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P 이야기

아프리카에서 바라보는 한국교회 제자훈련

등불지기 2012. 2. 18. 19:59

아프리카에서 흑인 목회자를 섬기면서 자연스럽게 한국교회의 여러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이번에는 제자훈련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현대교회의 제자훈련운동에 대해 재조명해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예수님의 제자훈련과 오늘날의 일반교회에서 시행하는 제자훈련의 차이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10가지 차이점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예수님의 제자훈련은 제자를 철저히 하나님의 뜻을 따라 "선발"(calling)하였고, 그들과 함께 의식주를 같이하는 공동체였으며, 스승이 곧 교재로서 보고 배우는 것이었으며, 특히 치유와 축사와 같은 능력의 현시가 있었으며, 사역에 대한 공동실습이 있었으며, 제자를 파송한 다음 스승은 떠나갔으며(전적 위임), 영적인 훈련이었으며, 지도자훈련이었으며, 하나님 나라 비전을 공유했던 반면에, 오늘날의 지역교회에서 이루어지는 제자훈련의 경우 공고와 모집(recruit)으로 시작되며, 삶의 자리가 아닌 특정 교실에서 이루어지며, 스승이 교재가 아닌 책을 교재로 사용하며, 능력현시는 없으며, 공동실습은 없으며, 파송하지도, 전적으로 위임하지도 않으며, 기간이 끝난후에도 계속 간섭하며, 떠나가지도 않으며, 영적인 훈련보다 지식훈련의 비중이 크며, 지도자를 키우는 것이라기보다 지도자를 이해하고 보필하는 제직훈련에 가까우며, 하나님 나라 비전보다는 교회성장의 비전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고 보여집니다..현대교회의 제자훈련하는 모습을 보면 예수님의 제자훈련이라기보다는 마치 옛날 그리스 학파들이 운영하는 철학자 양성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지나친 것일까요?

 

아프리카에서 흑인목회자들을 말씀으로 섬기면서 한국교회의 현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20년 동안 교역자 생활을 하면서 제자훈련에 대한 나름대로의 소신이 있었는데 아프리카에서 무섭게 성장하는 흑인독립교단의 독특한 제자훈련 방식은 제가 그동안 보고 알게 된 한국교회의 제자훈련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물론 그들의 열정과 헌신에도 불구하고 성경적 신학적 결핍이 문제이지만 (이것은 저같은 한국 선교사들이 사역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프리카 목회자들은 분명 나름대로의 제자훈련 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교회의 대다수는 자생교회, 즉 독립교단입니다. 주류교단은 정체하거나 쇠퇴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비주류인 독립교단은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규신...학교를 갖고 있는 독립교단은 하나도 없는데도 말이지요.. 이것은 정말 수수께끼입니다. 저는 그 비결을 아프리카 목회자들의 독특한 제자훈련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의 교회를 성장시키기 위한 제자훈련이 아니라 교회를 개척시키기 위한 목회자훈련이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교회가 주로 자기 교회를 안정시키고 성장시키기 위해 교인들을 제자훈련(제직훈련)하는 것이라면 아프리카 교회는 자기 교회에서 리더를 키워 자기 교회를 키우는 것보다는 또 다른 지역에서 교회를 이끌 수 있는 목회자를 키우는 것에 대해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아프리카교회의 제자훈련은 목회자를 키워서 다른 지역에서 목회하게 하는 목회자개척운동입니다. 아프리카 목회자들은 복음전도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골에 들어가서 텐트를 치고 사람들을 불러모아 전도집회를 엽니다. 이럴 때는 반드시 자신의 교회에서 유능한 리더를 대동합니다. 그리고 이 집회를 통해 동네 사람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게 되면 그들을 목회할 사람을 지명해서 그들을 목회하게 합니다. 아프리카 독립교단의 성장은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성장의 이면에는 신학적인 훈련을 받지 않고 단순한 목회열정만으로 막 개척된 교회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도록 양육하는데 매우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경험이 있고 능력도 있는 선임 목회자가 시골지역에 텐트를 가지고 들어갈 때 반드시 그 지역에 목회할 장래 지도자감을 데리고 들어가는데 그 두 목회자들은 전도집회를 같이 진행하면서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같이 먹고 마시면서 사역을 같이 하며 지내게 됩니다. 이것은 앞에서 제가 말한 교실에서의 제자훈련이 아닌 공동체로서의 제자훈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전도집회를 하면서 제자는 스승의 전도설교를 직접 듣고 배우게 되며, 종종 전도집회에서 일어나는 치유와 축사와 같은 놀라운 이적을 경험하면서 제자의 가슴에 더 뜨거운 목회열정이 타오르게 됩니다. 이것 또한 능력의 현시, 책이 아닌 스승이 곧 교재라는 예수님의 제자훈련 방식과도 부합된다고 봅니다. 또한 몇 주 혹은 몇 개월 혹은 몇 년 간의 전도집회가 끝난 후에는 스승은 완전히 제자에게 맡기고 제자를 떠나가게 됩니다. 물론 일년에 한 번 정기적인 컨퍼런스를 통해 만나면서 서로 격려하고 축복하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이것은 교회의 유능한 인재인 목회자 후보생을 신학교로 보내어 스스로 살아남도록 하는 한국교회의 방식과는 많이 다르지만 매우 효율적입니다. 그러나 사역을 하면서 목회자신학훈련의 필요성이 부각됩니다. 그래서 아프리카 교회는 목회자수급문제가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선신학 후사역의 한국교회구조와 달리 선사역 후신학훈련이라는 구조로 나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아프리카 선교사로 오기 전 한국교회에서 20년간 교역자로 섬길 때 나름대로 제자훈련에 중점을 두면서 사역을 했습니다. 그때 제가 느낀 고민 중에 하나는 제자훈련에 응하지 못하는 교인들이 반드시 생긴다는 것이고, 그들은 점점 아웃사이더 그룹으로 내몰리게 되고, 그들중 다수는 영성집회와 같은 체험을 추구하는 모임에 끌리게 되고, 결국 교회 안에는 목회자의 제자훈련 방식에 따르는 교인들과 그렇지 않는 교인들로 나누어지게 되는 경향이 생긴다는 것이었습니다. 담임교역자가 제자훈련을 강조할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제자훈련을 처음 시작할 때는 이런 경향이 잘 없는데 10년 넘게 지속할 때는 이런 경향이 짙게 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름 오랫동안 제자훈련을 강조해온 교회의 담임교역자는 제자훈련을 지속할 것인지 고민하게 되는데, 그래서 제자훈련 외에 기도훈련과 같은 다른 프로그램을 찾게 됩니다. 저는 아프리카식 제자훈련을 통해 길을 제시할 수 있다고 봅니다.

 

주로 서구신학이 지배하는 한국교회의 제자훈련에 대해 제가 조언하는 바는

1) 교회는 개교회성장을 위한 제직훈련의 성격이 짙은 제자훈련보다는 분가개척을 통한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한 제자훈련, 즉 교회를 개척하고 개척된 교회를 목회할 또 다른 목회자를 키우고, 그들을 파송하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아프리카식의 제자훈련을 도입하는 것

2) 유능한 리더를 신학교부터 보내지 말고 복음전도와 목양현장에서의 열정과 열매로 검증되도록 한 다음 집중적인 교리훈련과 영성훈련을 통해 성장하도록 교회는 전적으로 기도와 물질로 후원하는 것, 즉 목회현장과 열매를 갖고 있는 목회자를 신학교에 보내어 훈련을 받게 하는 것 (선사역 후신학훈련)

3) 스승과 제자는 철저히 일대일의 친밀한 관계, 공동체적 삶, 교회성장이 아닌 개척과 선교에 대한 비전, 파송와 위임에 대한 분명한 조약을 공유하는 것

4) 정기적으로 스승과 제자는 다시 만나 보고와 간섭의 차원이 아닌 격려와 축복의 차원에서 비전과 열정을 재확인하고 재충전하도록 하는 것

5) 대형교회를 지향하기보다는 지속적인 분가 개척을 지향하는 것..즉 많은 '평신도 지도자'를 키워내는 것이 아니라 많은 '목회자'를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

6) 스승이 되는 선임목회자는 분명한 신조, 교리, 영성, 목회관, 등에서 제자가 될 개척목회자에게 본이 되어야 한다. (아프리카 독립교단이 분가와 개척을 시작함에 있어 좋은 모습을 보이지만 오래 가지 못하고 많은 분열을 낳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교리적인 훈련과 일치가 선행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7) 이렇게 분가된 "교회들"은 특정 색깔을 강조하는 이른 바 '교단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작년에 제가 함께 동역했던 Christ for Africa라는 작은 흑인독립교단이 있었습니다. 일흔이 다 된 목회자의 복음전도 열정에 의해 이렇게 교단으로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교단장 목사님은 자신이 개척하여 세운 교회에 임명한 젊은 목회자들의 한계를 보면서 복음전도에 대한 열정만으로 목회가 충분할 수 없음을 깨닫고 신학훈련을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15개월에 걸친 신학훈련 과정속에 그 존경받던 교단장 목사님이 직접 학생으로 참석하여 본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복음전도와 목회자훈련이 서로 병행해야 함을 뒤늦게서야 깨닫게 되셨습니다.

아프리카 독립교회의 성장 배후에 발견할 수 있는 제자훈련의 성경적인 특징을 한국교회가 도입할 수 있다면, 그리고 아프리카 독립교단이 한국교회가 갖고 있는 신학적 자립과 신학훈련의 장점을 도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서로에게 있어야 할 것, 서로에게서 배워야 할 것을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국교회가 갖고 있는 대부분의 제자훈련 프로그램은(제자훈련으로 유명한 S교회나 M교회도 마찬가지인데요) "개교회성장을 위한 제직훈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프로그램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제자훈련이라 하지 말고 성경공부모임이라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에게 '제자훈련'이란 '차세대목회자훈련'이었기 때문입니다. 목사는 차세대 목사를 키우기 위해 나름대로의 '프로그램'을 가져야 합니다. 반면 교인들의 영적 성장을 도모하는 각족 훈련은 제자훈련이 아니라 제직훈련인 것입니다. 당연히 교인들의 영적 성장을 위해 다양한 성경공부와 기도훈련과 봉사모임 등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목회자로서 제자훈련이 자신의 목회 비전이라고 할 때는 주의해야 하는데 자칫 교회 안에 주류 비주류 그룹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제직훈련이라고 하면 훨씬 자연스럽게 그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예수님의 제자훈련을 오늘날에 적용한다면, 교회에서 추구하는 제자훈련은 "분가개척을 위한 목회자 운동"이어야 합니다. 진정한 제자훈련이란 차세대 목회자를 키워내는 목회자 운동이어야 합니다. 이 점에서 미국의 척 스미스 목사님의 갈보리 채플 운동은 서구교회 중에서도 그나마 모범적인 사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건강한 교회의 본질을 탐구하신다면 한번쯤 부족한 제가 쓴 갈보리 채플의 목회(본질목회로 돌아가라-베다니출판)에 대해 살펴보시기를 추천해드립니다..

 

아프리카교회의 신학적 자립을 도모하는 김광락 선교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