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야기

현지 음식

등불지기 2012. 2. 19. 17:20

현지 말로 ""이라고 합니다. 옥수수 가루를 솥에다 쪄서 만드는데 한국의 백설기와 비슷합니다. 물론 설탕과 소금을 넣지 않기에 맛은 그냥 밋밋합니다. 그 위에 약간의 '그래빗'이라고 하는 양념을 뿌린 다음, 절인 야채와 곁들여 먹습니다. 이렇게 고기(소고기 아니면 닭고기)를 곁들이기도 합니다. 소화도 잘 되고 해서 제가 한국의 밥보다 더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집에서 해 먹고 싶은데 반대(?)로 한 번도 해먹지 못했습니다..^^반대로 흑인들에게 한국인이 먹는 밥은 설사하거나 혹은 소화가 잘 안된다고 합니다. 흑인들에게 한국음식은 체질상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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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메뉴를 무엇으로 할 지 학생들끼리 의논하길래 제가 끼어들어서 빱을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해서 1인당 25란드치(4천원) 제법 괜찮은 빱을 준비했습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을 하는데 2시가 넘어서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3시가 넘어 다시 강의기 시작되었는데 이때는 졸지 않게 하기 위해 부흥회식으로(?) 수업을 해야만 합니다. 현지인들과 현지식을 함께 먹는 것은 아주 중요한 사역이지요. 보시면 한 사람 앞에 한 접시가 전부입니다. 더 먹고 싶다고 더 먹을 수 없는 게 문제입니다. 그리고 금방 배부르고 소화가 잘 되어서 금방 허기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특이한 것은 국물이 없다는 것인데, 있다면 앞에 놓인 코카콜라 한 잔이 국물이라면 국물입니다.^^ 먹고 나서 배불러서 강의하기 힘들다고 농담했더니 다들 포복절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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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빱을 먹을 때는 맨손으로 먹는 것이 제 맛입니다. 중동이나 인도음식의 경우 오른손으로만 먹어야 하는데요(무슬림들은 가정에서 식사를 가르칠 때 왼손을 사용하는 것은 악마와 접촉하는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친답니다) 그런데 현지인들은 양손을 다 사용해서 먹네요. 아프리카도 포크 사용이 일반화되었는데 시골로 가면 포크 없이 손으로 먹습니다. 그래도 외국인 선교사라고 일회용 포크를 준비했네요. 언뜻 수저와 젓가락으로 먹는 것이 위생적인 것 같지만 (에이즈 감염율이 높은) 아프리카 현지인들의 생각으로 보면 여러 사람의 입을 거치는 수저를 사용하는 것보다 오직 한 사람만 애용하는 하나님께서 만들어주신 전용 '손가락 수저'를 사용하는 것이 더 위생적으로 보일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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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통 집에서 먹는 음식은 아침에는 빵, 점심 저녁은 밥을 해먹는 편입니다. 쌀을 구하려면 왕복 4시간을 운전해야 합니다. 물론 한국보다 훨씬 비쌉니다. 반찬을 위해 뒷마당에 온갖 야채를 다 심어놓고 농사짓습니다. 김치도 상추도 시금치도 심지어 어묵도 만들어 먹습니다. 아침의 경우 보통 토스트와 잼 정도로 간단히 먹는데(아이들 학교 도시락은 늘 샌드위치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보시는 대로 아주 제대로 된 English Breakfast(Big Breakfast라고도 합니다)를 먹습니다. 식사 후에 커피에 러스크(말린 빵조각인데 한국에서는 본 기억이 없는데 이곳에서는 흔히 구할 수 있습니다)를 찍어서 먹습니다. 현지 대학생들은 종종 커피와 러스크 만으로 점심을 해결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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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음식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브라이(braai)입니다. 특별한 것은 아니고 숯불에 고기를 구워먹는 것입니다. 주로 아프리카에 정착한 아프리카너(화란계 백인) 음식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기 굽는 도구나 방법 등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보시는 것 같은 브라이 킷은 집마다 다 1-2개는 있는데, 숯이나 장작을 피워 그 위에 양고기, 소고기, 소시지, 삼겹살, 치킨, 생선, 새우 등을 구워 먹습니다. 한국처럼 후딱 해치우는 법은 없고 얘기를 하면서 2-3시간씩 천천히 먹습니다. 잔불에다 감자, 고구마, 옥수수, , 마시멜로 등을 굽기도 하고 간혹 솥을 얹어 수프를 해서 먹기도 합니다. 제가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한국에서보다는 자주 먹게 됩니다. 이곳에서 고기는 한국보다 훨씬 쌉니다. 쇠고기의 소프트 쉰이나 갈비살 1kg가 한국돈으로 5천원 정도이지요. 현지에서 제일 인기 있는 고기는 단연 양고기입니다. 어린 양고기 살일수록 비싸고 카루(초지가 아닌 광야)에서 키우는 양일수록 비쌉니다. 1kg에 약 2만원 정도. 그래도 한국의 횡성 한우 꽃등심에는 비할 수 없습니다. 고기 좋아하신다면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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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고 저희 가족은 이상하게 브라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탄 고기를 싫어하나봅니다. 집에서 브라이를 하는 경우는 손님이 찾아오는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없습니다. 저희 가족들이 좋아하는 요리 중에 철판볶음밥, 닭갈비가 있습니다. 아마도 남아공에서 저희 집이 유일하게 혹은 제일 맛있게 만드는 음식일 겁니다^^그외에 어묵, 만두, 등은 만들어 먹고, 뒷마당에 심어둔 온갖 야채(아욱, 갓, 상추, 깻잎, 고추, 시금치, 토마토, 호박, 비릅나물, 조선무, 대파...)등을 자급자족하여 반찬을 해먹습니다. 한국에서는 가까운 재래시장에 가면 다 쉽게 구할 수 있었고, 교회에서 권사님들이 만들어주신 것으로 먹곤 했는데 아프리카에 오니 서서히 농부가 되어가는 듯 합니다. 고춧가루만 있으면 언제든지 척척 김치를 만들어내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 대장금이 부럽지 않습니다. 한국식품점이 없고 재료를 구하기가 귀하고 모두 만들어 먹어야 하니까 요리실력이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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