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부친의 장례문제로 한국을 잠시 방문할 동안 처음 듣게 된 단어가 웰 다잉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웰빙이 유행어였는데 요즘은 웰다잉이 대세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도 쉰 중반의 중년이 되니 더 와닿는 단어가 된듯 합니다. 그리고 노령인구가 많아지는 한국사회의 문제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한국사람에게 웰 다잉은 노후를 재정적으로 잘 준비하여 가능하면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어느 면으로 보면 맞는 말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저의 부친의 장례일정을 치르면서 제가 깨닫게 된 것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자녀들에게 물려줄 유산이나 재정이 없이 일평생을 가난하게 사셨던 부친을 떠나보내는 장례일정을 치루는 일은 제게 재정적으로 큰 도전으로 다가온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장례식장과 묘지를 준비하는 제반 비용이 생각보다 컸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 또한 하나님께 맡기고 인도하시는 은혜를 의지하니 나름 빚을 지는 일 없이 잘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부모님이 재산이나 재정을 잘 모았더라면 자녀들이 조금 수월하게 즉 빚을 지면 어떡하나 걱정하면서 장례일정을 진행하는 일은 없었겠지만 반대로 하나님의 기적적으로 공급하시는 은혜를 체험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제가 경험하며 깨닫게 된 사실은 임종의 순간이 참으로 경이롭고 신비로우며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그런 순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호와께서 성도의 죽음을 귀중히 보신다는 시편의 말씀처럼 죽음의 순간에 하나님의 영광과 신비를 최고로 드러낼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웰 다잉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극심한 고통의 순간에 하나님의 평강을 보여주며, 두려움의 순간에 최고의 환희를 보여줄수만 있다면 그래서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백부장이 그랬듯이 임종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이분은 진실로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자녀이었다고 고백하게 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웰 다잉일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죽음을 준비할 수 있을까요? 저의 부친께서는 평소 그리 믿음이 깊으신 분은 아니셨습니다. 어떤 때는 믿음이 있는듯 하다가 어떤 때는 믿음이 없는 듯이 보이셨습니다. 이것은 아프리카에서 선교한다고 하는 아들의 큰 기도제목이기도 했습니다. 가까운 부모의 영혼도 주님께 인도하지 못하면서 아프리카에까지 와서 말씀을 전하는 일의 의미에 관해 회의를 갖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저보다 더 세심하게 제 부친의 영혼에 관심을 가지고 간섭해오셨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6개월 더 못 살거라는 병원의 시한부 판정을 받으셨지만 20개월을 기도에 응답하시는 형태로 생명을 더 연장시켜 주시면서 하나님께서 살아계심을 체험케 하시며 육신의 고통중에서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깊이 회개하게 하심으로 믿음의 준비를 하게 하셨습니다. 깊은 회개를 통한 믿음의 준비, 어린아이같은 순수한 믿음의 준비를 위해 하나님께서는 삶을 연장시켜 주시며 기다려오신 것이었습니다.
믿음의 준비를 다 마쳤을 때 비로소 하나님께서는 그 영혼을 데려가기로 결정하셨고 아들의 기도가 마치는 순간까지 숨을 붙들고 계셨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믿음의 준비를 다 마친 영혼이 하늘 아버지의 부름에 순종하여 나아가시는 모습은 세상 어디에도 볼 수 없는 가장 고귀하고 신비롭기 그지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분명 육신은 고통으로 덮였으나 인간의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평강이 지배하는 가운데 마치 순간적으로 깊은 잠에 빠져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신비로운 모습 그 자체입니다. 신기하게도 아버지의 임종이 슬프지 않고 오히려 큰 위로가 되어 다가왔습니다. 이상하게도 슬픔보다는 기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제가 본받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오 복된 죽음이여! 저는 이것이 웰 다잉이라 확신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김광락선교사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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