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는 만물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나님이 만드신 빛은 모든 물질세계의 근본이 되어 모든 우주의 물질세계가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기독교 신학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인 삼위일체 교리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하나님의 존재 양식에 대해 초대교회부터 격렬한 논쟁이 있어 왔다. 1세기에는 그리스도의 인성과 신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해 논쟁이 있었다. 그리스도의 인성을 부정하고 오직 그리스도의 신성만을 강조하는 무리들이 있었다는 것을 신약의 바울서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초대교회 시대에 인간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입양)되었다고 주장한 아리우스파는 이단으로 정죄되었다(양자론). 그리고 삼위일체 교리를 부정하고 하나님이 때로는 성부의 모습으로 때로는 아들의 모습으로 때로는 성령의 모습으로 모양만 바꾸어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한 몬타누스파 역시 이단으로 정죄되었다(양태론). 이러한 논쟁들은 당시 교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분열시키기도 했는데 결국 참 하나님이면서도 동시에 참 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한 분 하나님이 세 인격(혹은 위격)으로 존재한다는 삼위일체 교리가 정통교리로 확정되었다.
삼위일체의 제2위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 참 신성과 참 인성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되기 어려운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 믿음을 부정하거나 불가능하게 만들지 못한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이해되지 않지만 진리로 믿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원자의 세계와 법칙을 기술하는 양자역학도 마찬가지다. 과학자들은 원자와 아원자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신비의 영역에 부딪히고 만다. 대표적으로 원자 내 입자들은 입자의 성질과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하는 입자-파동 이중성의 원리에 대해 모든 과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상식으로는 입자와 파동이 서로 같이 있을 수가 없지만 과학자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또한 2022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이론은 양자얽힘(quantum entanglement)과 양자중첩(quantum superposition)에 관한 이론이다. 하나의 입자에 두 가지 서로 상반되는 성질이 동시에 중첩(superpose)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 논쟁과 같은 것이 물질세계에도 있었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심지어 삼위일체 교리와 최첨단 입자 물리학에서 밝혀낸 양자역학 또한 매우 유사한 그림을 보여 준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양성자나 중성자는 세 개의 쿼크가 글루온에 의해 강력하게 결합되어 있다.) 그러나 양자역학이 삼위일체를 설명하는 데 가장 강력한 논거를 제공하지만 세상의 그 어떤 것으로 삼위일체를 완벽하게 설명하는 것은 없으므로 비유를 사용하는 데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양자의 원리에서 중요한 중첩의 원리는 실험을 통해 관측이 가능하지만 삼위일체로 존재하시는 하나님을 어떻게 실험하여 증명해 낼 수 있는가? 양자의 중첩원리를 모든 현대 물리학자들이 이해되지 않아도 믿고 있는 것처럼 삼위일체 하나님도 마찬가지로 그 존재 양식에 대해 이해할 수 없지만 그리스도인들은 믿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교리가 격렬한 논쟁을 거쳐서 3세기경에 확립하게 된 과정은 간단하다. 양자역학이 태동되기 전 고전물리학에서 빛 혹은 물질의 입자성과 파동성이 서로 격렬한 논쟁을 거쳐서 입자-파동 이중성이란 결론을 내린 것처럼 삼위일체 교리 역시 그리스도의 단일신론, 양자론, 양태론이란 극단을 겪으면서 현재의 교리로 확립된 것이다. 그래서 어떤 교리적인 주장을 할 때에는 그것이 다른 교리적 주장을 해치고 결국 전체 교리적 체계를 파괴하는지 아니면 서로를 보완하고 완성하는 방식으로 발전하는지 여부를 세심히 주목해야 한다.
그러면 하나님의 존재하시는 방식에 관해서는 양자역학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성경은 하나님께서 영이시라고 말한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빛과 온 우주 만물을 창조하셨다고 말한다. 그래서 힌두교나 불교 혹은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만물이 신이라는 범신론(pantheism)을 기독교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나님은 모든 물질세계, 우주 만물의 존재와 같을 수 없고 오히려 초월하여 계신다. 하나님을 시간 공간에 제약을 받는 우주 만물과 같이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된다. 초월하여 계신 하나님이 스스로 자신을 낮추어 만물을 창조하시고 만물 안에 들어와 계신다. 즉, 하나님은 초월자이면서 동시에 내재자이시다. 초월성과 내재성이 하나님 안에 함께 존재한다.
그렇다면 초월자이신 하나님이 어떻게 만물 안에 계시는가? 그것이 바로 “말씀”이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온 우주 만물을 창조하셨다. 말씀으로 빛을 만드셨고 말씀으로 동식물과 인간을 창조하셨다. 성경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그가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요 1:1-4) 영이신 하나님께서 만물과 관계하는 통로는 ‘말씀’이다. 그 말씀이 육신이 되어 사람들 가운데 오셨다. 그 말씀이 사람들 가운데 거하기로 작정하셨다.
양자역학에서는 원자의 세계가 관측하기 전에는 파동(wave)으로 존재하다가 관측하는 순간 입자(particle)로 존재한다고 한다. 즉, 원자는 진동하고 있다. 원자를 구성하는 원자 안의 입자들(양성자 중성자, 그리고 전자)도 진동하고 있다. 파동(wave)으로 존재하고 있다. 파동은 어떤 형체도, 질량도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공기라는 매질을 통해 전달되는 소리처럼 말이다. 모든 만물이 사실은 떨고 있는 어떤 것들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한 만물의 진동은 왜 그렇게 진동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양자 물리학자들은 답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그렇게 관찰할 뿐 그것이 그렇게 움직이게 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성경은 그러한 진동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적인 진동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말씀이다. 하나님의 입에서 발하여진 말씀이 원천적인 진동(original wave)이다. 성부 하나님께서 만물을 초월해 계시지만 그 말씀으로 그 만드신 만물과 관계하여 계신다. 그 말씀이 육신을 입고 사람들에게 오셨고 사람들 가운데 거하기로 작정하셨다.
그러면 삼위일체의 제3위이신 성령은 어떤 분인가? 정통 기독교 교리에 의하면 성령은 성부로부터 나오시고 또한 성자로부터 나온다고 고백하고 있다. 성령은 성부의 깊은 것(마음, 의도, 계획, 등)을 알게 하시는 분이시며. 성자를 증거하는 증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신다. 성령을 단지 에너지로 부르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성령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며 느끼기도 하며 말씀하기도 하는 인격을 가지신 분이시다. 성령이 성부와 성자에게서 영원히 나온다는 전통적인 고백은 성부와 성자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창세기 1장 2절에 보면 “성령이 수면 위를 운행하고 있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하나님께서 빛을 창조하시기 전에 어떤 “우주적 수면”이란 장(field)이 펼쳐져 있었는데 그 위를 성령이 운행하고 계셨다고 한다.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우주 만물을 창조하셨을 때 성령께서 그 창조에 깊이 관여하고 계셨음을 말한다. 우리는 성령의 일하심과 ‘그 말씀’(로고스)이 매우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성령은 ‘혼돈과 공허의 수면’ 위를 ‘바람’같이 운행하셨을 뿐 아니라 에덴동산에 ‘바람’으로 임하기도 하셨다. 구약시대에 선지자들에게도 ‘세미한 소리’로 임하셨고, 신약의 오순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로서 기도하던 예루살렘 교회의 120명의 제자들에게 임하셨다. 하나님의 성령은 창조의 때에도 적극적으로 일하셨을 뿐만 아니라 예언자들의 사역에도 관여하셨고 오늘날 복음을 듣고 순종하는 신자들의 구원에도 임하시는 분이다.
성령은 진리의 영, 증거의 영으로서 언제나 ‘로고스’와 함께 일하신다. 우리는 사도행전에서 사도들이 복음의 말씀을 전할 때 성령께서 듣는 자들에게 내려오셨다는 표현을 여러 번 찾아볼 수 있다. 만물을 창조하시고, 사람을 거듭나게 하시는 일에 하나님의 성령과 말씀이 함께 역사하고 있다. 신구약 성경 전체에서 성령의 움직임을 ‘바람’ 혹은 ‘소리’로 묘사하고 있는 점이 놀랍다.
양자 물리학자들은 원자 세계를 들여다보면서 점점 그 신비한 세계를 발견하고 있으나 그 신비가 어디서 나오는지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최근의 양자 물리학자들은 원자 내부의 더 작은 입자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힉스, 쿼크, 초끈, 글루온 등의 존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이름을 붙이든 간에 그 모든 아원자들(subatomic particles)은 파동으로 존재하고 파동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그러한 파동을 일으키는 근원적인 힘은 하나님의 성령과 말씀이다.
양자역학으로 이해한 삼위일체 하나님의 존재 방식을 정리해 보자.
- 하나님은 빛을 창조하신 영(루아흐)이시다.
- 하나님은 로고스를 통해 빛을 창조하셨다.
- 하나님은 빛을 창조하셨으며 빛 가운데 계신다.
- 하나님은 한 분이시나 삼위로 존재하신다.
- 성자는 성부에게서 나오셨고, 성령은 성부와 성자로부터 나오시며, 삼위 하나님은 각각의 인격을 지니고 계시나 동일한 신성과 영광과 능력을 갖고 계신다.
'신학, 과학, 그리고 우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초 인간의 생명과 신체의 본질 (0) | 2024.08.29 |
---|---|
양자역학으로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까? (0) | 2024.08.29 |
LOGOS (0) | 2024.08.29 |
하나님은 빛이시라 (0) | 2024.08.28 |
창조론 vs. 진화론 (0) | 2024.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