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묵상

젊은 부모, 늙은 부모

등불지기 2015. 2. 15. 23:52

 

 

젊은 부모, 늙은 부모

 

저는 선교지에서 노모님을 모시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올해 연세가 88세이십니다. 기력이 점점 쇠하여가는 것을 보면서 늙음과 죽음에 관하여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가정을 이루어 자녀를 낳고 기르는데 여념이 없는 젊은 부모가 있는 반면, 자녀들에게 신세를 질 수 밖에 없는 늙은 부모가 있습니다. 젊은 부모로서 이제 늙은 부모가 될 준비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몇 가지 메모하고 생각한 것들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1. 자신을 변화시킬 줄 아는 용기를 가진 부모

젊은 부모로서 자녀를 키울 때는 나름대로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키우는 것이 보편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녀들이 장성하고 출가하여 스스로 가정을 이룬 다음에는 다른 모습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장성한 자녀가 나름 대로 가지고 살아가는 원칙과 소신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다 커서 젊은 부모가 된 자녀에게 자신이 그들을 키울 때 가졌던 원칙과 소신을 계속 주장하는 것은 매우 조심해야 할 일입니다.

 

2.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부모

젊은 부모는 자신의 자녀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자주 혼내고 꾸짖기도 합니다. 어릴수록 규율과 훈련이 필요한 법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아이들이 장성하여 자립하여 자녀를 키우며 살아갈 때는 자신의 틀 안에 자녀를 계속 가두려고 할 것이 아니라 더욱 잘 할 수 있도록 칭찬과 격려를 아낌없이 지원해주어야 합니다. 젊은 부모로서 지금부터 자신의 자녀들에게 고맘다’‘미안하다’‘수고했다’‘잘 한다는 등의 말이 자연스럽게 해야 할 것입니다.

 

3. 표현에 인색하지 않은 부모

자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을 때가 반드시 옵니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준비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음의 표현을 잘 하도록 연습하는 일입니다. 늙은 부모가 되어서라도 자존심 때문에 고맙다’ ‘미안하다는 등의 말을 하지 못하면 자녀들과 계속 어려운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선을 다해 부모를 봉양하고 섬기려는 자녀들에게 잔소리가 아닌 감사의 표현을 자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작은 일에도 미안하다는 말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4. 하나님가 동행하는 부모

세상 사람들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돈을 모아야 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명의로 된 은행계좌에 넉넉하게 노후자금이 있으면 자녀들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부분적으로 사실입니다. 자녀를 키울 때 모든 것을 다 쏟아붓는 것은 현명한 일은 아닌 듯 합니다. 그러나 늙은 부모가 돈이 많다고 자녀들이 그 부모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늙은 부모를 사랑하고 존경하ᅟᅳᆫ 것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속에 자신이 갖지 못한 지혜가 있어야 하며, 은행게좌에 넣어둔 돈과 비교할 수 없이 소중하고 보배로운 가치와 성품이 있기 때문이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가 들어 자녀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을지라도 살아계신 하나님과 친밀하게 동행하는 모습이 있다면 이보다 더 귀중한 것을 자녀들에게 줄 수는 없습니다.

 

5. 믿음으로 말하는 부모

자녀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을 때에 늙은 부모는 자식에게 신세를 지고 자식에게 부담을 주는 것에 대해 자괴감을 갖기 쉽고 그래서 마음이 위축되기 쉽습니다. 그럴수록 믿음으로 말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며 인간적으로 말하기 쉽습니다. 치열하게 사는 자녀들이 늙은 부모로부터 듣고 싶은 것은 믿음의 말 한 마디임을 알아야 합니다. 늙은 부모들이여, 과거를 말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이 행하실 크고 놀라운 일, 그리고 새로운 일을 선포하십시오. 가나안 여부스 산지를 요구한 85세의 갈렙을 본받으십시오. 육신은 약할지라도 그런 진취적이고 강한 정신력을 가지도록 하십시오. 그것은 하나님을 굳세게 믿는 믿음 외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6. 하나님의 말씀을 말하는 부모

자녀들에게 돈을 줄 수 없다고 위축되는 늙은 부모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자 가장 보배로운 유산은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어주는 것입니다. 자녀들 앞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그 묵상한 말씀을 들려주는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자녀는 부모를 봉양하는 것이 전혀 아깝지도 힘들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인간의 소리’ ‘인간의 생각’ ‘인간의 말을 하기 시작하면 부모를 모시는 자녀들은 힘들어할 수 있습니다. 나름 대로 생각하여 자녀들에게 해주는 말이지만 그것이 하나님의 심장으로부터 나오지 않는 말들은 다 기운을 빼앗는 잔소리로 그칠 것입니다. 늙은 부모가 되어서도 자녀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를 원한다면 하나님의 마음을 가지고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을 들려줄 줄 아는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7.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부모

자신을 변화시키는 용기를 가진 부모는 자녀의 말에 경청할 줄 알며, 자녀의 아픔을 같이 느낄 줄 알며 자녀와 공감해줄 줄 압니다. 이런 부모가 곁에 있다면 자식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같을 것입니다. 나이든 부모를 모시고 사는 젊은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경청과 공감입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같이 느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간절히 찾고 있는 시대입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젊은 부모는 생활에 바쁘고 힘들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자녀를 대할 때 여유를 가지고 대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늙은 부모가 되었을 때는 달라져야 합니다. 자식이 장성하여 아이를 낳아 키우는 어엿한 어른이 되었을 때는 든든한 상담자가 되어야 합니다. 충고를 던지는 조언자가 아닌 경청하고 공감하는 상담자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8. 하나님을 경외하는 부모

하나님을 경외하는 모습을 자녀들ㅇ게 보여주는 것보다 더 큰 유산은 없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저의 아버지로부터 듣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데 그것은 "나는 예수님을 사랑한다"는 고백이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개인적이고 친밀한 고백의 말들은 그 자녀들에게 큰 축복이 됩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부모의 모습은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자녀들에게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됩니다.

 

9. 남은 때를 아는 부모

시편 90편에서 모세는 "우리의 남은 날 계수함을 가르쳐주실 것"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육신의 때를 계수할 줄 아는 것은 가장 큰 지혜의 영역에 속합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 때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남은 사람들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지혜의 결핍은 자녀들 보는 가운데서 "빨리 죽고 싶다"는 말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저의 영적 멘토이셨던 외조모님께서 돌아가셨는데 그때 제가 확실히 체험한 것이 있습니다. 그분은 자신이 언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 것인지 정확히 알고 준비를 하셨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언제 죽는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 때를 정확히 알기 때문에 자신이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축복할 사람들을 돌아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10. 이런 부모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나이든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이 쉬운듯 하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연세가 많은 부모를 모시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그것은 약속있는 첫 계명에 순종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내가 또한 나이가 들어 자녀들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을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할지, 어떻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 준비를 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점점 커가며 하나 둘 씩 독립하여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지 기도제목을 얻게 되는 것이 큰 은혜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것입니다. 젊은 부모든 나이든 부모든,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결코 저절로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도우심과 함께 자신의 자리와 역할에 대한 깊은 묵상과 준비가 필요한 것입니다.

 

주님, 저를 주님이 원하시는 모습의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변화시켜 주십시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김광락 선교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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