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곳에 이르러는 해가 진지라..”(창28:11)
어디서나 똑같은 일몰sunset이지만 아프리카에서 매일 맞이하는 일몰은 특별히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해가 지는 장면을 보노라면 인생의 황혼이 떠오르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어느덧 하루가 지나가버린 시간의 빠름에 조금 당황하면서 나는 오늘 무얼 하였나, 한것도 없이 이렇게 황혼을 맞이하는가, 나이가 든다는게 대체 뭔지..라고 읊조리기도 합니다.
히브리인들에게 일몰은 하루의 끝입니다. 해가 완전히 지면 새로운 날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하루는 우리의 저녁부터 다음날 저녁까지입니다. 야곱은 형 에서를 피해 도망나왔을 때 노중에 일몰을 맞이합니다. 아버지 이삭의 집이 있는 브엘세바로부터 지금 야곱이 일몰을 맞이하는 곳인 벧엘까지는 약 90km, 즉 사흘길입니다. 도망자의 삶을 살기시작한 첫날에도 일몰을 보았겠지만 사흘 째되던 날 특별히 “해가 진지라”because the sun had set.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흘간 정신없이 도망칠 때는 못느꼈던 어떤 감정을 사흘이 되던 날 일몰을 바라보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야곱은 비로소 느끼게 되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지난 날들을 돌아보면서 아버지 어머니의 집에서 쌓았던 추억에 대한 그리움, 자신이 정말 잘 한 것인지 지금까지 한 일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이제 자신의 삶은 이렇게 끝나는 것은 아닌지 다가올 캄캄한 날들에 대한 두려움도 몰려왔을 것입니다. 일몰이 히브리인들에게 마지막 시간이듯 야곱이 맞이하는 일몰도 그에게 여기서 내 인생은 이렇게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루의 시작은 완전히 해가 지고나서부터였습니다. 돌을 주어 베개삼아 잠을 청하던 야곱..주위에 그를 비추는 그 어떤 빛도 없던 순간에 하나님은 그의 꿈에 세상의 어떤 빛보다 밝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이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며, 이곳이 절망과 회한의 땅이 아니라 영광과 기쁨으로 가득 찬 하나님의 집이 될 것이라고 일러주셨습니다. 종종 새로운 비전, 새로운 꿈은 가장 어두울 때,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갑자기 찾아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김광락선교사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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