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사상에 관하여
모든 것이 원자로 되어 있으면 태어나고 죽는 것은 원자의 순환(circulation)을 의미하는 것일까? 불교와 힌두교는 윤회사상을 믿는다. 모든 만물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양자역학 원리와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최근 들어 동양철학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원자의 재구성을 결정하는 힘에 관해서 불교와 힌두교는 다르게 생각한다. 힌두교는 어느 초월적 신이 있다고 믿고 있다. 그에 비해 불교는 좀 더 철학적이다. 어떤 사람들은 윤회사상의 증거로 전생에 관한 기억을 그 예로 들고 있다. 하지만 전생에 대한 기억을 증언하는 그 증언이 과연 참일까? 전생을 기억하는 것이 영혼이 윤회한다는 것의 과학적인 증거가 될 수 있을까? 기독교적 시각에 의하면 전생에 대한 기억은 ‘거짓 영에 의한 속임수’이다.
기독교의 역사관은 돌고 도는, 반복이 되풀이되는 역사관이 아니라 창조의 시점에서 시작되어 심판의 시점까지 이어지는 단회적이고 직선적인 역사관을 말한다. 사람이나 동물이 죽으면 그 신체는 원자로 돌아가며 다른 어떤 사람이나 동물의 형태로 태어나는 일은 결코 없다. 기독교 신앙에만 있는 독특한 점은 부활이다. 죽어서 천국에 가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죽어서 가는 곳은 의식이 양자정보의 형태로 보관되는 곳인 ‘중간상태’이다. 모든 생명은 태어났다 죽는 것을 무한 반복하는 것이 아니며 일회성이다.
그렇다면 현대 물리학은 윤회사상에 대해서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윤회사상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람의 몸과 의식은 원자의 상태로 되돌아가서 다시 태어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인가? 태양과 같은 항성들이 계속 불타다가 소멸되고 나면 그 찌꺼기가 다시 뭉쳐져서 태양이 될 수 있는가? 나는 우주 천체가 생성 소멸을 무한 반복한다고 믿지 않는다. 빅뱅과 빅 크런치가 무한 반복할 것이라는 빅 바운스 이론도 결국 윤회설에 근거한 우주론이다. 물리학 개념에는 “열역학 제2 법칙”이란 것이 있다. 이에 의하면 에너지가 소진되고 나면 다시 재활용될 수 없다. 일단 사용된 에너지는 별빛의 형태로 우주 공간 속으로 흩어져서 영원한 여행을 떠나 버린다.
나는 매우 큰 항성이 블랙홀이 되는 과정을 믿지만 그 블랙홀이 언젠가 다시 증발하게 되고 그 찌꺼기들이 다시 모여 핵융합을 하여 빛을 내는 항성이 될 것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나는 어느 별이 초신성이 되어 폭발하는 과정을 믿지만 그 여파로 발생한 먼지와 가스가 스스로 모여서 또 다른 행성이나 사람이 된다고 믿지 않는다. 우리는 우주 먼지로 저절로 만들어졌고 죽어서 우주 먼지로 돌아가서 누군가의 우주 먼지로 다시 만들어지는 그런 하찮은 존재가 결코 아니다. 현대 물리학의 엔트로피 법칙에 의하면 이러한 윤회사상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