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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클리닉

음식과 설교

by 등불지기 2020. 6. 20.





음식과 설교

코로나 문제로 사역은 중지되고 아내 없이 두 딸과 함께 집안에 갇혀서 지내야 하는 요즘 힘들지 않은지 염려해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실 답답하고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내 없이 어떻게 먹고 사는지에 관해 염려해주신다면 저는 아내가 있을 때보다 더 잘 먹고 지낸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뭘 해먹을까 식단을 고민하고 준비하고 요리하고 심지어 설거지까지 제가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없이 지낸지가 넉달째인데 매일 음식 다이어리에 기록하고 있고 틈나는대로 요리와 베이킹에 관련하여 레시피도 적어나가고 있습니다. 밥을 비롯해 웬만한 찌개나 국도 하고 고기요리도 하고 심지어 마늘 생강 손질해서 김치나 깍두기 등도 만들어 먹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간식으로 여러종류의 쿠키나 빵도 오븐에서 구워냅니다. 어제는 밀가루를 반죽하고 발효시켜 피자도 만들어먹었습니다. 요리를 하고 설거지도 하면서 설교에 관하여 생활묵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음식을 하는 것과 설교를 하는 것은 서로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1. 설교는 먹이는 행위

예수님께서도 베드로에게 “내 양을 먹이라”고 당부하셨고 성경 곳곳에서도 하나님 말씀으로 “양육”하는 것에 대해 여러가지로 말씀하고 있습니다. 성경을 잘 가르치는 것은 좋은 꼴을 양떼에게 먹이는 것과 같습니다. 좋은 목회자는 우선 성경을 잘 가르치는 자입니다. 목회의 핵심이자 본질은 다름 아니라 성경을 잘 가르치는 것입니다. 오늘날 현대교회를 보면 목회자의 주 임무인 성경을 잘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행정과 조직운영을 잘 하고 덩치를 키우는 경영을 하는 일인것처럼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은 물질문명속에 갇힌 현대교회의 비극입니다. 성경을 잘 가르치는 일보다 더 중요한 목회는 없습니다. 내가 한 음식을 맛있게 잘 먹는 아이들이 고맙고 또 사랑스러우며 하나님 말씀을 잘 경청하는 교인들이 주님의 눈에 사랑스럽고 음식을 잘 하는 아내가 사랑스러운 것처럼 말씀을 잘 전하는 목회자들이 또한 주님의 눈에도 사랑스러운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순전하게 잘 가르쳐야 주님이 사랑하시는 목회자입니다.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잘 먹고 한 나절 잘 지내듯이 목사의 삶과 인격을 통해 우러나오는 진한 감동의 말씀을 듣는 교인들 또한 한주간 세상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2. Tip: planner 활용하기

음식을 먹이고 설거지를 끝내는 순간 또 다시 다음에는 내일은 무얼 먹을까 고민하듯이 설교 또한 설교를 끝내자 마자 다음에 전할 설교로 고민하게 됩니다. 이런 고민은 자연스러운데 나름 도움이 되는 팁이 있다면 플래너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요리의 경우 저는 세가지 노트를 활용합니다: 레시피북, 다이어리, 그리고 플래너입니다. 매끼마다 했던 요리들은 다이어리에 기록하고 다음에 혹은 내일 할 요리는 플래너에다가 기록해둡니다. 설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목회자는 매년 매달 설교계획을 하나님 앞에 깊이 기도하면서 만들어야 합니다. 설교했던 것은 메모나 설교원고 형태로 파일file 을 만들어야 합니다. 새로운 요리를 구상하고 시도할 때 레시피북을 만들듯이 목회자는 개인경건을 위해 성경을 읽거나 경건서적을 읽을 때 줄을 치고 따로 메모를 해두어야 헙니다. 이처럼 요리나 설교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기록해나가는 습관은 아주 유용합니다.

3. 유연한 자세

그러나 계획은 계획일뿐 계획에 절대 의존할 순 없습니다. 내일 내가 어떤 음식을 만들어야겠다고 계획을 하지만 갑자기 변경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다든지 혹은 갑자기 비가 온다든지 혹은 식재료가 없거나 갑자기 생긴다든지 혹은 아이들이 무엇을 먹고싶다고 갑자기 요청할수도 있습니다. 설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도하면서 설교계획을 연간별 월별 주간별로 세워나가지만 언제든지 변경될수 있음을 잘 인지하고 성령의 인도하심에 민감하게 순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도하면서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민감하게 변경하고 대처하는 것이 서로 상충되지 않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고 보완하는 것입니다.

4. 가장 큰 차이점: 하나님의 임재

음식을 하는것과 설교하는 것의 공통점은 건강에 관심을 갖고 사랑으로 하는 것이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음식은 하면 할수록 늘지만 설교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요리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담대하게 해보아야 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막 해보면 자신감이 생기는데 설교는 결코 경험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설교는 하면 할수록 더욱 어렵고 힘들어야 정상입니다. 만일 설교 역시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생기고 실력(?)이 는다고 생각하면 아직 진정한 설교의 세계에 발을 들이지 못한 것입니다. 요리는 유명한 셰프의 레시피를 따라서 막 해보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신감이 올라오지만 설교는 유명한 설교자의 설교나 원고를 따라서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설교는 모방이나 리허설같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하나님의 임재입니다. 사도바울은 고린도교회에 편지하면서 자신이 초창기 고린도교회를 세우면서 설교할 때 심히 두려워하며 떨었다고 했습니다. 만약 설교자가 강단에 서서 설교하는 것이 요리하는 것처럼 자신감으로 충만하거나 혹은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짐을 느낀다면 이것은 오히려 설교자로서 퇴보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최고의 설교자는 매번 하나님의 임재에 사로잡혀 하나님을 인식하는 경외감과 두려움과 긴장을 잃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점이 숙련된 요리사와 설교자의 근본적인 차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5. 공통점: 사랑과 균형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무엇보다 사랑입니다. 자녀들의 행복과 건강을 생각하고 항상 배우고 연구하고 준비하는 자세야 말로 최고의 요리사와 설교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일 것입니다. 먹는 이들의 행복만을 생각한다면 설탕이나 MSG를 많이 쓸 것입니다. 그러나 건강도 동시에 챙겨야 하기 때문에 칼로리나 영양의 균형도 생각해야 합니다. 설교도 그렇습니다. 영성이 뛰어난 설교가 다 바람직하진 않습니다. 영적인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상속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공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빛과 소금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살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전부가 아닙니다. 맛과 영양을 모두 고민하며 준비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설교자는 청중으로 하여금 의와 인과 영성의 균형을 잘 이루어서 유한한 세상 속에서도 정의를 이루며 동시에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위한 영적인 삶을 동시에 영위해나갈수 있도록 무게중심의 추가 -세상나라(건강하고 영향력 있으며 성숙한 시민의식)와 하나님 나라 (영원을 바라보고 준비하는 영성)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늘 고심하고 자신의 설교를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김광락 목사 올림

PS. 지난 주간 만든 음식들 중에서 몇 개의 사진들; 크림파스타, 감바스, 콩국수, 닭강정, 짜장볶음덮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