계관이 실제 우주를 설명하는 것이라 보지 않는다. 진리를 전달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될 뿐 그것을 천체물리학이론을 설명하는 그림으로 활용할 수는 없다.

 

이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게 되면 교회가 과학의 경계를 침범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게 된다. 태양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태양을 중심으로 땅이 움직인다고 주장했던 갈릴레오를 교회가 이단으로 정죄한 것이 그 단적인 경우이다. 교회는 태양을 향하여 명령했던 여호수아의 말을 근거로 지동설을 ‘거짓’이라고 정죄하였던 것이다. 결국 성경해석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성경을 읽을 때 상징은 상징으로, 문자는 문자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역사적, 문법적, 문학적, 해석의 원칙을 무시하고 비유나 상징을 문자로 해석하게 됨으로써 교회는 스스로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6. 표준모델로서의 현대우주관

 

오늘날 대다수 천체 물리학자들이 받아들이는 우주론은 138억 년 전 한 점에 모여 있던 밀집된 에너지가 대폭발을 일으켜서 지금의 우주를 형성했을 것이라는 이론이다. ‘빅뱅우주론’이라 불리는 이 우주관은 정적이지 않고 ‘팽창하는’ 우주관으로서 1920년대부터 제기되어 오다가 허블에 의해 우주팽창에 관한 결정적 관측 증거가 제시되었다. 그리고 1948년 조지 가모프(Georgy Gamow)에 의해 논문으로 발표되었다. 당시 프레드 호일(Fred Hoyle)에 의해 거센 공격을 받았으나 1960년대 여러 관측 증거들이 발견되면서 주류 학설로 인정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1965년 미국 뉴저지주 벨 연구소에 있는 펜지어스(Arno Allan Penzias)와 윌슨(Robert Woodrow Wilson)이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지속적으로 관측되는 우주 배경 마이크로 복사파(cosmic microwave)를 발견한 것이다. 이것은 로제타석 발견에 비견되고 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최종적으로 정립이 되어 현재 우주를 가장 잘 설명하는 모델로 알려져 있다. 첫째, 빅뱅으로 인한 우주의 탄생과 급가속하여 팽창하고 있는 우주, 결국 빅 프리즈의 형태로 결말을 맺을 운명인 우주. 둘째, 양자역학이 통하지 않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존재. 셋째, 0(제로) 곡률을 가진 평탄한 우주이다.

 

 

빅뱅 우주론은 현재에도 천문학자들에 의해 관측이 되고 있는 우주의 급가속 팽창이라는 확인된 사실을 토대로 추정되는 우주의 기원에 대한 이론이다. 처음 이 이론을 체계적으로 제기한 사람은 벨기에 물리학자이자 신부인 조르주 르메트르(Georges Lemaitre)였다. 처음엔 그의 의도와 달리 로마 가톨릭에 의해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우주는 정적이라는 이전의 ‘정상우주론’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으나 지금은 여러 가지 관측 결과로 인해 주류 우주론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빅뱅 이론(Big Bang Theory)을 지지하는 증거들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주 배경 복사의 존재, 둘째, 현재 생성 중에 있는 은하의 존재들 셋째, 우주에 3:1 질량비로서 존재하는 수소와 헬륨의 존재, 우주 전역에서 발견되는 적색편이 현상 (허블의 공헌이 컸다) 넷째, 엔트로피의 법칙이 빅뱅 이론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우주는 무질서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그것은 최초의 극도로 낮은 엔트로피(질서)가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빅뱅 이전에 무엇이 있었는가? 이에 대해서는 여러 이론이 있으나 대부분 철학적인 해석에 머물고 있다. 어떤 이들은 빅뱅이 시작이 아니라 이전의 우주가 빅 크런치(=대붕괴) 혹은 수축된 것이 다시 팽창한 사건이라는 의견(빅 바운스 이론), 혹은 반물질(anti-matter)로 구성된 우주가 있었을 것이란 가설도 있다. 카를로 로벨리는 빅뱅 전에는 시공간이 사라진 확률들의 구름이 있었다고 한다. 대부분 천체과학자들이 수용한다고 해서 이것이 절대적인 진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하고 우주론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우주는 동적이지 않고, 계속 팽창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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