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리를 해야겠다고 굳게 다짐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몇년 전 원로목사로 은퇴하여 사시던 장인어른께서 갑자기 소천하셔서 아내가 급히 한국을 나가게 되었는데 그때 저는 혼자서 주중에 신학교 강의도 하고 주말에 한인교회에서 예배인도하며 매일 세 딸들 도시락을 만들어주고 학교로 데려다주며 하루 세끼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일이 갑자기 밀려왔을 때 정말 많이 당황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아내가 늘 곁에 있어서 먹는 것은 별로 신경쓰지 않다가 아내가 없던 40여일간 사역과 음식을 모두 감당하는 것이 너무나 버거웠습니다. 그때 저는 남편은 밖으로 나가 일하고 아내는 집안에서 음식을 한다는 고정관념을 앞으로는 깨뜨려야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틈이 나는 대로 요리를 스스로 배워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볶음밥부터 시작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식은밥을 처리하는데 제일 좋은 방법이 볶음밥이고 비빔밥처럼 여러 재료를 골고루 먹을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볶음밥부터 요리를 배워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세계에 볶음밥이 얼마나 다양하고 종류가 많은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김치볶음밥, 계란볶음밥, 중국식 삼선볶음밥, 인도네시아 나시고랭, 스페인식 파에야, 담발라야, 일본식 차항, 가나식 졸로프, 인도식 비리야니, 태국식 카오팟과 팟타이 등등 수십 가지가 있더군요. 그리고 간단한 음식 같지만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고 까다로운 음식이라는 것도 여러번 해보면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간단하면서도 기본적인 파계란볶음밥을 맛있게 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와 같이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남자도 집안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할줄 알아야 한다면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음식입니다.
1. 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파기름을 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작입니다. 소금과 후추를 조금만 뿌려줍니다.
2. 파향이 나면 곱게 썬 당근을 한 줌 넣어줍니다. 색감도 좋고 영양도 좋아집니다.
3. 팬의 한쪽에 밀어주고 계란을 터트려 줍니다.
4. 스크램블하면서 반숙되었을 때 식은 밥을 넣어줍니다. 볶음밥에는 찬 밥이 뜨거운 밥보다 낫습니다. 냉장고에 찬밥을 넣어두었다가 사용하면 좋습니다.
5. 잘 섞어주다가 가장자리를 따라 간장을 3~4숟갈 부어주게 되면 간장이 끓으면서 불향이 나는데 이때 밥이랑 섞어주면 맛있는 볶음밥이 완성됩니다.
6. 간장은 향을 위해 넣는 것이고 간은 소금을 1~2 티스푼을 뿌려서 맞춰줍니다.
PS. 수정하면서 사진순서가 바뀌었네요..
새우 닭고기 마늘 호박 버터 등 여러 식재료를 다양하게 넣어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만 위의 방법이 가장 기본이 됩니다. 예를 들어 위의 계란볶음밥에다가 볶은 김치를 섞어주면 김치볶음밥이 됩니다. 마늘과 버터로 향을 입히면 마늘간장볶음밥이 됩니다. 새우나 치킨을 넣어 단백질을 보강하고 싶다면 따로 팬에다 소금 마늘 혹은 데리야끼소스 등에 고기를 볶아서 섞어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