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선교편지 (25)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롬5:3)
“생각하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도다.”(롬8:18)
우리 주 예수님의 크신 이름과 사랑으로 안부 올립니다. 혹시나 저희 가족의 안부를 염려해주시는 분들이 계실까 하여 편지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지금까지 하나님의 은혜 안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모두 잘 아시듯이 전세계가 전염병의 확산으로 큰 어려움과 두려움 속에 많은 이들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때를 살고 있는 줄 알고 이럴수록 더욱 깨어서 전능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며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곳 남아프리카땅에도 전염병이 무섭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일 벌써 5만 3천명의 확진자가 생겼습니다. 이번 주가 지나면 한국의 다섯배를 넘길 것입니다. 이곳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한국과 비슷한 인구를 가졌지만 방역이나 의료 인프라가 너무나 열악한 상황입니다. 이번달부터 봉쇄정책(록다운)이 하향조정되어 일반상점들도 문을 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province도를 넘나드는 도로는 제한되고 있고 모든 교회들은 아직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해오던 신학교 사역 또한 3월부터 지금까지 일시적으로 문을 닫은 상황입니다. 일반 초등 고등학교들은 제한적으로 등교하고 있고 대학교는 아직 문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례식을 제외한 모임은 아직 공식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제공항은 현재 화물기 외에는 전면 폐쇄되었고 실직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경제적으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고국이 있어도 돌아갈 집이 없는 저와 같은 한국인들이 소수만 남아 있고 많은 이들이 특별기를 통해 한국으로 귀국했습니다. 옆집에 살던 선교사 가정은 이번에 완전히 한국으로 철수했고 병원 중환자실에서 생명의 위기를 겪고 있는 동료선교사도 있고 코로나에서 완치되어 한국행 특별기로 잠시 한국으로 떠난 동료 선교사도 있습니다. 집에 머물며 온라인으로 공부하는 두 딸이 있고 또 여러 형편상 저는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식료품을 구하기 위해 잠시 외출하는 것 외에는 거의 하루 종일 집안에만 머물고 있습니다. 외출할 때는 손으로 만든 천마스크를 쓰고 다니다가 오늘에서야 한국에 있는 아내가 보내준 국산 마스크가 겨우 도착하였습니다. (세관에서 무려 보름이나 갇혀있다 어렵게 풀려났습니다.)
이곳저곳 다니면서 사역을 하다가 하루종일 집안에만 갇히다시피 지내는 생활이 처음이라 힘들기도 합니다. 봉쇄없이 방역을 잘 한 대한민국과 달리 이곳은 군대를 동원한 강력한 봉쇄정책으로 경제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어 있으며 치안 또안 더 불안해졌습니다. 이런 와중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며 해야 할 일들을 찾아나서면서 하루하루 견디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어떤 요리를 해줄까 연구하고 집에 있던 고춧가루로 김치도 담그고 깍두기도 담그며 이곳에서 할 수 있는 반찬들도 만들고 베이킹을 비롯해 한식 중식 양식 등 다양한 음식들을 해보는 작은 즐거움도 누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곁에 늘 함께 있던 아내가 없이 딸들을 먹이고 뒷바라지하는것이 힘들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요리실력은 날로 향상되고 있습니다. 지금 남반구인 이곳은 날씨가 한국과 정반대로 점점 추워지는지라 (내일은 처음으로 영하의 날씨가 예고되어 있네요.) 서둘러 마당에 나가 고추를 따서 말리고 고춧잎을 쪄서 반찬으로 만들기도 하고 청소와 설거지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할 일들을 찾아서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서적으로 자꾸 위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가르치고 섬기는 흑인 목회자 학생들은 하루빨리 수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전화가 옵니다. 그러나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사역이라곤 교회문을 닫아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진 현지 목회자들에게 아주 조금 구제금을 보내는 일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실정입니다. 여러모로 최악의 시기인것만큼 틀림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기도할 뿐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매일 찬송 부르며 성경을 읽고 고국과 교회들과 교우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기도응답의 은혜도 경험하고 있습니다.
잠시 한국엔 나갔다가 금방 돌아오려고 했던 아내는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모든 비행기편이 취소되는 바람에 꼼짝없이 한국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제대로 건강검진을 받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숨겨져있던 크고 작은 병들이 발견되었고 어떤 것은 하나님의 기적과도 같은 은혜로 치유되고, 어떤 것은 병원을 다니며 계속 약을 먹고 있습니다. 서울에 정착하게 된 큰 딸이 있는 원룸과 논산 시골에 계시는 저의 모친 집을 오가면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만약 남아프리카에 게속 있었으면 이런 치료와 회복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 또한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외국에서 나그네로 살면서 내가 태어나 자란 조국 대한민국이 얼마나 좋은 나라인지 새삼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나은 본향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에 살짝 가슴 설레기도 합니다. 얼마전 주변에 아는 동료 선교사님이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가슴 철렁했는지 모릅니다. 마음편히 치료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에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면서 생각할 때마다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긍휼이 많으신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로 완치되어 어찌나 감격스러웠는지요. 이처럼 이곳 아프리카 땅에도 사망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사망권세를 비웃었던 사도바울의 일갈을 떠올리면서 복음의 능력을 다시 한 번 굳게 붙잡게 됩니다.
저희를 늘 기억해주시고 기도해주시는 교회와 교우들을 잊지 않고 있으며 항상 주님게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뵐 때까지 모든 분들이 영육간에 항상 강건하시며 주 은혜와 평강 속에 머물게 되길 기원드립니다.
2020년 6월 11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김광락 선교사 올림.
기도제목
1. 항상 하나님의 임재 속에 거하며 성령충만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2. 모든 이들의 안전과 영육간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3. 아내가 속히 건강을 회복하고 복귀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4. 어려운 가운데서도 항상 즐거움을 잃지 않고 감사의 제사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5. 신학교 사역이 조속히 개시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복음의 영광
하나님 나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위하여
최후승리의 그날까지
복음의 능력으로 전진하리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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