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P 이야기

환송식이 있는 교회

등불지기 2013. 12. 24. 18:54

 

 

선교사로서 교회를 섬기면서 요즘 갖게 되는 생각이 있습니다..대체로 왜 교회를 처음 나오면 성대하게 환영해주고 떠날 때는 씁슬한 마음을 가지고 떠날까요? 만날 때보다 헤어질 때 더 안 좋을까요? 새로이 만나는 사람보다 헤어질 사람에게 더 잘 하는 것이 왜 잘 안될까요? 헤어지는 사람이 좋은 추억을 안고 떠나보내도록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교회마다 새신자 환영식을 다들 하는데 환송식을 해주는 교회는 왜 없을까요? 환송식을 해주는 교회가 많아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만날 때 잘 해주는 것보다 헤어질 때 잘 해주는 것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교회로서 떠나가는 교인들에게 축복해주며 좋은 기억을 안고 떠나보내는 것이 정말 아름다운 교회가 아닐까요?

 

 

 

얼마전 제가 섬기는 교회에 몇 달 간 출석하던 어느 청년이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지난 주는 한 가정이 또한 마지막 예배를 드렸습니다. 안 그래도 사람이 희귀한 아프리카인데 정들자마자 떠나니 가슴이 시릴 정도로 아쉽습니다. 이럴 때 함께 신앙생활하겠다고 처음 오는 교인을 만나면 얼마나 설레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새로 오는 교인들에게 거창한 환영식은 열어주지 않습니다. 예배 후 식탁의 교제를 나눌 때 잠시 소개하고 인사할뿐 새신자 환영회는 없습니다. 대신 떠나가는 교인들에게는 비록 몇 개월 동안만 함께 신앙생활했을지라도 환송식을 열어줍니다. 음식도 맛있게 준비하고, 어린 아이들에게도 각각 장미꽃을 쥐어주고 가정에는 이 나라의 아름다움을 담은 화보집을 선물하고 축복기도를 해주고 예배시간에 모든 교인들이 유일하게 박수를 쳐주게 합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는 환영식은 없지만 환송식은 있습니다.

 


이곳 저곳 전전긍긍하면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헤어지면서 지금 함께 하는 사람보다는 새로운 사람 낯선 사람에게 집중하려는 경향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관계의 깊이는 사라지고 피상적으로 흐르게 되지요. 제 생각에는 지금 옆에 있는 사람 함께 일하는 사람이야 말로 하나님께서 내게 보내주신 가장 귀한 보배임을 알고 늘 감사한 마음으로 친절하게 잘 대하여야 하겠습니다. 또한 앞을 바라보며 매진할수록 가끔씩은 뒤를 돌아보며 지나온 삶의 자리에서 보석과도 같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축복할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설령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오늘 만났다가 내일 헤어질지라도 지나고 보면 언젠가 문득 하나님의 귀한 선물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사람보다 더 소중한 선물은 없습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곳은 제가 사는 동네에 있는 신학교 채플실인데 한인예배를 위해 주일에는 빌려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큰 강대상이 있지만 저는 작은 강대상에서 예배를 인도하며 설교도 합니다. 평소 이곳은 신학생들의 수업장소로 사용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모여서 예배드리는 한인들은 어린 아이들까지 다 합쳐서 30여명 정도 됩니다. 가정수로는 4-5 가정 정도 됩니다. 1시간 예배드리고 1시간은 식탁의 교제를 나눕니다. 선교센터가 건립되면 수요예배도 드리고 한글학교나 작문교실 혹은 여러 훈련모임도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12월이 되면 한국으로 가거나 출타하는 교인들이 많아서 큰 예배당에 비해 예배드리는 교인들은 매우 적습니다. 예배후 보통 간단한 다과와 차를 준비하는데 이렇게 예배드리는 식구가 줄어들면 음식이 달라집니다. 간단한 다과가 아니라 고기도 굽고 아주 풍성한 한국음식을 준비합니다. 어떨 때는 뷔페식으로, 어떨 때는 숯불에 양고기와 양념갈비를 굽기도 하고, 지난 주에는 새우 오징어 닭고기와 각종 야채를 듬뿍 넣은 철판볶음밥을 주메뉴로 준비했습니다. 숯불에 달궈진 철판에 이리 저리 잘 뒤집은 볶음밥을 즉석에서 먹는 것은 한국에서도 쉽지 않을 겁니다.^^ 충분히 만들어서 가정마다 집으로 돌아갈 때 한 끼 식사할 수 있도록 퍼주었습니다. 식후에는 여러 과일과 음료와 집에서 직접 만든 카푸치노 빵을 준비하고...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모여서 게임이나 장난감을 가지고 어울려 놀고 청년들은 청년들끼리 모여서 얘기꽃을 피웁니다. 이것이 환송식이 있는 주일의 모습입니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적을수록 식탁의 교제는 더욱 풍성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함께 신앙생활하다가 졸업이나 기타 이유로 완전히 한국으로 돌아가는 교인이 있을 때는 환송식을 풍성하게 갖습니다. 반대정신으로 사역하는 겁니다.

 

 

 

새교우 환영식은 없으나 환송식은 있는 교회..교인이 적을수록 더 풍성하게 교제하는 교회..은혜와 진리 교회..

선교지에서 이렇게 좋은 예배당에서 한국어로 실컫 찬송하며 기도하고 말씀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며 행복인지 모릅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신다면 더 많은 믿음의 식구를 더하여주실 것입니다. 하지만 제겐 숫자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면 제 사명은 교회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 감사한 일이지만 하나님 나라는 숫자나 규모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하나님 나라 복음을 위하여 꿈과 비전을 가지고 그의 삶을 의미있게 산다면 그것이 곧 교회성장입니다.

 

South Africa,

김광락 선교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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