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P 이야기

현지인 신학교육사역 II : 건물

등불지기 2012. 9. 7. 05:40

 

 

 

 

2012년 9월 5일(수) 사역을 마치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곳은 한 달에 한번씩 1박 2일로 강의를 하는 이쪼셍 클라스가 이루어지는 예배당입니다.

보츠와나 국경 근처에 있어 현지인들은 츠와나어를 사용합니다.

시골지역이라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서 영어를 현지어로 동시통역해줄 분이 필요한 지역입니다.

제가 예배당 천장을 찍은 이유는..

현지에서 만날 수 있는 제법 괜찮은 '건물'이기 때문입니다. 천장도 제법 높고, 트러스트도 견고하게 보입니다.

그러나 이 예배당이 제가 지금까지 섬겨 본 여러 클라스 중에서 제일 괜찮은 장소 중에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천장은 나무 트러스트에 양철지붕이 덮여져 있습니다.

강의장소로서 이런 건물을 만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제가 섬긴 어떤 클라스는 차고에서, 혹은 나무그늘에서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면 아주 괜찮은 건물입니다. 현지인들의 관점에서 보면 '괜찮은 예배당'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개척하여 섬기는 코코시라는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클라스는 손만 뻗으면 천장이 닿는 양철 예배당입니다.

천장이 낮으면 여름에는 찜통과 같고, 겨울에는 무척 춥습니다.

이제 이곳은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시작되었습니다. 8월말부터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이제는 봄기운이 완연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9월이 되면 봄을 알리는 비구름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이곳에서 비를 예측하기란 쉽습니다. 구름이 모여들기 시작하면 곧 비가 내립니다. 그리고 비가 내리고 나면 다시 하늘이 파랗게 맑아집니다.

이곳에서 강의를 시작하기 전부터 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혹시나 걱정이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 예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3시간을 강의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강의하는 중간에 소낙비가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억수같이 퍼붓는 소낙비에 간간이 우박도 섞여서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위의 양철지붕에 쏟아부어지는 소낙비와 우박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얼마나 시끄러운지 모릅니다.

성경에 "많은 물소리와 같다"고 표현한 것이 이런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빗소리에 지지 않으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가며 강의를 계속하려고 안간힘을 써보았지만 결국 1시간 전에 마쳐야 했습니다.

제가 제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였으니까요..목은 쉬기 시작하고 학생들은 아무리 귀를 쫑긋거려도 안들린다는 제스츄어를 보이고..

이곳에서는 만일 주일날 이렇게 비가 쏟아지면 교인들이 교회로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일성수를 목숨같이 여기는 한국교회 정서에 익숙한 분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우선 이렇게 소낙비가 내리면 길이 진흙탕이 됩니다.

차가 다니는 길은 진흙이 시냇물을 이룹니다.

그리고 예배당은 시끄러워서 도무지 들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천장에서는 군데 군데 빗방울이 듣습니다.

한번은 천장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겨우 강의를 한 적도 있습니다.

성경책이 젖기도 하고, 교과서가 젖기도 합니다.

어떤 시골지역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해가 지면 촛불을 켜고 강의를 할 때도 있었고 어떤 때는 휴대폰 플래쉬를 켜고 강의를 하기도 해보았습니다. 어두워지면 눈에도 불을 켜야 하는데 금방 눈이 충혈되어버리지요..

그래도 공부하는 현지인들은 이런 건물에 대해서 한 마디 불평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냥 조금 불편한 것일뿐 불평의 내용이 될 수 없다는 듯이 보입니다.

처음 사역할 때에는 그런 환경에 대해 불평하는 마음을 가지다가도

이제는 저도 현지인들처럼 이런 환경에 익숙해져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약간 불편할 뿐 불평할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건물에서 예배드리는 모습을 보거나 혹은 이보다 훨씬 열악한 예배당 혹은 차고, 혹은 나무그늘에서 사역하다가

한국에 가면 화려한 조명에 휘황찬란한 예배당에 들어가면 웬지 '이질감'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어떤 때는 '거부감' 비슷한 느낌도 들 때가 있습니다.

건물은 성전도, 교회도 아닙니다.

화려한 건물에, 화려한 리모델링에 수십 억, 수백 억의 예산을 퍼붓는 이야기를 선교지에서 들으면 웬지 모르게 씁쓸해집니다.

건물은 반드시 낡아질 것이고, 사라질 것이고, 무너질 것입니다.

낡아서 없어질 것에 투자하는 것보다 사라지지 않는 영혼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멋진 건물, 찬란한 조명, 화려한 인테리어를 바라보며 '나는 성공한 목회자'라고 자부심을 가질 분이 계실 지 모르겠지만

이런 양철 지붕 아래서 목이 쉬어라 외치다 결국 강의를 포기할 수밖에 없어 "Let's call it a day!"라고 할 수밖에 없는

선교사의 눈에 비친 한국교회는 지나치게 외형, 건물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처럼 보입니다.

 

South Africa,

김광락 선교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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