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이야기(3)
어떤 사람들은 커피를 맛보면서 맛이 있다 혹은 맛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맛이 있다 없다는 매우 주관적이어서 어떤 이들에겐 맛이 있는데 다른 이들에겐 맛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맛있는 커피의 기준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우선, 맛이 있다 없다고 두루뭉슬하게 단정짓기 전에 어떻게 맛이 있는지 혹은 맛이 왜 없는지 구체적으로 묘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충 맛이 있다 없다고 단정하기보다 좀 더 자세하게 맛을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향이 나며 신맛은 어떻게 나고 쓴맛이 어떻고 단맛이 어떻게 느껴진다는 식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맛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커피만이 아니라 다양한 음식과 요리의 세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맛이 있는 커피 혹은 맛이 없는 커피는 세상에 없다는 것입니다. 오직 신선한 커피와 신선하지 않은 커피만 있을 뿐입니다. 생두를 볶아서 원두를 만들면 3일에서 3주 사이에 먹어야 신선하고 한 달이 넘어가면 산소와 결합하여 산패하기 시작합니다. 오래된 원두로 내린 커피의 경우 흙냄새나 담뱃재 냄새가 납니다. 그래서 커피가 맛이 있다 없다고 할 것이 아니라 신선하다 신선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간혹 갓볶은 커피도 맛이 이상한 맛이 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생두에 썩은 것이나 미숙한 것을 골라내지 않았거나 혹은 볶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거나 원두를 갈아주는 그라인더를 청소해주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맛있는 커피, 아니 신선한 커피일수록 커피를 내리면 크레마crema 라고 하는 유지방층이 두껍게 만들어집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갈색부분이 커피콩에 함유된 지방층입니다. ( 에디오피아 시다모 생두를 지난주에 로스팅한 것입니다.) 자세히 보면 호랑이 가죽처럼 무늬가 보인다고 하여 “타이거스킨”이라고 부릅니다. 신선한 커피일수록 타이거 스킨이 선명하게 잘 보이며 크레마층도 두껍게 형성됩니다. 그래서 맛있다 맛없다의 기준으로 크레마를 가지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이제 어느 까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위의 세 가지 기준을 가지고 맛을 평가해보는 연습을 해본다면 커피 한 잔으로 더 많은 것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참조: 흔히 먹는 아침메뉴: 프렌치토스트, 사과 한 쪽, 아메리카노 한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