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다니는 사람들 중에서도 우울증으로 고통을 겪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지난 주에 한 성도의 장례를 인도하였습니다. 젊은 나이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도 있었고, 집, 차, 사랑스런 아내와 딸도 있었고, 그 부모는 신실한 신자들이었습니다. 부모님들과 대화를 해보니 부모님 모두 인격적인 분들이었습니다. 더구나 재력도 있었습니다. 제가 볼 때는 금수처로 태어난 아들이었습니다. 심지어 모태신앙으로 태어나고 자랐으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이름 있는 반도체 회사를 잘 다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남들이 모르는 우울증으로 고통을 10여년 동안 겪고 있었습니다. 본인이 밝히지 않으니 가까이 있던 부모도 그 마음의 상태를 모르고 있었고 함께 예배 드리던 구역 식구들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마음의 고통이 너무 심해서였을까요. 깊은 잠을 자고 싶어서 수며제를 과하게 복용하고 잠들었는데 그것이 심정지로 이어지게 되었고 결국 의료진이 일주일 동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저는 지난 주 이 사건을 겪고, 장례를 인도하면서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아, 내 주변에는 이렇게 마음의 고통을 안고 남모르게 힘들어하면서 살아가는 영혼들이 참 많구나.' 저는 또한 목사로서 그러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도움도 못되는 무능력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한 동안 무력함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제 설교를 듣는 사람 중에서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이 생겼으니 저도 참 무기력함과 자책감으로 힘든 한 주를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에 미국의 대형교회인 새들백 교회의 담임목사인 릭 워렌 목사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릭 워렌 목사의 아들 역시 우울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아들은 자신과 같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사역하던 사역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아들이 세상 사람들이 표현하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입니다. 이 일로 인해 아버지 릭 워렌 목사님은 한 동안 목회 일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장례가 터기기 몇 주 전부터 다음 설교를 위해 어떤 말씀을 준비할 것인지 고민하고 묵상하던 중에 제 마음 속에 주님께서 어떤 생각을 주셨습니다. 그것은 '교회 안에 마음의 문제로 고통당하는 영혼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적 치유에 관한 말씀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시편 69편의 말씀을 가지고 [상처를 극복하는 믿음]이란 제목으로 치유설교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두려움을 극복하는 믿음]에 관하여 시편 57편을 가지고 설교하리라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수치심, 염려, 분노, 용서하지 않는 마음, 낮은 자존감, 정체성, 슬픔 등등 시리즈 설교를 하리라고 다짐하며 준비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첫 치유설교가 끝나고 다음 치유설교를 준비하던 주간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제 설교를 듣는 교인 중에 한 분이 아침에 심정지가 와서 깨어나지 못했다는 다급한 목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응급실로 달려갔습니다. 누워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니 참으로 참담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가족의 슬픔이 곧 저의 슬픔이 되었습니다. 의식이 돌아오게 해달라고 간절히 애타게 부르짖는 가족들의 울부짖음이 저의 것이 되었습니다. 제 설교를 듣는 이들 가운데 이런 일이 발생했으니 모든 것이 제 잘못처럼 느껴졌습니다.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았더라면..하고 자책하게 되었습니다. 제 설교가 듣는 이들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였다는 사실에 저는 깊은 절망감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설교가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주님께서 어떤 마음을 주셔서 설교를 준비하고 말씀을 전하게 되면 그 주제에 관련하여 사건이 터지니까 설교하는 것이 두려워졌습니다. 그래서 당분간 설교일정에서 스스로 내려앉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런 일로 힘든 2주를 보냈고, 이것에 관하여 시골에 계시는 어머니와 나누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자신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 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 마음의 고통으로 매일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어머니는 신앙의 힘으로 그것을 이겨내셨습니다. 수면제가 아니면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늘 죽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히며 살던 시절이었습니다. 하나님 앞에 나아가 씨름하며 우울증을 이겨내셨습니다. 하나님의 임재로 인한 기쁨을 얻고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된 경위를 소상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우울증(main depressive disorder)은 죽음에 이르는 마음의 병입니다. 깊은 슬픔에 잠겨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 마음의 고통이 너무나 심하여 죽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여러번 찾아옵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깊은 잠을 잘 수 없습니다. 식욕이 떨어지고, 삶에 대한 의욕이 떨어집니다. 무기력해지고 모든 것이 귀찮게 느껴집니다. 오직 죽음만이 유일한 탈출구처럼 느껴집니다. 주변에서 웃긴 이야기를 해도 그래서 잠시 웃음을 지을 수 있어도, 마음은 여전히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삶속에서 사소한 행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시원하게 웃는 일이 없고, 파안대소를 하지 못합니다. 얼굴은 항상 심각합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찾아옵니다. 자신이 너무나 무가치하고 하찮게 느껴집니다. 아무도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다고 느낍니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고통스럽고 불행하며 힘든 인생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이것이 우울증에 걸린 인생의 모습니다.
물론 우리가 살아가면서 슬픈 일을 당할 때 슬퍼하며 울어야 할 때 눈물 흘리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슬픔이 보름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의 특징은 슬픔에 오래 잠겨 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슬퍼하는 자와 함께 슬퍼하고 웃는 자들과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원하게 웃는 파안대소가 가능합니다. 슬플 때는 시원하게 울 줄도 압니다. 그래서 고통을 겪을 지언정 그 고통에 계속 머물러 있지 않는 것입니다.
우울증에서 치유되고 회복된 사람들의 경우에서 저는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첫째, 그들은 자신의 문제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회복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반면 우울증이 더욱 심해져서 삶이 파괴된 인생들은 자존심이 강해서 자신의 상태를 직시하기를 두려워하고 남들에게 들러내기를 부끄러워 합니다. 자신의 상태를 직시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남들에게 알리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계속 감추고 숨는 한 치유하시는 은혜를 경험할 수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약점과 연약함을 자랑해야 합니다. 제가 아는 어떤 목사님은 우울증에서 완전히 치유되셨는데 그분은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자랑했고, 약을 먹는 것을 공개하고 다니셨습니다. 치유받으려면 자신의 문제를 숨기면 안 됩니다. 드러내야 하고 빛 가운데 가져와야 합니다.
둘째, 치유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적극적으로 간구해야 합니다. 특별히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분들은 시편 묵상에 힘써야 합니다. 시편을 기도문으로 삼고 기도해야 합니다. 시편 기도는 우울증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생각이 된다면 주변에 중보기도를 요청해야 합니다. 자신의 상태를 알리고, 하나님의 임재의 기쁨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적극 기도를 요청해야 합니다.
건강한 교회는 정서적으로 건강한 교인들의 모임과 관계 속에 하나님의 임재가 실제적으로 임하는 교회입니다. 한번 뿐인 이 생은 하나님께서 주신 귀한 선물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선물을 기뻐하고 누리면서 살아야 하겠습니다. 죽음에 이르는 우울증을 결코 과소평가하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김광락 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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