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일은 항상 즐겁다. 동물과 달리 인간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말을 잘 하는 것은 꽤 중요한 능력이다. 그러나 내가 한 말이 아무리 놀랍더라도 세월이 지나면 잊혀지게 되어 있다. 물론 하나님 나라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사람이 어떤 무익한 말을 할지라도 그것은 기록되고 있고 마지막 심판의 날에 나를 정죄하는 증거로 채택되어 사용될 것이다. 내가 남 몰래 입 밖으로 내 뱉은 말 한 마디가 내 궁극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겸손히 인정하고 살아가는 것이 곧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기록으로 남지 않고 공중으로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함부로 말을 내뱉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요즘은 디지털 문명의 시대이다. 내가 인터넷에서 무엇을 검색하고 무엇을 저장했는지 다 기록이 되고 있다. 휴대폰을 가지고 통화한 내용도 설령 본인이 지웠다 할지라도 다 찾아내어 복원할 수 있다고 한다. 나도 모르게 나에 관한 정보가 줄줄 새어나갈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하면서 살아간다. 말, 글, 그림, 음악, SNS 등등.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 것인가는 그 사람의 성향에 달려 있는데 나는 글을 선호한다. 말을 하는 것보다 글을 쓰는 것이 훨씬 편하게 느껴진다. 이번 글처럼 그냥 제목만 정해놓고 떠오르는 대로 타이핑을 하고 있다. 대학교 1학년 때 수동 타자기를 배웠다. 영자 타자기와 한글 타자기 두 대를 매일 다루었다. 측정해보지 않았지만 1분에 300에서 400타는 칠 수 있을 것이다. 대학교를 졸업할 시기에 전동 타자기를 사용했고 대학원에 들어갈 때에는 워드 프로세서라는 기계를 잠시 쓰다가 286 PC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데 컴퓨터는 정말 편리한 도구가 되었다. 글이 말보다 좋은 점은 잊어버리더라도 쉽게 확인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30년 전에 내가 했던 설교를 다시 끄집어 낼 수 있다. 그런데 컴퓨터가 망가지거나 저장해둔 메모리를 잃어버리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 한번은 아프리카에서 살 때 집에 강도가 들어 모든 것을 훔쳐서 달아났는데 사진과 글과 같은 내 소중한 자료를 모두 잃어버렸는데 정말 속상한 순간이었다.
내가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것이 2012년 경이었던 것 같다. 블로그에 올린 글과 사진은 몇 차례 분실사건이 있었는데도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한번은 혼자 계신 어머니를 찾아뵙고 좋아하시는 고기 요리를 해드리고 싶었는데 레시피가 떠오르지 않았는데 내가 예전에 사용했던 레시피를 블로그에서 찾아서 쉽게 요리할 수 있었다. 물론 유명한 셰프들의 레시피가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많았지만 그것은 내 것이 아니었다. 내가 직접 해본 것을 블로그에 기록으로 남겼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레시피보다는 내가 직접 해본 다음 기록한 나의 레시피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익숙하게 다가왔다. 이것이 내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 중에 하나이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내 생각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경험한 것,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닌 내 것을 기록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내 글이 너무 어렵다고 말했을 때에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평가나ㅏ 소통에 뜻을 두었다면 굳이 블로그를 할 필요가 없다. SNS를 열심히 하면 된다. 몇 년 동안 페이스북을 열심히 한 적 있었다. 선교지에서의 글과 사진을 매일 올리곤 했는데 어느 순간 소통이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후원자들과의 소통을 염두에 두고 SNS를 했는데 정작 후원자들의 대부분은 SNS를 별로 하지 않고 있었고, 비후원자들이 SNS에 많이 들어와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SNS를 그만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기록을 남기는 블로그만 하기로 결심했다.
책을 읽다가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가 되면 글을 쓴다.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이 특히 목회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선 글을 꾸준히 쓰게 되면 말의 실수를 줄이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이 몸에 배이게 되면 사람과 대화할 때 있어서 좀 더 경청하도록 집중하는 힘이 생기게 된다. 글을 쓰는 것이 대화와 경청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글을 쓰게 되면 생각을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글을 써내려가면서 내 생각의 흐름을 내 눈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보다 글을 쓰는 것이 더 좋은 사람, 더 편한 사람이 되는 것이 특히 목회자에게 맞다고 생각한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영어 속담이 있다. 외국에서 살아보니 더욱 그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딸들의 학생비자 문제로 이민국에 몇 번 방문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는데 전화 혹은 방문하여 말로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정중한 레터(letter) 한 장이 더 효과적이란 사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여러 면에서 말보다 글이 더욱 강력함을 알 수 있다. 과거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그렇다. 사도 바울은 글에 강하였지만 말에는 다소 약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영향력은 기독교 역사에 절대적이다. 구약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마찬가지다. 구약에 활약했던 참 선지자들은 모두 말보다 글을 쓰는 데 뛰어났다. 선지자뿐이겠는가. 왕들도 마찬가지다. 다윗은 그의 통치보다는 그가 남긴 주옥같은 시편들이 지금도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어떤 말을 하고 사는가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어떤 글을 남겼는가가 더 중요하다. 나는 나의 자녀들이 훗날 읽을 수 있는 책을 지금도 저술하고 있다. 내가 책으로 내기 위해 쓰고 있는 글이 300쪽을 한 권의 책이라고 한다면 15권은 될 것이다.
책을 읽다가 혹은 성경을 연구하다가 혹은 뉴스를 보다가 문득 어떤 생각이 강하게 들 때가 있다. 그러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보면 어느 새 정리가 되는데 그러면 글을 써내려 간다. 비록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았더라도 일단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심지어 어떤 때는 내 생각이 명확하게 정리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화두를 던지고 그냥 생각 나는 대로 써내려가다보면 희안하게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많다. 그래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글을 쓸 때도 종종 있다. 이렇게 생겨난 아이디어나 어떤 깨달음은 기록으로 남겨져 나중에 내가 어떤 아이디어가 필요한 순간에 나타나준다. 그래서 내 블로그에는 다른 사람의 글이나 기사를 베껴서 가져온 것이 거의 없다. 글이 온전히 내 것이 되어야 나중에 내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가 내 글을 복사해서 가져가서 어떻게 사용하든 별로 개의치 않는다. 다른 누군가가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내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내 생각을 내 방식으로 정리하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내게는 중요하다. 우리는 남의 것을 가져다가 자기 것인양 주장하는 표절에 대해 점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살고 있다. 남의 것을 자기 것인양 주장하는 것은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설교를 가져다가 자기 것인양 설교하면 그것이 명설교가 될 수 있을까? 예전에 어느 목사님은 로이드존스 목사님의 설교집에서 글자 하나도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 가져와서 강단에서 설교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 설교에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한국교육의 문제점도 비슷하다. 만약 시험기간에 교수가 가르친 내용을 답지에 그래도 적었기 때문에 100점을 준다면 그것은 교수의 답안지이지 그 학생의 답안지는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너무나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에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자신만의 생각을 글로써 나타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내 생각을 담은 나만의 글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 그래서 나중에 나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줄 것이란 믿음으로 나는 오늘도 블로그에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다.
2026년 5월 9일(토)
김광락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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