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상담

어떻게 신학을 공부할 것인가?

등불지기 2024. 8. 27. 21:38

 

신학을 공부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셔서 이에 관하여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저는 풀타임 목회자의 길로 부르심을 받지 않았을지라도 신학 공부에 대한 열망이 있다면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 교단 신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교단 소속 목회자 후보의 자격을 얻는데서 시작하여야 합니다만 굳이 교단 신학교가 아니더라도 신학을 공부할 수 있는 신학교도 많고, 또 온라인에서 혹은 개인적으로 신학을 공부할 수 있는 길도 있다고 봅니다. 주일학교를 더 잘 섬기고 싶은 분이나, 목회자와 동역하기 원하는 장로의 경우 신학을 어느 정도 공부하는 것이 옳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신학공부를 시작하면 좋을까요? 

먼저, 신학을 하기 전에 기초공부를 어느 정도 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신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에 인문학적 소양을 어느 정도 쌓아야 한다고 봅니다. 철학이나 인문학을 먼저 공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회학이나 역사학도 좋습니다. 수학이나 물리학도 괜찮습니다. 이러한 인문학적 소양을 쌓은 후에 신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할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철학은 개론 수준에서 책을 읽을 것을 추천하고, 인문학의 경우 국문학, 영문학, 등 시 소설 희곡 비평론과 기본적인 언어학을 공부할 것을 추천합니다. 

 

어느 정도 인문학적 소양을 쌓기 위해 책들을 읽은 다음 본격적으로 신학을 공부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입문서 몇 권을 추천합니다. 첫째, 존 칼빈의 [기독교 강요]입니다. 둘째, 제임스 패커의 [하나님을 아는 지식]입니다. 셋째, 헤르만 바빙크의 [하나님 나라]입니다. 이 정도 읽었으면 신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할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신학의 전반적인 체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독교 신학은 기본적으로 성경신학-조직신학-역사신학-실천신학-선교신학의 순으로 체계를 잡아나가야 합니다. 신학대학원에 진학하여 신학을 공부한다고 할 경우 2년에서 3년은 전적으로 성경신학에 집중해야 합니다. 성경신학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공부해야 할 것은 성경 원어를 공부해야 합니다. 히브리어와 헬라어를 전문가급은 아니더라도 읽고 파싱(분해)할 수 있을 정도는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원어대조성경을 구입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 성경언어를 공부하고 나면 성경해석학, 성경사본학, 정경론, 언약신학, 구속사신학, 구약신학, 신약신학, 구약개론, 신약개론 순으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 한 주제당 20-30권의 책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신학대학원이 보통 3년 과정이면 3분의 2를 성경신학의 토대를 쌓는 일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성경신학의 체계가 확립이 되면 그 다음으로 조직신학을 공부할 차례입니다. 

조직신학의 체계는 이성-계시-신론-인간록-기독론-구원원-성령론-교회론-종말론의 순서로 되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루이스 벌코프의 조직신학을 좋아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에게 신학을 강의할 때에도 즐겨 사용한 교재이기도 합니다. 조직신학적 체계를 확립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배우면서 가르치는 것입니다. 강의하기 위해 먼저 공부하고, 공부하면서 강의를 1년 정도 해나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조직신학적 체계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조직신학이 2천년 교회 역사 속에서 어떤 사건을 거치며 어떻게 변천해왔는지 공부하는 것이 교회사 공부입니다. 역사신학 또는 교회사 공부는 초대교회사-중세교회사-종교개혁사-근대교회사-현대교회사-한국교회사 순으로 책을 읽어나가면 됩니다. 시대마다 쟁점이 되었던 교리적 논쟁과 이단들, 교리의 변천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목회자로서 매우 중요한 공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역사적 안목을 갖느냐의 유무는 신학도가 교회의 리더로 서기 위해 매우, 아니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어느 정도 역사적 안목이 갖춰지게 되면 본격적으로 실천신학에 눈을 뜰 때가 되었습니다. 

실천신학개론-예전학-설교학-목회학-행정학-제자훈련학-교육학-상담학 순으로 책을 읽어나가면 됩니다. 각각의 주제별로 20-30권의 책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때 가능하면 자신의 멘토가 될만한 설교자와 설교이론을 찾는 것이 좋고, 예배와 행정에 관하여 나름대로의 소신과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만의 설교론과 교회론, 목회철학을 확립하기 위해 공부하는 단계입니다.

 

마지막으로 공부해야 할 신학의 분야는 선교신학입니다.

선교에 관한 이론은 예수 전도단에서 출판된 미션 퍼스펙티브 1, 2권을 강력히 추천하고, 실제로 선교현장에서 1 텀(3-4년) 이상 사역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보는 것보다 더 좋은 공부는 없을 것입니다.

 

만약 신학대학원에서 3년을 공부하게 된다면 졸업하기 전 최소한 소논문 3-4편을 써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평소 독서계획표를 세우고, 스스로 책을 읽어나가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 서평을 쓰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서평쓰는 습관은 논문을 쓰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좋은 신학논문을 많이 읽는 것도 필요하고, 직접 논문을 써서 논문대회 등에 제출하는 것도 좋은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논문을 쓰는 법을 익히게 되면 나중에 해외유학을 갈 때에도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한국에서 해외로 유학을 떠났는데 유학생활을 적응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자가학습의 습관이 안 되어 있고, 논문을 쓰고 발표하는 훈련이 안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신학을 한다는 것은 신학자로서 합당한 태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신학을 공부하는 순간부터 꾸준히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며 꾸준히 남의 글을 베낀 것이 아닌 자기 자신만의 논지로 글을 써내려가는 습관을 몸에 베이도록 해야 합니다. 신학을 하는 것은 단지 책을 읽거나 특정한 지식이나 정보를 얻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신학을 하는 것이란 하나님의 말씀에 관하여 늘 고민하고 질문을 던지며 꾸준히 자기만의 글을 쓰는 학자적인 태도를 몸에 지니도록 하는 태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제가 다녔던 신학대학원의 정문에는 큰 바위가 서 있는데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신자가 되라

학자가 되라

성자가 되라

전도자가 되라

목자가 되라

 

거듭 강조하지만 신학을 하는 것은 지식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태도를 갖추는 것입니다.

지식은 교만하게 하지만 사랑은 덕을 세운다고 성경은 말하고 있습니다. 신학을 하면서 교만해진다면 그것은 신학을 하는 태도가 아직 정립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신학을 하는 태도는 어떤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라 인터넷이나 TV나 탁월한 설교자가 주변에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 홀로 외로이 떨어뜨려 놓아도 그곳에서 말씀을 가지고 깊은 샘을 찾아 길어 올리는 능력을 갖는 것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신학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으며 따라서 제대로 신학훈련을 받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김광락 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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