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와 정신건강
자신이 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수록 정신적인 건강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영적인 부분이 우선이고 상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전하고 성경을 가르치는 목사나 선교사에게 이러한 생각이 두드러집니다. 그러나 사실 영적인 부분이 정신적이고 정서적인 부분보다 더 앞서지도 더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목사나 선교사는 더욱더 소홀히하기 쉬운 정서적인 건강에 대해서 더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육체적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원인이 영양실조 혹은 수면부족이나 무리한 노동 등이라면 정서적인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원인은 대부분 스트레스관리에 실패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사회에서 목회하는 것이나 선교지에서 선교하는 것이나 모두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와 어떻게 씨름해서 극복하는가 하는 문제에 관하여 진지한 고민과 대답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이런 문제에 관하여 무시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무시해버린 바로 그것 때문에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 마저도 크나큰 고통을 안겨주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합니다. 그럴 때는 이미 치료하고 회복하기에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을 알고 절망합니다.
저는 최근 정서적 건강mental health에 관해 여러 글도 읽으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적 건강이나 육체적 건강이나 정서적인 건강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하거나 덜 중요한 것이 없고 서로 밀접하게 얽혀있다는 것을 깊이 경험하고 깨닫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보이지 않는 부분도 중요하다고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언어, 관계, 재정, 사역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방치하거나 내버려둘 때 면역력 저하도 찾아오고 심하면 세트로닌 같은 뇌신경 물질에 이상이 생겨 감정조절을 어렵게 만들어 결국 일상생활까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불과 얼마전 아주 잘 안다고 생각했던 어느 선교사님이 공황장애panic disorder로 급히 한국으로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공황장애가 무엇인지, 조울증bipolar disorder(양극성장애)이나 우울증depressive disorder 혹은 울화병이 무엇인지 나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의외로 제가 이 부분에 관해 그 동안 잘 모르고 지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서적인 건강에 대해 나도 모르게 무시하면서 살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스트레스를 제대로 대처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그랬을 때 영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저의 부친이 병원에서 암말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으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한동안 안절부절 못하고 힘들어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동생들과 장례일정 등을 논의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한 동안 전화벨 소리에 가슴 철렁하기도 했습니다. 이곳에서 해야할 일들도 있는데 집중이 안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소중하게 여겼던 어떤 관계가 깨진다든지 혹은 후원중단과 같은 재정적 압박이나 갑작스런 자동차 고장이나 부모님을 여의거나 사랑하는 딸이 쓰러져 갑작스런 입원치료받는 일 등 생각지 않은 어떤 사건 사고들이 겹쳐서 한꺼번에 (그중 한 가지도 감당하기 참으로 버거운데) 그 모든 문제들이 밀물처럼 밀어닥치면 얼마나 힘든지 모릅니다. (방금 제가 든 예시는 지어낸 것이 아니라 최근에 제게 직접 일어난 일들입니다.) 그러면 다윗이 말한대로 날개가 있다면 바다 끝에 날아가서 혼자 숨고싶은 마음 굴뚝 같습니다. 이럴 때 기도해야한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지만, 또 기도하라고 수없이 설교하기도 했지만 정작 제 자신이 알면서도 기도할 힘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살다보면 종종 이럴 때가 있습니다. 적군이 기습적으로 쳐들어오면 놀라서 공포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이러다 죽는구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필사적으로 저의 도피성shelter으로 도망칩니다. 저의 도피성들이란 그 동안 개발한 몇가지 취미생활이 그것입니다. 목공, 요리, 커피, 천문, 글쓰기, 캠핑 등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요리가 저의 주요 피난처이자 도피성입니다. 그러나 그 도피성에 계속 살 수는 없습니다. 가장 좋은 것중에 하나는 대화입니다. 내 안에 쳐들어오는 스트레스란 적군에 대해 아내에게 알리고 정말 기도해주시는 분들에게도 염치불구하고 나팔불어 알립니다. 목사로서 이런거 가지고 힘들어하냐는 식으로 볼것같아 부끄러울 것같지만 그래도 내가 먼저 살아야지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연약한 존재라고 자랑해야 합니다. 부끄럽지만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적을 물리치고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사랑하는 자여 네 영과 혼이 잘 됨같이 네가 범사에 잘 되고 건강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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