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묵상

경계선에 관하여

등불지기 2012. 9. 28. 01:29

 

 

경계선(borderline)은 성숙과 미숙을 구분짓는 중요한 인격적 특징입니다.

상담학에서도 매우 기본적인 단어이기도 합니다.

 

몸은 어른인데 생각과 감정은 아이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청소년 문제' 혹은 '어른아이' 또는 '성인 아이' 등 여러가지 말로 표현합니다.

몸이 다 자라 사회적 책임을 감당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감정과 생각이 그에 맞는 기능을 감당하지 못하는 현상을 '성격장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격적 장애personality disorder로는

분열형 성격장애(괴짜형 인간), 분열성 성격장애(은둔자형 인간), 편집성 성격장애(지나친 비판, 편견에 가득찬 해석과 의심), 군집성 성격장애(감정적이고 변덕스러운 인간), 연극성 성격장애(주위의 관심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려 애쓰는 인간), 자기애성 성격장애(과대망상, 공상에 빠지는 인간), 그리고 경계선 성격장애 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정신상담에서 말하는 경계선 인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BPD 란 조울증(심하게 슬펐다가 갑자기 심하게 기뻐하는 등의 감정기복이 매우 심한 경우), 그리고 정신분열증과 비슷한 증세로서 감정이 불안하고 충동적이고 공격적이며 인지능력과 사고능력이 마비되는 증사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려고 하는 의도는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정신상담학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주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의미로서 '경계선'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먼저 사람에게 있어서 경계선borderline이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동물도 그러하듯 사람마다 자기 영역이 있다고 전제한다면 그 영역의 한계를 경계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개념은 지극히 성경적이기도 합니다.

만약 사람마다 경계선이 없다면 '살인하지 말라'거나 '간음하지 말라' 혹은 '도적질하지말라' 혹은 '거짓증거하지 말라'는 등의 계명을 주시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지키라고 주신 모든 계명, 혹은 윤리적 명령들은 이 '경계선'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이나 간음하는 것이나 혹은 살인하는 것 또는 거짓증거하는 것이나 이웃의 물건에 탐심을 갖는 행위는 모두 이 경계선을 넘어가는 행위인 것입니다. 그리고 성경은 분명히 '사랑이 율법의 완성'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경계선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성경이 말하는 '사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정의를 내려보겠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영역이 있고 본성적으로 자기 영역을 보호하려고 하고 자기 영역을 소중히 여기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서로 관계하는 것은 각자의 영역이 서로 만나는 사건인 것입니다. 만일 이 경계선이 무너질 때 자신은 공격당하는 느낌을 갖게 되고 본성적으로 분노 혹은 슬픔의 방식으로 자기 영역을 보호하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계명을 주실 때 상대방의 영역이 소중하므로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마태복음 5장에서 예수님은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해석하여 주실 때 율법주의자들은 단지 사람을 죽이지 않는 것으로 이 계명을 지켰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반박하시면서 하나님께서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사람에게 주실 때는 사람과 관계할 때 경계선을 지켜주고 보호해주고존중해주라는 의도였기 때문에 비록 내가 칼과 창으로 사람을 상해하여 죽이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만일 내가 비난, 욕설, 혹은 모독적인 언사로서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힌 것 역시 상대방의 경계선을 침범한 행위이므로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어긴 행위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계선을 이해하는 것은 기본적인 인간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지식에 속하는 것이고,

경계선을 지켜주고 보호하며 존중하는 행위는 하나님께서 계명을 주신 의도에 부합하는 행위인 것입니다.

따라서 '사랑이 율법의 완성'이라고 말씀할 때에 율법을 완성하는 사랑이란 다름 아니라 경계선을 알고 이해하며 지켜주며 보호해주며 존중하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경계선을 이해하고 지키는 행위는 성숙한 인격의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이며 자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앙이 미숙하다는 것, 혹은 인격이 성숙하지 못했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그것은 경계선에 대해 모호하며 종종 그리고 자주 경계선을 넘나드는 행위를 보인다는 뜻입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구약성경에서 다윗의 아들 압논이 압살롬의 누이동생인 다말을 향해 가진 마음은 사랑도 열정도 아닌 경계선 인격장애의 한 증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말을 향한 압논의 뜨거운 '감정'은 자신의 욕망이 충족되는 순간 '분노'와 '미움'으로 돌변한 것을 성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압논은 경계선 인격장애를 가진, 몸은 어른이나 정신세계는 여전히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으며, 생각과 감정이 경계선을 바로 보지 못하게 하며 행동을 그르치게 만드는 이른바 '장애'disorder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감정의 급격한 변화, 즉 열정에서 미움으로, 애정에서 증오로 돌변하는 이런 현상 역시 경계선 인격장애의 일부인 것입니다.

 

또 다른 예로서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전체적인 입장을 보지 못하고 한쪽 면만을 본다든지 혹은 흑백논리에 갇혀버려서 극단적인 선택(예컨데, 자살)을 한다든지 결정을 쉽게 번복하는 행위인데 성경에서 가룟유다에게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향유옥합을 깨뜨린 베다니 마리아를 칭찬하시자 그것을 지켜보던 가룟 유다는 자신이 스승으로부터 심한 모욕을 받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으며 예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곧바로 배반의 행동을 하게 되나 이내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래 동안 예수님과 함께 생활하며,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놀라운 기적을 체험하며, 자신도 기적을 일으키기도 하며, 선한 일에 열심을 내었지만 경계선 장애borderline disorder를 가지고 있는 교인들이 교회 안에 많습니다. 그들의 헌신과 열심에 속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이 경계선에 대해 배우지 못했고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훈련받지 못하고 있고 경계선 장애를 앓고 있는 한 그들은 훗날 교회에 큰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자신이 무시당한다고 느끼면 폭발하는 사람 역시 경계선적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경계선에 대해 모호한 시각과 지식을 가지고 있을수록 쉽게 분노하고 감정을 터뜨리고 혈기를 폭발시키는 일이 잦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장애를 가진 사람은 쉽게 자신을 자해하거나, 물건을 부서뜨리거나, 도박이나 게임에 중독되어버리거나, 음식을 절제하지 못하고 폭식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경계선이 모호한 사람, 경계선 장애 증상이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대체로 우리가 '성숙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사람일수록 이 경계선에 대해 분명한 시각과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반대로 우리가 '미숙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사람일수록 경계선에 대해 명확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에서 나타난다고 하겠습니다 성숙한 사람(=경계선에 대한 분명한 지식과 이해를 가지고 훈련이 된 사람)은 자신에 대한 명확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미숙한 사람(=경계선에 대해 분명한 이해와 지식이 없으며 훈련이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이 상황이나 사건에 따라 쉽게 흔들리거나 사람의 말이나 비난 등에 대해 쉽게 영향을 받게 됩니다. 쉽게 말해서 "당신은 누구입니까?" 라고 물어보십시오. 성숙한 사람일수록 분명한 대답을 가지고 있는 반면 미숙한 사람일수록 매우 모호하거나 자신감이 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와같이 자기 정체성이 모호하거나 쉽게 흔들리거나 말이나 상황에 쉽게 영향을 받는 사람의 특징은 자기와 상관이 없는 일에, 제 3자의 일에 뛰어들어 그들의 요구와 기대에 맞추어서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다시 말해서 정체성self-identity, self-understanding이 약한 사람은 자신이 집중해야 하고 충성해야 하는 주어진 임무, 본연의 사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신의 일에 쉽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남의 일에 개입 혹은 쉽게 간섭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본인은 그것이 '의분'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것은 '경계선'에 대한 모호하고 미숙함 때문인 것입니다.

 

우리 삶에 이런 행동이 없는지 한번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사람의 말이나 상황에 쉽게 흔들리거나 영향을 받지는 않는지? 내게 맡겨진 고귀하고 막중한 사명과 책임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혹은 쉽게 그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하지 않아도 되는 남의 일에, 제 3자의 문제에 '의분'을 가지고 쉽게 뛰어드는 로빈 훗이나 된 것같은, 의적이 된 것 같은, 의리의 사나이가 된 것같은, 영웅이 된 것같은 생각이 문득 들지는 않는지? 다양한 활동, 행사, 정치, 이벤트 등에 열심히 참가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이 끝난 후 집에 돌아와 자기 방에 들어오면 무엇인가 허전한 느낌, 공허감이 찾아오지는 않는지? 사소한 일에도 의욕이 충만하거나 혹은 상실되는 경향은 없는지? 의욕상실, 일상의 허무감, 의미없음, 가치와 보람을 느낄 수 없음(권태감), 내 인생이 갑자기 텅 빈 것 같은 공허감, 남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보다 자신이 자신을 더 낮게 바라보는 자괴감에 빠져있는 듯한 느낌 그래서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내 본분과 사명을 쉽게 망각한 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일, 가치가 별로 없는 일에 지나치게 열심을 내지만 결국 지속하지 못하고 쉽게 포기하거나 철수해버리는 일은 없는지? 그렇다면 내 안에 경계선 장애가 있지 않는지 의심해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경계선 장애 borderline disorder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인격의 성숙이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과 같은 것입니다.

 

요점만 말하면...

1)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그분과 지속적으로 교제를 함으로써 우리는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수준까지 성장해야 합니다.

성장(자라감)과 성숙(견고해짐)이 반복되어야 합니다.

 

2)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내게 맡겨진 거룩한 임무(=사명)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하고, 그것에 집중해야 하고 그것에 충성해야 합니다. 자신을 바로 아는 것이 경계선의 기본지식이고, 경계선에 집중할 때 우리는 충성이란 성품을 나타낼 것입니다.

 

3) 경계선을 지켜주고 보호해주고 존중해주는 것이 사랑임을 알아야 합니다.

성숙한 사람(경계선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가지고 훈련이 된 사람)은 경계선을 볼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내게 소중하듯이 상대방에게도 소중한 영역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동기와 목적이 선하다고 할지라도 정복하고 지배하고 부담을 주는 것은 사랑이 될 수 없습니다. 이것은 '훈련'되어질 때 아는 '지식'입니다.

 

건강하고 성숙한 삶, 사랑하고 섬기며 살기를 소망하며...

 

2012년 9월 27일

South Africa,

김광락 선교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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