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다 먹은지 몇 주가 지났는데 둘째 딸이 먹고싶다고 하길래 또다시 큰 맘 먹고 도전해보았습니다. 아내가 만들어주는 김치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줄로 알고 살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반 년째 두 딸과 함께 아프리카에서 살아남기 하면서 김치 없이 못사는 한국사람임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아내 없이 혼자서 김치를 만드는 것이 이번이 네번째입니다.
저는 원래 김치를 잘 먹지 않고 하루종일 빵과 토스트로 끼니를 때워도 잘 지낼 수 있는데 한식을 찾는 딸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식요리도 하고 이렇게 김치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인터넷과 요리책을 보고 나름 한다고 하는데 맛은 아내의 김치에 발끝에도 못미칩니다. 김치를 만드는 방법을 공부하지만 성격상 대충대충 하고 감으로 재료의 양을 사용하기에 맛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깍두기나 백김치등 이것저것 용감하게 막 해봅니다.
겨우 구한 배추 네 포기를 하루 전날 저녁 소금에 절여놓고 새벽에 일어나 한번 뒤집어주고 아침에 헹군뒤 채반에 세시간 받치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전날 찹쌀가루로 풀을 쑤고 굵은고춧가루와 가는 고춧가루, 마늘 생강 액젓 등으로 해둔 양념소를 배춧잎 사이사이에 넣어주면 다 됩니다. 반찬으로 내놓기도 하지만 숙성시켜서 김치찌개나 김치볶음밥으로 주로 소비합니다.
혼자서 몇번 해보니까 요령이 생기는데 예를 들어 풀을 쑬 때 밀가루보다 찹쌀가루로 하는 것이 색감이 좀 더 좋다는 것, 생강은 레시피보다 좀 적게 써야겠다는 것, 오래 먹을 김치일수록 액젓을 적게 넣어주는 것이 좋다는 것, 단맛을 위해 설탕과 매실청을 넣어주면 좋다는 것, 좋은 소금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배추를 잘 절이는 것이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 등입니다.
배추는 아프리카에서 구할 수 있으나 귀한 것이고 조선무는 자동차로 두 시간 운전해서 하나뿐인 한인마트에 가야 구할까 말까 하는데 록다운으로 인해 운행이 어렵고 그래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당근을 채썰어서 양념소에 넣었습니다. 액젓은 멸치앳젓을 사용했고 소금은 마지막으로 남은 천일염을 다 사용했고 마늘과 생강은 근처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하루빨리 바이러스 사태가 해결되고 아내가 곁에 돌아와서 김치를 만드는 수고에서 해방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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