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P 이야기

오늘 사역을 다녀오면서

등불지기 2012. 8. 29. 05:05

 

 

제 사역은 선교사의 발길이 닿지 않은 마을을 찾아다니면서 신학훈련을 받지 못하고 성경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한 교회 지도자들을 찾아서 말씀으로 섬기는 것입니다. 신학교 훈련이 없이 스스로 목사라고 선언하면 다 목사가 되고 목회를 하는 곳이 아프리카입니다. 어디를 가든 예배당은 찾아볼 수 있는데 반해 체계적인 신학훈련을 받은 목회자나 교회 지도자를 만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현실입니다. 세월이 좀 흐르면 아프리카도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할 일이 많습니다.

 

 

Kokosi라는 이름의 마을입니다. 비포장 도로를 지나 마을입구로 들어가는 길에서 서행하면서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이 나라는 운전석이 오른쪽이고, 차량은 좌측통행입니다. 제 차량이 라디에이터를 소나 임팔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불바가 앞에 보이네요.^^ 원래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파란데 오늘따라 봄바람이 불어서인지 구름이 많이 끼였습니다. 마을 입구가 제법 넓은 편인데 좌우에 가로등이 없어서 밤에는 아주 깜깜하고 현지인들도 길에서 많이 놀기도 해서 운전하기가 여간 신경쓰이지 않습니다. 길은 다른 여러 마을들 중에서는 제법 잘 포장된 편입니다. 길에서 벗어나면 울퉁불퉁 자동차도 뒤뚱뒤뚱거립니다. 길을 잘 보시면 배수로가 없어서 비가 쏟아지면 길이 곧 물천지가 되어 흐릅니다. 배수로를 왜 만들지 않았는지, 왜 길을 주변보다 낮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비가 많이 쏟아지면 바퀴의 절반 이상, 어떤 길은 바퀴 전부가 물에 잠깁니다. 이 마을은 제가 기도하면서 훈련클라스를 개척한 첫 사역지인데요 여지껏 한번도 외국인 선교사나 심지어 백인교회가 발을 들여놓지 않은 곳입니다. 이 나라에는 이렇게 선교사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은 마을이 부지기수입니다.

 

 

 

오늘 강의하러 가는 흑인마을에서 만난 귀여운 아이입니다..백인이든, 외국인 선교사든 발길이 닿지 않은 외딴 마을에 낯선 동양인이 그리도 신기했나 봅니다.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동양인의 이미지는 성룡의 쿵푸영화가 전부인 듯 합니다. 저에게 발차기 시범을 보여주던 아이에게 쯔와나 부족어로 몇 마디 해주었더니 저를 신기해하며 연신 배를 움켜잡고 깔깔거리네요..아이들은 다 사랑스럽고 귀여운데 유치원이 없는 지역이 많아 대부분 가정폭력과 에이즈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을 중요한 복음전도의 대상으로 여기는 흑인 목회자들도 적구요..세상은 넓고 할 일은 참 많습니다..ㅠㅠ

 

 

 

이 마을에서 성경공부와 신학훈련에 나름(?) 관심이 있는 목회자들과 교회 지도자들을 모아서 수업을 하는 곳입니다. 몇 달 전에 페인트칠을 붉은 색으로 새로 해서 산뜻하게 보입니다. 양철로 지은 예배당인데 천장이 낮아 여름에는 매우 덥고, 비가 오는 날이면 빗줄기를 요리조리 피해서 강의를 해야 합니다. 양철로 지은 예배당치고는 제법 큰 편에 속합니다. 이 정도 건물을 지으려면 최소 5-6백만원은 들겁니다. 요즘 물가가 많이 올라서 더 비용이 들지 모르겠습니다. 멋진 건물을 지어놓고 불러모아서 사역을 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꾹 눌러 참습니다. 그것보다는 제가 좀 힘들어도 마을 구석구석으로 찾아가는 것이 더 효과저긴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과 장소는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나무 그늘에서 혹은 차고에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빈들이나 초막이나 어디든 상관 없습니다. 멋진 건물 지어놓고 사역하는 모습을 한국에 보여주고 싶지만 이런 건물에서 신학교훈련사역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건물 내부의 모습입니다.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한 shack 예배당입니다. 천장이 낮아서 여름에는 곤혹스럽기도 하고, 비가 내리는 날이면 군데 군데 비가 샙니다. 주일날 비가 내리면 교인들이 아예 교회로 오지 않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입니다. 대부분 일을 하는지라 오후 5시부터 수업을 시작하는데 저녁이 되면 한 두 개의 전등을 켜더라도 너무 어두워서 책을 읽기가 참 곤란해집니다. 그래서 눈에 불을 켜고 강의를 하는데(?) 8시쯤 끝나 집으로 돌아와보면 종종 눈에 충혈이 생기곤 합니다. 아내는 그런 저의 모습을 볼 때마다 "오늘도 눈에 불을 켰어요?" 라고 조크를 합니다. 오늘도 눈에 불을 켜야만 했습니다. ㅠㅠ

 

 

 

요즘 가르치고 있는 과목이 '교회사역'에 관한 부분입니다. 이 부분을 강의하다보면 저절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흑인교회들을 바라보면서 느낀 것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지난 시간까지는 교회의 본질, 목사의 본질에 대해 공부하면서 본질에 기초한 교회사역, 목회사역에 대해 강의를 했습니다. 목사가 한 교회에서 수퍼 히어로처럼 목회를 하는 것은 교회를 해롭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목회자가 은퇴하거나 혹은 리더십 공백이 갑자기 생길 때 교회가 방황하게 되거나 분열된다면 전적으로 목회자가 교회의 기초를 잘못 놓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외에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지각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제대로 혼을 내었습니다. 지각을 두 번 하면 한번 결석으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이렇게 지각을 자주 해서야 어떻게 목회를 제대로 하겠냐고 호통을 쳤습니다. 진도는 안 나가고 시간을 잘 지키는 것에 대해 한참 강조를 했더니 이 교회의 담임목사이고, 클라스의 반장인 샘 은찌마네 목사님이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것은 서양문화이고, 흑인들은 시간 관념이 원래 약하다"고 설명을 하더군요. 그 말에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여러분은 나중에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도 선교사를 파송해야 합니다. 선교사는 기차를 타거나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로 갑니다. 그런데 비행기는 여러분이 5분 늦었다고 이해해주고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비행기는 제 시간에 여러분을 태우지 않고 그냥 출발합니다. 여러분이 여러분의 문화라고 해서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어떻게 온 세계를 두루 다니면서 복음을 전할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이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면 어떻게 제시간에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하겠습니까? 또 여러분은 적어도 초등학교나 고등학교를 다녔다면 알 것입니다. 초등학생이라도 지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초등학생이라고 지각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초등학생이라도 선생님이 오기 전에 먼저 교실에 와서 앉아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여러분은 초등학교도 다니지 않은 것인가요? 초등학교 생활을 했다면 학생이 제 시간을 지키고, 교사가 제 시간을 지키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라는 것을 알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것은 서구식 사고방식이고, 흑인들은 원래 그렇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는 이야기입니까? 여러분이 아무리 똑똑하고, 설교를 잘 하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얼마나 이 수업에 성실한지, 이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지 보고 싶은 것입니다...." 제가 수업을 진행하지 않고 하도 따끔하게 책망을 하니 다들 미안한 표정을 짓더군요. 아주 가끔은 이렇게 따끔하게 혼을 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왕 흥분한 김에 시간개념 뿐만 아니라 손님접대하는 것이나 구제사역, 청지기됨에 대해서 그 동안 쌓아두고 모아두었던 책망의 보따리를 다 풀어놓았습니다. 조금은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래도 선교사가 아니면 누가 그들의 모습에 대해 담대하게 지적을 해 줄 수 있겠습니까? ㅠㅠ 오늘은 학생들의 마음을 많이 무겁게 만든 하루였습니다...

 

2012년 8월 28일

South Africa,

김광락 선교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