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P 이야기

냉수 한 그릇의 축복

등불지기 2012. 9. 5. 04:34

 

 

오늘 강의를 할 때 어떤 학생이 제게 건내준 생수 한 병입니다.

가격표에 4란드라고 되어 있네요. 요즘 환율로 치면 원화로 550원 정도 됩니다.

제가 섬기는 코코시 마을은 너무 가난한 동네입니다.

보통 선교지에서 신학교 사역을 한다고 하면 장학금도 주고, 교통비도 주고, 용돈도 줍니다만

저는 오히려 학생들에게 책값을 내게 합니다.

물론 학생들이 내는 책값은 모두 다 학생들의 수료식 때 들어갑니다.

학생 중에 회계를 세워서 거두기 때문에 제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한 푼도 없습니다.

물론 책값을 받지만 수업료는 한 푼도 받지 않습니다.

기름값이나 식사비는 제가 스스로 해결합니다.

아무튼 학생들이 대가를 지불하도록 만듭니다.

한 번 강의를 하면 2-3시간을 강의합니다.

어떤 때는 하루 종일 강의를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1박 2일, 혹은 2박 3일간 연속으로 강의를 하기도 합니다.

건조한 아프리카의 뙤약볕 아래서 강의하는 것은 때로는 곤혹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물은 꼭 챙겨가고, 때로는 과일이나 간식도 챙겨갑니다. 어떨 때는 밥과 반찬을 준비해가기도 합니다.

모든 것을 선교사가 스스로 준비해가야 합니다.

그러데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생수 한 병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오늘 처음입니다.

지난 시간에 지각하는 문제를 비롯하여 여러가지를 가지고 싫은 소리를 좀 했는데

그 중에 한 번도 물 한 잔 주지 않았다고 한 것을 마음에 담아 두었나봅니다.

엎드려 절 받기식이지만 그래도 솔직히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정작 이렇게 생수를 선물로 받고보니 가슴이 울컥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대접받기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늘 받기만 하고 받는데 익숙해져 있던 현지인들에게 물 한 병이지만 받고 보니

그렇게 감격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내가 선물을 구함이 아니요 오직 너희에게 유익하도록 풍성한 열매를 구함이라.(빌4:17)"

이들이 얼마나 가난한가 하면..

거의 대부분이 일을 하는데 그 중에 한분이 어느 호텔의 주방에서 요리사로서 하루에 8시간씩 주 5일을 일하는데

한달 급료가 1400란드로서, 한국돈으로 치면 20만원 정도 됩니다. 집에서 일터로 왔다 갔다 하는 교통비를 제하면 1000란드, 원화로 약 14만원 정도됩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책이 모두 10권입니다. 책값으로 내게 하는 돈이 원화로 권당 약 1만원이 약간 넘습니다만

(그러니까 2년 동안 10권 정도의 책을 공부하는데 책값이 원화로 10-11만원 정도 됩니다. 이 돈도 10번에 걸쳐 나누어 내게 합니다.)

그런데 이런 책값도 내지 못하고 밀린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큰 도시에는 제법 잘 사는 흑인들도 찾아볼 수 있지만 시골지역으로 갈수록 책값도 내지 못하는 목회자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에게 제가 늘 강조한 것이 "받고 싶으면 주어라" "뿌리는 대로 거둘 것을 믿고 실천에 옮기는 농부가 되어라."

"아무리 가난하여도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하나님의 자녀로서 부요한 마음을 가져라." 등등

그들의 사고방식을 바꾸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2년 가까이 함께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생수 한 병을 선물로 받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감격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받으면서 "야호!"라고 외치면서 제게 물을 선물한 학생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제게 물을 주었으니 주님이 당신에게 물을 주실 것입니다."

"You gave me a bottle of water. So the water of life will be given to you! Water for water!! Well done!"

제가 감격한 것은 제가 목이 말라서가 아니었습니다. 늘 강의사역을 떠날 때마다 제 아내는 꼭 물을 챙겨줍니다.

제가 감격한 것은 그들이 주는 법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물 한 컵을 주는 것도 축복이요 심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릴 적 이야기를 현지인들에게 자주 해 줍니다.

그때는 내전으로 인해 먹고 살기가 어려웠던 시절이었습니다.

단칸 방에 아버지, 어머니, 저와 남동생, 그리고 여동생이 함께 살던 시절이었습니다.

삶은 힘들고 어려웠어도 받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고, 주는 것이 즐거운 일이란 사실을 잊지 않으려는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목사님이 심방을 오셨는데 제대로 먹을 것을 내놓지 못해서 서러워서 우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자주 보던 시절이었습니다.

국수 한 그릇이라도 말아서 대접하기 전에는 결코 만족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지인들에게 받기만 한다면 결코 가난의 굴레를 벗어던질 수 없다는 사실을 늘 강조합니다.

물 한 그릇을 주는 것도 축복이라는 것을 알아야 가난과 싸워 이길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냉수 한 그릇의 축복을 알지 못하면 하나님 나라의 축복도 알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또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작은 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And if anyone gives even a cup of cold water to one of these little ones because he is my disciple, I tell you the truth,

he will certainly not lose his reward."-Mt.10:42

냉수 한 그릇에 엄청난 축복을 담을 수 있는 것은 그 자체에 가치가 있다기보다는 그것을 받으시는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주님의 이름으로' 다시 말해서 주님께 드리는 것은 버릴 것이 없습니다.

냉수 한 그릇의 축복을 아는 사람만이 주님이 주시는 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냉수 한 그릇의 축복을 아는 사람만이 가난의 저주를 깨뜨리고 주님의 부요하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냉수 한 그릇의 축복을 알면 비록 우리의 발은 땅을 디디며 살지라도 우리의 마음은 하늘을 누리며 살 수 있습니다

가난한 자 같으나 부요한 자요,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처럼 살기를 소원하며,

 

South Africa,

김광락 선교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