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들의 세계관에 대해(1)..흑인들의 삶을 유심히 관찰해보니 그들에게는 미래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오직 과거와 현재만 있을 뿐이다. 흑인들은 노래와 찬양을 무척 좋아한다. 주일예배가 최소 3시간인데 2시간이 찬양이다. 그것도 콘티를 따라 부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선창하면 모두가 따라서 합창하는 식이다. 내가 볼 때 노래와 춤은 그들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대처하는 유일한 탈출구이다. 내일일을 염려하지 말라고 하신 말씀에 가장 충실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래관이 없으니 현재를 어떻게 관리하고 준비할 지 알 수 없다. 흑인선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시간과 재정을 관리하고 경영하는 청지기로 길러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흑인들의 세계관에 대해(2)..흑인들의 삶 속에는 뿌리깊은 두려움이 견고한 요새로 자리잡고 있다. 그들의 특이한 시간개념과 같이 두려움이 그들의 내면을 지배하는 까닭은 오랜 세월 동안 압제와 침탈과 가난에 고통받은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쌍고마"라고 불리는 무당에 의해 지배를 받은 것이 크다. 이러한 근원적인 두려움은 수많은 이단들을 낳게 하였다. 또한 조상숭배의 영이 아프리카를 사로잡고 있다. 정령숭배의 세계관에서는 한국과도 비슷하다. 그래서 그들은 열정적으로 노래부르고 춤을 추지만 그러나 두려움을 근원적으로 다루는 복음의 능력을 알지 못한다. 여기에 아프리카 선교의 방향이 놓여져 있다고 본다.
남아공 흑인들의 가치관에 대해(1)..이 나라의 공식언어가 11개가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 개의 언어종족 안에는 또 다시 여러 개의 언어 부족으로 나뉘어진다. 어디를 가나 흑인을 만나면 기본적으로 4-5개의 언어를 구사하거나 알아듣는다. 그러다보니 이 나라에서는 특정 부족어를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작년에는 줄루어를 배웠는데 새로 이사온 지역에서는 줄루어가 거의 쓰이지 않는다. 또 다시 부족어를 공부하려니..대충 인삿말 정도만 부족어를 쓰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준다. 자기들의 "마더랭귀지"를 동양인이 구사하는 것이 무척 신기하게 여긴다. 그리고 마음을 열어준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길은 상대방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다.
남아공 흑인들의 가치관에 대해(2)..그런데 이 나라 최대종족인 줄루족과 코사족이 서로 만날 때마다 인사하는 "우분투"란 인삿말이 있다. 그 뜻은 "나는 당신이 있기에 존재합니다."란 뜻이다. 한국은 만날 때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는 것과 얼마나 다른가. 아마도 수많은 종족이 어우러져 오랜 세월을 지내오면서 독특한 공동체의식을 갖게 된 것 같다. 이들은 '하모니'를 최대의 미덕으로 꼽는다. 그것이 곧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사람에게 다른 것은 곧 치명적인 위협으로 간주된다. 한국사람은 다른 것과 틀린 것을 구분하는 것에 미숙하다. 그런 점에서 다른 것을 환영하면서 그것 때문에 자신이 존재한다고 고백하는 이들의 특이한 인생관은 도전이 된다.
남아공 백인들에 대해서(1)..이 나라 인구 10%인 5백만 정도가 백인이라고 한다. 그들은 네델란드계와 영국계로 나뉜다. 그들이 이 나라에 온 것은 금과 다이아몬드 때문이었다. 아주 극소수의 백인만이 위그노 칙령때 신앙의 자유를 위해 이 나라에 왔다. 그들은 기독교 국가에서 왔지만 그들의 정착 동기가 전혀 기독교적이 아니다. 그들로 인해 흑인들은 큰 상처와 상실감을 갖게 되었다. 그럼에도 백인들과 사귀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상처받은 흑인들은 상대적으로 프렌들리하다. 그러나 백인들은 자기들끼리만 교제하고 외부인들에게는 전혀 마음을 열지 않는다. 보수적이고 심지어 폐쇄적이다. 그들과 사귀려는 마음을 내려놓은지 오래다.
남아공 백인들에 대해(2)..이 나라 경제권을 쥐고 있는 백인들은 겉으로는 우호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다. 그들은 외부인들을 경계한다. 최초 정착할 때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다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놀라운 것은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되고 흑인정부가 들어섰을 때 수많은 백인들이 국외로 탈출했지만 흑인정부는 짐바브웨처럼 백인들을 탄압하지 않았다. "Ubuntu" 즉 백인들 때문에 자신들이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역차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나라 흑인들은 조화와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남아공 백인들에 대해(3)..몇 한국인들은 이 나라 백인들에 대해서 좋게 말하지만 정착의 역사와 인종차별역사를 보면 결코 좋아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다들 우호적이지만 동양인과 흑인에게 결코 마음을 열지 않는다. 역사를 보고 크게 보면 백인들은 심하게 말해 "강도들"이다. 톨스토이가 말한 대로 노예제도는 없지만 실제로는 흑인들을 노예로 부려오면서 부를 축적했다. 혹자는 이 나라의 치안에 대해 비판한다. 그러나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해 투쟁했을 시절에 사용된 불법무기가 500만정이 아직도 회수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 백인정부와 싸웠던 사람들이 갱단으로 많이 흘러들어갔다. 결국 치안의 문제는 백인들의 식민지배와 차별정책으로 인한 것이다. 흑인강도는 작은 것을 강탈해가지만 백인들은 그간 큰 것을 강탈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