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책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에게 신학을 가르치면서 개인적으로 내가 믿고 있던 것, 가르쳤던 것, 신학 전반에 관하여 정리하는 마음으로 서술하고 싶었습니다. 제 딸들에게 제가 믿고 가르쳐온 바를 글로 남겨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새로운 접근방법을 시도하고 싶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양자역학이나 천체물리학의 관점과 용어로써 글을 쓰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딸들에게 보여주며 느낀 점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아내와도 공유하였고, 매주 수요일 만나는 광해광업공단에서 근무하는 신우회원들과도 의견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몇 개월 관련 도서를 읽고 글을 쓰고 하면서 어느 정도 글의 체계가 잡히기 시작하면서 출판에 대한 도전이 있었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 출판해보리라고 결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책 한 권을 출판하기까지 지난 6개월 동안 나름 바쁜 사역 일정(설교, 새벽기도회, 등)을 감당하면서 시간을 짜내어 글을 쓰고 출판사를 만나고 몇 번의 지루한 교정작업을 거쳐서 드디어 이번 주 인쇄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 모든 과정을 돌아보면서 혹시라도 처음 책을 쓰는 것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 제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첫째, 글을 쓰는 것과 책을 내는 것은 비슷하지만 별개의 영역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책을 내기 위해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저는 원래부터 글을 쓰는 것 자체를 좋아했습니다. 아프리카에 선교사로 파송되어 가기 전부터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글을 쓰는 것은 악기로 음악을 연주하는 어느 연주자처럼 자신을 표현하는데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프리카에서 선교사로 살면서도 매주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곤 했습니다. 글을 쓰는 것은 저의 개인적인 취미생활이 된지 오래입니다. 처음 책을 쓰려고 마음 먹은 분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이것입니다. 책을 위해 글을 쓰지 말고 일기를 쓰듯이 글을 쓰는 것이 즐거운 일상생활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규칙적으로 글을 쓸 것. 꾸준히 글을 쓸 것. 글을 쓰는 것을 즐길 것. 이것이 제가 하고 싶은 첫번 째 조언입니다.
둘째, 자신의 삶과 생각에 대해 표현하는 글과 여러 사람에게 지표를 제공하는 교과서적인 책을 서술하는 것은 다릅니다.
시나 수필 같은 글은 특별한 형식이 필요없습니다. 꾸준히 글을 쓰다보면 소위 '필력'이 생기게 됩니다. 물론 저도 대학생 시절에 영문학을 전공하였지만 문학적인 감수성이나 소양 같은 자질은 떨어진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시나 수필을 맛깔나게 잘 쓰는 분들의 글을 보면 참으로 부러울 지경입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릅니다. 저는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사실 제 성향은 국어나 역사보다는 수학이나 물리 혹은 화학이나 생물학처럼 선명하고 명료한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대학 다닐 때 영시나 영소설을 공부할 때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저는 대학시절에 학교신문사에서 몸을 담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명확한 논지로 글을 쓰는 기자들의 글이나 사설, 토론, 비평, 그리고 논문 스타일의 글이 저와 맞았습니다. 아무튼 자신의 스타일과 성향이 어떻든지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한데 그 중에서 비평이나 논설, 혹은 사설, 또는 논문류의 글을 쓸 때는 다양한 관점의 글을 읽는 것을 글쓰기와 병행해야 합니다. 수필책을 내기 위해서 참고문헌을 제시할 필요가 없지만 비평글이나 논문의 경우는 자신이 어떤 책을 참고했는지 제시해야 합니다. 다양한 관점의 비판과 비평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셋째, 책을 내려면 먼저 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어 솔직한 피드백을 먼저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드백을 요청할 때는 두 가지 선에서 선택하여야 합니다. 먼저, 좋다 나쁘다, 쉽다 어렵다, 재미 있다 재미 없다 이렇게 직관적인 피드백을 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표헌이나 문구, 또는 문장을 표시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저는 양자역학 용어로 기독교 신학의 전반적인 체계를 쓴 글을 양자역학에 조금도 관심이 없는 일반인에게도 보여주었습니다. 그럴 때는 직관적인 피드백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는 어느 교수님에게는 한번 읽어봐주시고 구체적으로 코멘트를 달아주십사 부탁을 했습니다. 그리고 고려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어느 집사님에게도 코멘트를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광물자원에 대해 국가 공기업에서 일하는 어느 집사님이 읽고서 제게 구체적인 글의 방향에 대해 조언해준 일이 있었는데 제가 계속해서 관련 글을 쓰는데 아주 도움이 되었습니다. 평소에 글을 쓸 때는 피드백을 구할 필요는 없지만 출판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쓴다면 이렇게 가능하면 다양한 분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을 다 쓰고 피드백을 요청할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글을 쓰는 과정에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책을 내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합니다.
수필이나 자서전을 쓰는 것과 달리 비평글이나 논설, 또는 논문성 글을 쓸 때에는 글을 써내려가면서 다양한 관점의 책들을 함께 읽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저는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약 6개월 동안 100여권의 참고도서를 읽었습니다. 책을 읽는 것이 책을 쓰는데 도움이 됩니다. 관련 책을 읽을 때는 가능하면 폭넓게 읽어야 합니다. 저는 양자역학에 관해 다양한 책을 읽었습니다. 어떤 책은 읽기 쉬웠고, 어떤 책은 매우 난해했습니다. 어떤 책은 너무 방대했고 어떤 책은 너무 부분적이었습니다. 모든 관련도서를 정독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 책을 읽다보면 교과서적인 책을 발견하게 됩니다. 즉 충분히 각주와 참고문헌이 제시되어 있고 다양한 반론이 제시되고 있고 자신만의 논지를 유지하는 그런 책은 시간을 들여 꼼꼼히 읽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어떤 책은 속독으로 읽어도 됩니다. 300 여 쪽의 책을 속독으로 읽으면 하루면 충분합니다. 그러나 정독하려면 3일은 걸립니다. 정독으로 읽든, 속독으로 읽든 가능한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는 항상 '서평'(book reviewing article)을 쓴다는 생각으로 읽는 것이 좋습니다. 서평이란 그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고 그 책의 장점과 약점, 비평받을만한 부분까지 찾아내서 쓴 글입니다. 평소 서평을 쓰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다섯째, 좋은 출판사를 만나야 합니다.
어느 정도 글이 완성되면 기도하는 마음으로 출판사와 접촉해야 합니다. 좋은 출판사는 자신의 회사 이름을 걸고 출판하는 것이기에 자부심과 긍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와 계약을 맺을 때에도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매우 꼼꼼하게 상호 지켜야 할 조건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저자의 글에 대해 꼼꼼하게 비평하고 조언을 주기도 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가끔 책을 출판하는데 도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와 3개월 여 동안 여러 차례 전화와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저는 제 자신의 글을 돌아보고 앞으로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 배우게 되었습니다. 제가 글을 쓸 때 나도 몰랐던 나만의 버릇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것은 앞으로 글을 쓸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출판사가 자신들의 이름으로 출판하는 책에 대해 자부심이 있다면 저자에게 높은 수준의 글을 요구할 것입니다. 이것은 글을 쓰는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입니다. 단순히 오탈자를 찾아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반복되는 부분, 진부한 표현(클리셰), 등에 관해서도 진지하게 조언을 해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좋은 출판사를 만나면 저자의 글의 수준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여섯째, 미리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제가 쓰고 싶은 책들이 몇 권 있었습니다. [시간론]에 대해 글을 써둔 것이 있는데 철학적이어서 대중성이 약하다고 판단하여 미뤘습니다. 그 다음 쓰고 싶은 책은 [젊은이들에게 주는 전도서], [딸들에게 주는 아가서 해설], [그리스도인의 묵상], [요한계시록 해설], [마태복음 해설], [성경해석학], [21세기 설교학] 등이 저의 다음 출판하고 싶은 글의 목록에 올라가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주말에는 교회에서 사역하고 주중에는 묵상하고 집필하는 일에 전적으로 집중해서 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개인적인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주제가 떠오르면 저는 이에 대해 묵상하고 독서하며 나름대로 글을 쓰는 일을 해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아주 가끔씩은 출판에 도전을 계속 해나갈 것입니다. 나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우리 자녀들을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김광락 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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