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P 이야기

우리의 선교는 과연 최종 목적지인가

등불지기 2015. 9. 20. 19:06

 

 

얼마 전 미국에서 유명한 신학교 교수로 있는 동기 목사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신대워에서 함께 공부할 때 깨 공부를 잘 하셨고 또한 공부하는 것을 즐기는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ㅇ느날 아프리카에서 선교사로 헌신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많이 놀랐고 또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러데 아프리카에서의 사역을 정리하고 교수로 부임하셨다는 소식을 들은지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20년 넘게 연락이 없다가 이번에 연락을 주셔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내용은 제가 학위공부를 하라고 권유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곧바로 답장하기를 지금 사역과 생활에 만족과 보람을 느끼고 있고 학위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동안 계속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나에게 선교는 잠시 지나가는 정거장intermediate stop인가, 아니면 최종 목적지final stop인가? 제 주변에 많은 선교사님들이 기회가 되면 한국에서 목회를 하거나 사역을 하는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지금의 선교는 최종 목적지가 아닌 들렀다 지나가는 정거장일 따름입니다. 어떤 분들은 파송교회 몰래 이력서를 보내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한국에서 어떻게 은퇴후 삶을 살 것인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주 드물게 한국교회로부터 청빙을 받아 목회를 하거나, 틈틈히 공부하여 교수로 임용디어 선교지를 떠난 분들을 바라보며 내심 부러워하는 선교사들이 많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어 2004년 개봉한 [터미널]이란 영화는 요즘 많은 선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self-identity에 대해 우화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영화속 주인공인 톰 행크스는 여권에 문제가 생겨 뉴욕으로 입국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공항에서 몇 개월 생활하면서 영어도 배우고 공항에서 혼자 사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나름 가진 기술을 활용해 공항에서 점점 유명인사가 되어갑니다. 결국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주인공은 뉴욕으로 입성하게 된다는 그런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톰 행크스는 앞으로 좋은 길이 열릴 것을 믿고 기다리며 열악한 선교지의 환경에서 긍정적이며 낙천적으로 적응하는, 그리고 때론 꽤 멋진 업적도 남기면서 원하는 세계로 향하는 문이 열리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오늘날 많은 선교사들의 정체성을 잘 그려주고 있습니다.

 

일주일 넘도록 고민하면서 선교사로서 나의 정체성은 과연 어떤지 계속 제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습니다. 나도 톰 행크스처럼 터미널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며 더 나은 세계로 가는 길이 열리기를 바라며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해 적응하는 그런 선교사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말입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내 마음의 중심을 아실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적응하고 살아남아야 할 이 상황은 임시정류장intermediate stop이 아니라 여기서 내 살과 뼈를 묻어야 할 최종 종착역final destination임을 믿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몇 번 한국교회에서 목회할 수 있는 기회와 제안이 있었지만 거절했고, 또 미국의 유명한 신학교에서 학위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도 기쁘게 거절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선교는 제게 종착역입니다. 그래서 제게 학위공부를 권유한 그 동기 목사님이 아직까지 아프리카 선교지에 계속 머물러 계셨더라면 저는 유명한 신학교에 교수로 임용되어 사역하는 동기 목사님보다 훨씬 더 존경하는 마음을 가질 것입니다.

 

만일 선교지에 있는 것이 터미널이라고 생각하는 선교사에게 선교란 단지 참고 견뎌야 하며 더 나은 길을 열어주실 것을 믿음으로 기다리는 톰 행크스와 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곳이야말로 내가 죽기까지 살아야 하는 최종 목적지라고 생각한다면 더 좋은 사역지가 열리기를 기다리며 참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행복함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선교사가 될 것입니다. 아직까지 저에게 있어 선교는 터미널이 아닌 최종 목적지입니다. 하나님께서 있으라는 곳에 있는 것이 제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입니다. 저는 대형교회에서 목회하는 여러 동기 목사님들의 자리, 그리고 유명한 신학교에서 존경받는 그 어느 교수직도, 이름없고 빛도 없는 지금 이 자리와 바꿀 수 없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김광락 선교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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